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하노이(베트남), 김도곤 기자 / 이강유 영상 기자] "박항서 감독의 인기는 '어메이징'이다. 한국에서는 어떤가?"

베트남 축구의 영웅이 된 박항서 감독, 그 인기는 단순히 인기 수준을 넘어섰다.

박항서 감독은 지난해 베트남에 부임해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축구선수권대회 결승 진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을 이끌었다. 이는 베트남 축구 역사상 처음이다. 그리고 AFF 스즈키컵 우승으로 정점을 찍었다. 비록 전력상 떨어지는 것이 맞지만 최근 이 열기는 아시안컵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다.

북한과 평가전을 하루 앞둔 24일 기자회견에서 그 기대가 확인됐다. 많은 취재진들이 몰려 박항서 감독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한 베트남 기자가 말을 걸어왔다. 베트남 'sport5'의 테드 트란 기자다. 박항서 감독과 관련한 질문을 했고, 우리도 '이때다' 싶어 이런 저런 질문을 던졌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할 질문, 인기가 많다 많다 하는데 박항서 감독의 인기는 얼마나 많을까? 트란 기자는 '어메이징'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베트남에서 인기가 이렇게 높은데 한국에서는 어떤가?"라고 물어왔고 똑같이 '어메이징'이라고 답해줬다.

최근 베트남 고교 시험 문제에 아이돌 방탄소년단과 박항서 감독이 나와 화제가 됐다. '방탄소년단과 박항서 감독 중 누가 인기가 많은가'라는 질문도 해봤다. 트란 기자는 잠시 망설이더니 "난 박항서 감독이 더 좋다"라며 웃으며 답했다.

내친김에 아예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에서 갖는 의미, 스즈키컵 우승, 아시안컵에 대한 등에 대해 물어봤다.

▲ 박항서 감독 ⓒ 한희재 기자
일단 박항서 감독이 갖는 의미는 실로 대단하다. 트란 기자는 "박항서 감독이 온 후 베트남 축구는 완전히 달라졌다. 베트남이 U-23 대회 결승에 갔을 때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대표팀이 하노이로 돌아왔을 때 선수들을 기다린 사람보다 박항서 감독을 환영한 인파가 많았다. 박항서 감독은 배우, 가수보다 더 유명하다. 베트남에서 제일 유명한 인사다"고 했다.

최근 그 열기가 스즈키컵 우승으로 정점을 찍었다. 2008년 이후 무려 10년 만에 거둔 우승이며 베트남 역대 두 번째 우승이다. 스즈키컵은 '동남아 월드컵'이라 불릴 정도로 인기가 엄청나다. 그 대회에서 10년 만에 우승을 거뒀다.

"스즈키컵 우승을 위해 많은 시간 노력했고, 결국 10년의 시간이 걸려 우승을 차지했다. 좋은 선수, 코치가 있었지만 늘 우승에 실패했다. 그런데 이번에 박항서 감독이 우리의 꿈을 이루게 해줬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박항서 감독을 사랑하는 이유다."

베트남 사람들이 박항서 감독을 사랑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그동안 부단히 노력했지만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게 해준 인물이 박항서 감독이다.

아시안컵에 대해서는 비교적 솔직한 생각을 보여줬다. 박항서 감독의 지도 아래 동남아에서 확실한 강자로 자리매김했지만 우승 후보들이 즐비한 아시안컵을 힘든 것이 사실이다. 테트 기자도 "솔직히 승점 4점만 따도 잘한 것이라 본다. 한국, 일본, 호주 등 강한 상대가 많다. 또 한국에는 손흥민(토트넘)같이 유럽에서 뛰는 선수도 있다"며 인정했다. 하지만 "만약이라도 베트남이 결승에 진출하면? 이곳은 난리가 날 것이다"며 그래도 박항서 감독이기에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 박항서 감독을 응원하는 팬 ⓒ 스포티비뉴스
훈련에서도 박항서 감독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수많은 취재진은 물론이고 팬들도 훈련을 찾았다. 딱 15분만 공개된 훈련이지만 팬들은 경기장에 오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눈길을 끄는 팬이 있었다. 박항서 감독을 그린 그림을 들고 다닌 팬이었다. 심지어 얼마 전까지 헤어스타일로 박항서 감독의 얼굴을 그릴 정도였다. 어마어마한 열성 팬이다. 이 팬은 '박항서 힘내라!'를 연호했다.

취재진도 인터뷰를 당했다. 지난달 스포티비뉴스 영상 기자가 베트남 언론의 인터뷰 대상이 됐고, 이번에도 영상 기자가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무려 베트남 국영 방송인 'VTV'다. 박항서 감독에 대한 생각과 베트남이 아시안컵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에 대해서다. 아시안컵에서 선전을 기원한다는 응원 메시지도 빼놓지 않았다.

이 정도면 단순히 인기가 많은 걸 떠나 신드롬이다. 베트남을 강타한 '박항서 신드롬', 그 신드롬이 이제 아시안컵이란 큰 무대 앞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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