▲ 최용수 FC서울 감독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구리, 한준 기자, 박주성 기자/ 송승민 영상기자] 최용수(45) FC서울 감독을 만나기 위해 경기도 구리시에 위치한 GS챔피언스파크 감독실에 들어섰을 때, 그는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아… 머리가 아픕니다.” 감독실에 자리한 작전판 화이트보드는 여러 필기가 막 지워진 참이었다. “다 지웠습니다. 하하.” 

2018시즌이 끝나고 선수단은 휴가를 떠났지만, 최 감독은 여전히 GS챔피언스파크로 매일 출근하고 있다. 2019시즌을 위한 선수단 구성 고민이 한참이다. 최 감독은 외국인 선수 전면 재구성을 이미 천명한 바 있다. 최 감독 체제의 핵심 선수였던 수비수 오스마르가 돌아와 3년 계약을 체결했고, 그가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며 눈 여겨 본 우즈베키스탄 대표 미드필더 알리바예프를 아시아쿼터 선수로 영입했다. 

“오스마르도 부리람에 있을 때 참 우리가 태국 리그를 쉽게 보지 않습니까? 저 친구가 부리람에 있을 때 선수들 통솔하는 리더십을 봤고, 또 일단 실력이 있어야 하고, 정말 모든 걸 갖췄어요. 실력, 인품, 동료에 대한 존중심, 팬들에 대한 서비스 정신이라든지. 나이가 서른이지만 젊은 선수들이 그런 친구를 보고 배워야 해요. 데얀, 몰리나를 통해 애들이 많이 배웠을 거에요. 내년에는 더 기대가 되는 친구고, 나와는 눈빛만 봐도 말이 통하는 선수입니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을 제외하면 우즈벡이 최고였어요. 황금세대 맴버들이 아주 좋아요. 앞으로 5년까지는 괜찮을 거에요. 2명 정도가 눈에 띄었는데 알리바예프 선수는 자기보다 팀에 숨은 존재감을 보여주는 선수인데 정말 많은 장점을 갖고 있어요. 기회가 돼서 구단에 요청을 했습니다.”

▲ 공격수 윤주태에게 최용수 감독은 많은 생각을 하지 말라고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오스마르, 알리바예프 영입한 최용수, 점을 찍어 줄 스트라이커가 마지막 퍼즐

최용수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이들이 뿌려줄 패스의 방점을 찍어줄 골잡이. 2018시즌 서울이 겪은 위기론의 핵심이었던 골 결정력 부재를 해결해 줄 새로운 스트라이커 영입이다. 스포티비뉴스는 최근 언론에 보도된 서울 이랜드 공격수 주민규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물었다. 최 감독은 단호하게 잘랐다.

“아니요. 아니요. 주민규 선수는 대신고등학교 있을 때, 어릴 때였어요. 아 저 친구는 가능성 있는 친구구나. 잠깐 스쳐 지나간 게 생각나요. 결정력은 탁월한 것 같아요. (하지만) 현재 스쿼드에 관심 표명했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그 스스로도 1990년대를 풍미했던 대한민국 최고의 정통파 스트라이커 중 한 명. 현역 시절과 마찬가지로, 그가 서울 감독으로 해야 할 숙제도 결국 ‘골의 회복’이다. 공격수이자 감독인 최용수에게 스트라이커의 모델을 물었다. 

-오스마르도 그렇고 알리바예프도 중앙 지역에서 패스가 좋은 선수입니다. 스트라이커를 잘 지원할 수 있는 선수가 들어왔는데, 서울의 고민은 전방이죠. 결정력을 돈 주고 살 수 없다는 얘기처럼 박주영이 30분을 뛰어도 골을 넣더라고요. 스스로도 스트라이커 출신인데, 훈련으로 만들 수 없는 부분이 있나요?
“우리가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진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가, 찬스는 많이 만들었어요. 근데 골을, 득점을 못하고 하다 보니까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쫓기고 초조해지고 이제 막 급해지는거에요. 그러다 보니까 실수가 배로 나오는 거에요. 반대로 우리가 정말 원할 때, 밀리고 이런 경기, 강팀을 만나서 득점을 해주면 우리가 원하는 경기를 정말 맞춰갈 수 있는 거에요. 할 수 있어요.  그 경기장 90분 안에 컨트롤 할 수 있고 체력 안배도 다 들어가는 거에요. 근데 그게 안들어가다 보니까 우리의 본 모습을 상실했지 않습니까. 진짜. 네. 강팀과 약팀의 차이는 골잡이가 있어야 해요. 정말 그래서 정말 계속 지금 체크하고 있는데, 아… 머리가 정말. 복잡합니다 지금.”

