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투 감독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박주성 기자] 우리가 최대 우승후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파울루 벤투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59년 만의 우승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스타들이 등장했고, 한국 축구의 전성기를 이끌었지만 아시안컵 정상에 오른 건 59년 전 이야기다. 이제 그 케케묵은 아시안컵 우승 기억을 현실로 만들 시간이다.

벤투호의 전력은 가히 우승권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축구를 이끌고 있는 손흥민을 필두로 기성용, 구자철, 이청용, 황의조, 조현우 등 이번 아시안컵에 나서는 대표팀 라인업은 우승에 도전할 만하다. 하지만 과거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등 2002 월드컵 세대가 주축일 때도 한국은 아시안컵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방심은 금물이다.

다행히 파울루 벤투 감독은 신바람을 타지 않았다. 많은 선수들이 우승의 적기라고 이야기하며 한국 축구의 봄바람을 이어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벤투 감독만은 쉽게 웃지 않는다. 자신 앞에 놓인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과제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는 누구보다 신중하게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 벤투 감독 ⓒ대한축구협회

승승장구에도 벤투는 신중하다

벤투호가 한국 축구의 따뜻한 바람을 만들고 있다. 부임 후 A매치 7경기 무패행진. 그럴 만한 분위기다. 칠레, 우루과이, 호주 등 강팀과 붙어도 패배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아시아에서 늘 어려운 경기를 펼쳤던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도 4-0 대승을 거뒀다. 실험을 택한 사우디에는 졸전 끝 0-0 무승부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대표팀의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벤투 감독의 입꼬리는 쉽게 올라가지 않는다. 아시안컵 최종명단을 발표한 후 벤투 감독은 목표를 묻는 질문에 단호하게 답했다. 많은 사람들은 ‘59년 만에 한국에 우승컵을 선물하겠습니다같은 각오를 기대했지만 벤투 감독은 쉽게 말을 내뱉지 않았다.

지금 가장 큰 목표는 우리의 플레이를 잘 준비하고 목표달성에 집중하며 팀을 만드는 것이다. 외부에서 그런 전망(우승)을 하고 있다는 건 지난 6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동안 모습이 좋아 긍정적인 생각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능력이 있고,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확신이 있다. 한편으로는 우리만 우승후보가 아니란 걸 잘 알고 있다. 상대팀들도 준비가 잘 됐을 것이다. 우리가 최대 우승후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박지성

박지성-이영표도 못한 아시안컵 우승

한국은 아시안컵에 14번이나 출전한 최다 출전국이다. 하지만 우승은 단 2. 초대 대회인 1956년과 국내에서 열린 1960년 둘 뿐이다. 당시 대회는 참가국이 4개뿐이라 최근 대회에 비해 우승 가능성이 높았다. 마지막 우승 이후 한국은 4번이나 결승전에 올랐으나 모두 고배를 마셨다. 최근 대회에서는 호주에 통한의 패배를 당하며 무릎을 꿇었다.

그만큼 아시안컵은 쉽게 우승할 수 있는 대회가 아니다. 한국 축구 최고 스쿼드로 평가 받았던 2011년 대회에서도 한국은 대회 3위에 머물렀다. 당시 한국은 박지성, 차두리, 이영표, 손흥민, 기성용, 구자철, 지동원, 윤빛가람 등 올스타에 가까운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4강에서 탈락했고, 3위 결정전에서 우즈벡을 꺾고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은 좋은 선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절정에 오른 손흥민과 기성용, 황의조, 이청용, 이재성, 황희찬 등 다양한 해외파 선수들이 대표팀의 중심을 잡고 있다. 벤투 감독은 울산 동계 전지훈련에서부터 아부다비까지 선수들의 조합을 실험하며 아시안컵 정상으로 가기 위한 길을 찾고 있다.

▲ 벤투 감독 ⓒ대한축구협회

졸전사우디전에서 확인한 희망

유효슈팅 0. 벤투호가 아시안컵을 앞둔 최종 모의고사 사우디전에서 얻은 성적표다. 결과는 0-0. 후반 막판 기성용은 페널티킥까지 놓치며 승리의 기회를 걷어 차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최근 경기력과 다른 모습에 물음표를 던졌다. 부임 후 처음으로 걱정과 우려의 시선도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반대다.

경기 후 벤투 감독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면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다. 선수들이 전반전 동안 새로운 전술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후반전에는 분명히 나아졌다. 상대보다 많은 기회를 만들었고, 상대에게 위협적인 기회도 많이 내주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볼 때 나쁘지 않은 경기를 치렀다고 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개인적으로도 이번 최종 모의고사 졸전은 완승보다 더 많은 걸 가져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변형 스리백을 실험했고, 자칫 떠오를 수 있는 분위기를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선수들의 불안정한 컨디션도 확인했다. 벤투 감독도 손흥민이 빠지고 다른 선수가 투입됐다고 해도 우리의 기본적인 플레이 스타일이나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희망을 그리고 있다.

▲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 아시안컵 한국 조별리그 일정

1차전 1/7(월) 오후 10시 30분 VS필리핀

2차전 1/12(토) 새벽 1시 VS키르기스스탄

3차전 1/16(수) 오후 10시 30분 VS중국

▲ ⓒ대한축구협회

한국 대표팀 아시안컵 최종명단 23인

골키퍼-김승규(빗셀고베), 김진현(세레소오사카), 조현우(대구FC)

수비수-김진수(전북현대), 홍철(수원삼성), 김문환(부산아이파크), 이용(전북현대), 김민재(전북현대), 권경원(텐진취안젠), 정승현(가시마앤틀러스), 김영권(광저우에버그란데)

미드필더-손흥민(토트넘홋스퍼), 이청용(보훔), 나상호(광주FC), 황희찬(함부르크), 이재성(홀슈타인킬), 주세종(아산무궁화), 황인범(대전시티즌),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정우영(알사드), 기성용(뉴캐슬유나이티드)

공격수-황의조(감바오사카),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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