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수 감독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구리, 박주성 기자, 한준 기자/ 송승민 영상기자] 2018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후반 48. 박주영입니다! 이 골이, 이 골이, 들어갔습니다! 이렇게 축포가 터지고 서울이 생존합니다!”

박주영의 이 천금 같은 골로 FC서울의 불안했던 2018 시즌이 무사히 마침표를 찍었다. 서울의 후반기에 등장해 중요한 경기(강원FC, 전남드래곤즈전, 부산아이파크전)마다 골을 터뜨리며 팀을 잔류로 이끈 박주영. 그는 그동안 어디에 있던 것일까?

지난 10월 최용수 감독이 FC서울의 지휘봉을 다시 잡았다. 황선홍 감독, 이을용 감독 대행으로 이어지던 시기, 서울은 서울의 모습을 잃어갔다. 팀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상황, 최용수 감독은 이를 외면할 수 없었다. 결국 자신의 축구 인생 모든 걸 바친 서울로 돌아왔다. 최용수 감독이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한 건 내부 진단이었다.

솔직한 생각을 말씀드리면 어 이게 서울인가그랬습니다. 제가 와서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지 않습니까? 하지만 하나부터 조금씩 풀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들어와서 보니까 일단 부상선수들이 많았고 선수들이 누가 해주겠지’, ‘누가 골을 넣겠지하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설마가 우리를 이렇게 만든 것 같아요.”

최용수 감독은 사라진 베테랑 박주영을 먼저 생각했다. 서울의 레전드 박주영은 2군에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 분명 이상한 상황이다. 결국 최용수 감독은 박주영을 불러 단 둘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주영아, 너 어디 갔다가 왔냐?”는 최용수 감독의 질문에 박주영은 “2군에서 열심히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두 사람의 교감은 그렇게 다시 시작됐다.

지난 21일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스포티비뉴스는 최용수 감독을 만났다. 1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주영에 대한 질문을 빼놓을 수 없었다. “그동안 박주영 선수가 보이지 않다가 최용수 감독님이 돌아온 후 경기에도 나오고 다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최용수 감독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

▲ FC서울 잔류골을 터뜨린 후 박주영 ⓒ한국프로축구연맹

최용수의 박주영 사용법, “결국은 관심이에요. 소통이고. 내가 주영이보다 축구를 못했지만(웃음) 감독이라는 직업이 선수를 도와주는 자리에요.”

“2년 동안 아무것도 나아진 것 없는 FC서울이 미안하고 죄송하다”, “나는 팀을 부정적으로 만드는, 팀에 피해를 끼치는 선수가 됐다” -박주영 SNS

2018 시즌 초반 박주영의 SNS 게시물이 K리그 판을 후끈 달궜다. 황선홍 감독이 부임한 후 서울이 크게 달라지지 못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박주영의 언급은 스승과 제자의 불화라는 시선으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황선홍 감독은 다음에 이런 일이 또 발생한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렇게 박주영은 1군에서 사라졌다.

이후 이을용 감독 대행이 팀을 이끌었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전임 감독들은 박주영을 바꾸려 했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은 그러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박주영을 인정하고, 소통하려 노력했다. 그렇게 박주영에게 조금씩 다가갔다. 그 믿음과 노력에 박주영은 결과로 답했다. 박주영은 최용수 감독과 함께 빛나기 시작했다.

-박주영이 최용수 감독이 오자마자 자신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가요?

"냉정하게 아직 보여줄 게 조금 더 있는 것 같아요. 우리 팀의 10번입니다. 처음 왔을 때 깜짝 놀란 게 에이스가 너무 없어졌어요. 데얀, 몰리나, 아드리아노, 다카하기, 오스마르 급의 선수들이 다 사라졌어요. 그나마 주영이 우리 팀의 레전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친구인데 사실 그 친구의 능력은 우리가 존중을 해줘야 합니다. 나는 이 친구의 뒤를 계속 봤어요. 왜 이 상황까지 왔는지 불러서 이야기도 해보고, 결국은 관심이에요. 소통이고."