-2018시즌 K리그에 국내 공격수의 득점이나 존재감이 부족했습니다. 특히 정통 스트라이커 포지션. 황의조 선수가 각광 받으며 위기론이 불식됐지만 K리그로 보면 한국 공격수 약하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예전 활동시기엔 많지 않았나요?
“저희 있을 때도, 지금 제가 지난 추억들을 생각해보면요. 지금 우리 황의조, 박주영, 윤주태, 다른 팀의 신욱이나 많지 않습니까. 우리가 못했던 것 같아요. 지금 선수들이 더 좋아요. 아주 축구 지능이 발달한 것 같아요. 우리는 선이 굵은 정통 스트라이커 캐릭터를 고집했고, 그런 유형의 선수들을 감독님들이 좋아하셨고. 지금은 한 두 가지만 갖고 있어선 안되지 않습니까? 많은 다양한 걸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조건이 그만큼 까다로워진 거죠. 자국 선수들의 실력은 아시아 권에선 경쟁력이 있다고 봐요. 단, 진짜 이런 마지막 방점을 찍는 포지션에 외국인 선수를 많이 쓰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출전기회가 조금 줄어들고, 경기 감각을 꾸준하게, 한 시즌에 30경기 출전 보장이 되면 그 친구는 아마도 중하위권 팀에 있어도 20골을 넣을 수 있을 거에요. 그런데 조금 뭔가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하는 상황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죠.”

-그렇다면 결정력을 높이기 위한 비결은 꾸준한 기회인가요?
“타고난 DNA가 있어야 해요. 정통 골잡이들은 남들이 가질 수 없는 그런 위치 선정이나 슈팅 타이밍, 다양한 각도에서 슛을 뿌려야 하고, 움직임이나 볼 오기 전, 오고 나서 그런 상황들이 복잡하지 않습니까. 그런건 좀 타고나야 해요.”

-스스로는 타고났다고 생각하나요?
“아니요. 저는 제가 왜 월드컵을 두 번씩이나 본선에 갔는지, 그게 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에요. 제가 사실 월드컵, 뭐 이런 내가 내세울 수 있는, 내가 한국을 대표한 국가 대표 정통 스트라이커다라고 명함 내밀기엔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선홍이 형 같은 선배는 족보를 내세울 수 있는데 저는 어림도 없습니다.”

▲ 1990대를 풍미한 정통파 스트라이커 최용수


◆ 최용수가 말하는 이상적인 스트라이커의 조건 #DNA #열정 #욕심 

최용수 감독은 현역 시절 '독수리'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매서운 눈매, 공격적인 쇄도, 강력한 헤더, 단호한 마무리. 우직하고 투박하게 골문을 습격하던 선수 최용수에게는 '야성'이 있었다. 지금 한국 축구는 그런 야성을 그리워 하고 있다. 

하지만 최 감독은 선수 시절 자신이 타고난 선수가 아니었고, 지금 세대의 선수들이 더 발전했다고 말한다. 다만, 자신의 강점이던 야성의 근원인 열정을 불어넣고자 하는 게 그의 목표다. 더불어 그가 갖지 못한 특징을 가진 '걸출한 골잡이'를 서울에 데려오고자 한다.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예선이나 J리그에서 엄청난 득점력을 보인 기억이 강렬한데요. 노력으로 만든 것인가요?
“축구 하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특히 운동 가장 많아 했던 때가 중학교, 고등학교 때. 아마 공부를 했어도 뿌리 뽑았을 것 같아. 정말 진학을 해야 하고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축구 말고는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오직 공하나만 있으면 나는. 그래서 이런 한 길만 걸어왔다고 봐야죠. 정말 쉽지 않았어요. 그때 사춘기 때도 그렇고, 성인이 되어서도 많은 유혹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걸 뿌리치고. 그렇다고 내가 올바른 축구 생활을 했다고 자신있게 뭐 이건 아니지만 노력은 좀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노력의 결실로 골이 잘 들어간다고 생각했던 것은 언제부터인가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인복이 좋았어요. 그 당시 대표팀이든 우리 조광래 사장님 계실 때 LG 치타스죠. 그리고 일본 가서도 선수 구성이나 좋은 감독님들을 참 잘 만났어요. 그리고 선수 구성이 참 이상하게, 좋은 크로스나 패스 이런 걸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제가 그쪽 포지션에서 남들보다 뭐 뛰어나고 이랬던 것은 특별하게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꾸준함. 찬스가 오면 내가 해결한다는 욕심, 열정, 이런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와서 서울의 문제가 공격수들의 결정력이었는데, 본인의 경험을 얘기해주며 깨워주려 한 시도가 있었나요? 서울 선수들의 열정이 부족한 것인가요?
“전체적으로 우리 공격수들이 뭔가 이런 보이지 않는 압박에 눌려 있었어요. 아… 이거는 골대 맞고 참 흐름이 좋을 때는 굴절이 되어서 들어가고 골대 맞고 들어가고 그런 상황이 많은데. 뭔가 득점을 한 골 밖에, 우리는 넣어도 한 골 밖에 못 넣겠구나. 불안한 거에요. 상대가 한 골 넣으면 1점 밖에 못 가져가는 거에요. 우리는 두 골, 세 골 넣어야 3점을 가져올 수 있는데.” 

“윤주태라는 선수한테, 전남하고 할 때인가, 제가 주태한테, 너 예전 슈퍼매치할 때 4골 넣을 때, 그때 슈팅을 어떤 식으로 때렸니 하니까 말을 못하더라고요. 그냥 생각 없이 골키퍼 보고 편안하게 그냥 갖다대라 그랬어요. 그래서 네가 4골을 넣은 거다. 지금처럼 내가 넣어야지. 어떻게 볼을 보고, 지금 생각 많다. 그때 4골 넣을 때처럼 편안하게 갖다 대라고. 그 얘기를 해줬어요. 그랬더니 2골 넣었나. 그날 그랬더니 2골 넣었죠. 단적은 예인데, 우리 공격 전체가 힘이 들어가있다. 무거운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었어요. 이런 게 좀 풀리고 지금도 그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는데, 그런 게 풀리면 팬들이 좋아하시는 즐거운 축구를 볼 수 있을 거에요. 축구는 골입니다.”

-요즘 황의조 선수 얘기가 많습니다. 일본에 가기 전에는 꾸준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지금 바뀐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욕심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성남에 있을 때는, 성남 팀 컬러 자체가 그랬고, 김학범 감독님 계실 때였죠. 우린 진짜 치열한 혈투를 많이 벌였어요. 김 감독님하고 자존심 싸움도 많이 했고. 근데, 그때 한 골은 넣을 수 있어요, 의조가. 성남이라는 팀도. 근데 두 골 세 골 넣기에는, 저는 그때 성남 경기를 앞두고 준비하면서 그랬던 기억이 나요. 우리는 두 골 넣으면 이긴다고. 그런 얘기를 했던 적도 있고. 근데 지금 의조는 한 골을 넣고 나서 아제는 두 골 세 골을 넣을 수 있는 여유도 생기고, 이제는 애가 욕심이 생긴 거에요. 아… 그래서 본인이 갖고 있는 장점이 너무나도 좋은 리듬을 타면서 그냥 즐기면서 축구를 하고, 두 골도 넣을 수 있다, 세 골도 넣을 수 있다 그런 생각의 변화가 생긴 것 같아요.“

▲ 인터뷰 중인 최용수 감독 ⓒ한준 기자


◆ "1더하기1의 답이 7이라고 할 수 있는 창의적인 선수를 원한다."