내가 주영이보다 축구를 못했지만(웃음) 감독이라는 직업이 선수를 도와주는 자리에요. 나도 예전에는 그런 걸 몰랐는데 선수들이 정말로 웃을 수 있는 분위기에서 축구 생활을 오래하면 좋겠어요. 주영이는 갖고 있는 장점이 분명히 있는 선수에요. 예전처럼 뛰는 거리, 스프린트를 기대하기보다 적재적소에 득점이 필요할 때, 선수단의 분위기가 쳐져 있을 때 그래도 이 친구가 분명히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90분을 다 쓰기에는 현재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요. 그래도 저렇게라도 희생하고 그런 게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스트라이커는 저 나이 때가 정말로 방점을 찍을 수 있는 나이거든요. 허심탄회하게 많은 이야기를 해요. 네가 해서 안 될 것, 축구 선배로서 저런 친구들은 진정성을 갖고 접근해야 돼요.”

▲ 벤치에 앉은 박주영 ⓒ한국프로축구연맹

주영아, 너 어디 갔다가 왔냐”, “2군에서 열심히 했습니다

2군으로 물러난 박주영은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 마침내 최용수 감독이 부임한 후 박주영 카드를 꺼냈다. 복귀전이었던 제주유나이티드 원정에서 바로 박주영 카드를 꺼내려 했지만 당시에는 예상치 못한 감기 증세가 심해져 박주영을 쓰지 못했다. 그리고 1027일 홈에서 열린 34라운드 강원전, 박주영은 교체로 들어와 약 7개월 만에 골을 터뜨렸다.

득점 후 박주영은 경기에 못 나온다는 것에 대해선 내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감독님 선택이다. 내가 실력이 부족해서다. 다만 개인적으로 실망하게 만든 부분은 그럼에도 훈련은 항상 온전하게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최용수 감독님이 새로 오신 뒤엔 배려를 잘 해주셨다. 나도 감독님 스타일을 안다. 그래서 오늘 같은 골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용수 감독은 어떻게 박주영을 다뤘을까? 최용수 감독은 절대 자신을 선수들보다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수평적인 위치에서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박주영과 에피소드 중 말하지 않은 것이 있나요?

"‘너 어디 갔다가 왔냐’, ‘2군에서 열심히 했습니다’, ‘너가 왜 2군에 갔다고 생각하냐고 물어보니까 자기 책임 뭐 약간 말할 수 없는 뉘앙스를 받았습니다. 우리가 또 그런 걸 잡아내는 직업 아닙니까? 표현을 안했지만 마음에 뭔가 아픈 혹을 갖고 있구나 했습니다. 1군에서 같이 훈련하면서 저 정도 체급을 가진 선수는 이거해라 저거해라 유소년 가르치듯이 접근하면 안 됩니다. 서로 존중해야 합니다. 그 친구도 한 가정의 가장이고, 나도 그렇고. 정말 인간적으로 대화를 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컨디션을 보니 20-30분은 아주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몸이에요. 그 친구가 2군에서 뛰었던 경기도 조금 관찰도 했습니다. 그런데 딱 머릿속에는 백업, 조커로 요긴하게 쓸 수 있겠구나, 또 저 친구는 몸이 안 좋다보니 운동량을 늘리는 것보다 유지 정도만 해도 됩니다. 워낙 많은 경기를 뛴 친구 아닙니까? 그런 친구는 적절하게 경기 위주로 컨디션을 배려해줬습니다. 본인도 나에게 거짓말을 하면 안 되고, 나도 쟤에게 거짓말을 하면 안돼요.”

-이번 시즌 상황이 급박했는데 박주영 선수의 은퇴설도 있었습니다. 내년 시즌 더 많은 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끌어올릴 수 있는 상황으로 보시는지? 다음 시즌 비중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아마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장했는데 본인이 좋은 컨디션을 되찾는 자기 만의 방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자기 몸은 자기가 알아요. 그걸 되찾고 몸의 균형, 다른 부위 보강 운동을 통해 깨달은 거 같아요. 주영이 같이 팀에 후배들과 잘 소통하는 친구는 감독 입장에서 나쁘지 않죠."

(4)편에서 계속 됩니다.

인터뷰=한준 기자, 박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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