최 감독은 주입식 축구를 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현대 축구의 운영 주체는 선수다. 감독이 큰 틀을 만들지만 경기가 시작되면 선수가 운영해야 한다. 최 감독은 창의력을 갖춘 골잡이를 원한다.

-서울도 그런 골을 넣을 수 있는 공격수가 있어야 할텐데, 어떻게 준비를 하고 있는지? 데얀, 아드리아노, 다 좋은 선수인데 데얀은 또 수원에 가 있습니다. 
“데얀이 왜 수원에 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참 나하고 친했던 친구고, 지금도 연락하고, 워낙 프로페셔널한 친구라서, 아마 축구 인생 마무리 시점인데, 정말 유종의 미를 거둘 것 같아요. 아름답게. 항상 응원하고 있고.  근데 이제 상대로 만나기 때문에, 볼 한번 못 잡게 해야죠. 정말 데얀 같은, K리그의 역사를 쓴 친구 아닙니까. K리그를 전체 우리 동아시아에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그 선수 하나로 인해서. 그 친구는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만 해요. 존중 받을 만 하고. 우리는 정말 그런 걸출한 전방 공격수를 데려와야 하는 게 지금 또 제 일이죠.”

-조영욱 선수는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겁없는 플레이로 돋보였습니다. 
“그 친구는 잘 몰랐어요. 19세 대표하고 연령 대표 경기를 TV로만 보고, 현장에 복귀하고 물어봤어요. 코치들한테. 그랬더니 드리블이 좋고, 스피드가 좋고, 결정력이 좋고 슈팅이 좋고, 너무나도 칭찬 일색인 거에요. 훈련하면 같이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았거든요. 쫙 보는데 그렇게 피지컬이 뛰어난 애 같지는 않고. 스피드가 탁월하진 않고. 정말 내가 원하는 기준치에, 그런데 드리블이 정말 환상적이고 메시처럼 이런 애도 아닌 거 같고. 근데 정말 특징이 뭐냐면, 부족함이 없어요. 다 갖췄어요. 하이 클래스에 있는 드리블이나 스피드, 피지컬 이런 것은 아닌데, 부족해 보이는 게 없어요. 많은 걸 갖추고 있어요. 축구 지능은 기본이고. 그래서 이런 친구는 요긴하게 쓸 수 있는 거에요. 100미터 15초 뛰는 선수도 제가 말판을 짤 때는 필요해요.”

-조영욱 선수는 최전방 포지션을 선호한다고 들었는데요.
“요즘은 우리가 바르셀로나나 맨시티나 리버풀, 이런 팀에서는 고정 포지션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아직까지는 우리 K리그에서는 그래도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그런 친구들이 더 가치를 인정 받을 수 밖에 없고. 단적으로 고요한 선수는 어느 포지션일 다 소화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팀에서 상당히 소중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고, 영욱이도 전방이지만 약간 2선에서 이제 이런 상대를 흔들 때나, 배후 침투가 그림이 나올 때는 그런 친구가 요긴하게 쓸 수 있죠. 측면 중앙 다 볼 수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메리트를 갖고 있죠.”

-현대 축구에서 공격수를 까다롭게 본다고 했는데, 원하는 공격수의 조건이 있다면?
“특징이 있어야 되겠죠. 전 선수를 보는 기준 중에 가장 첫 번째가 특징이에요. 스피드가 정말 빠르다던지, 볼 있을 때 볼 없을 때 이런 움직임이 정말 탁월하다던지. 정말 드리블을 잘 한다던지. 조금 속도는 느리더라도. 그런 친구들을 묶어서 한 팀으로 나가면 상당히 좋은 팀으로 갈 수 있는데. 아무래도 첫 번째는 그거죠. 실력, 특징. 지능. 축구 지능이 그래도 있어야 90분을 자기 스스로 콘트롤해가면서 풀어갈 수 있으니까. 이제는 감독이 수학 방정식처럼 문제 주고 뻔한 답을 주기 보다는, 내가 1더하기1이라는 문제를 줬을 때 뻔한 2라기 보다 7이라는 답이 나올 수 있고. 그런 창의적인 축구를 팬들은 원하거든요.”

(3)편에서 계속 됩니다.

인터뷰=한준 기자, 박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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