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승준.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가오슝(대만) 김건일 기자] 송승준은 지난해 79이닝을 던졌다. KBO에 뒤늦게 데뷔한 2007년 이후 두 번째로 100이닝에 도달하지 못했으며 두 번째로 적은 이닝이다.

가장 적은 이닝을 던진 시즌은 2016년. 부진 때문에 대부분 시간을 2군에서 보낸 결과 41⅓ 이닝에 그쳤다. 물론 2017년 전성기 송승준으로 반등했다. 하지만 이번엔 2년 전과 사정이 다르다. 송승준은 올해 40세다. 평균적으로 신체 나이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다. 게다가 현재 송승준에게 마련된 자리는 없다. 선발 또는 불펜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오늘날 프로야구계에선 베테랑을 보는 시선이 매우 차갑다. 지난해에만 이종욱 이진영 정성훈 등 베테랑 선수들이 설자리를 잃고 줄줄이 유니폼을 벗었다. 가뜩이나 입지가 줄어든 상황에서 마이너리그와 한국에서 오랜 시간을 공유했던 동갑내기 봉중근의 은퇴 소식은 송승준에게 끝을 생각하게 했다.

송승준은 "아직 안 끝났다"고 말했다. 지난날의 영광은 잊은 지 오래. 10살, 심지어 20살이나 어린 투수들과 같은 위치에서 공을 뿌리고 있다. 혈혈단신으로 미국에 발을 들였던 2007년을 떠올리게 하는 도전 정신이다. 불혹의 나이에 새 출발선에 선 송승준을 롯데 1차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대만 가오슝에서 만났다. 송승준은 "끝을 고민하는 시점"이라고 말하면서 "아직은 경쟁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제 40세가 됐다. 적지 않은 나이인데 느낌이 어떤가

"아직까진 실감은 안 난다. 다만 아래 선수들이 공을 뿌리는 것을 보면 '아 내가 나이를 많이 먹었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아직 내 몸은 경기할 정도가 되기 때문에 괜찮다. 나 자신과 내 몸은 내가 가장 잘 안다. 아직은 그만두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내가 부족하고 몸이 안 좋다면 알아서 그만두지 않겠나."

-구단이 육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젊은 선수와 경쟁이 쉽지 않아 보인다

"내가 베테랑이지만 젊은 선수를 키워 나가는 게 구단이 할 일이며 코칭스태프의 숙제다. 충분히 이해한다. 모든 프로스포츠가 그렇듯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일단은 선의의 경쟁을 할 것이다. 단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도 후배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 잘 커 줬으면 좋겠다. 후배들이 잘 커서 자리를 잡아 이 팀의 미래가 밝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나도 어린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동기부여가 될 수 있고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 생각한다."

-비슷한 나이 대 선수들이 하나 둘 은퇴했는데

"동기 이종욱이 지난해 은퇴하고, 또 절친했던 김사율도 은퇴했다. 여러 생각이 든다. 그동안 선배들이 은퇴하는 것만 봤는데 이젠 '남 일이 아니구나'라고 느껴진다. 미국에서 같이 야구했던 봉중근이 은퇴했을 땐 더 와닿았다. 물론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야구를 해야겠지만 그래도 아직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크다."

-선수 생활을 어떻게 마치고 싶다는 생각이 있을 것 같다

"나 자신이 아 이만큼 했으면 됐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만할 것이다. 떠밀려서 은퇴하는 경우가 많지 이런 생각을 갖고 은퇴하는 사람은 10%도 안 되지 않을까. 그렇게 은퇴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정말 큰 영광일 것 같다. 내 마지막 목표는 팀 우승을 보고 은퇴하는 것 하나, 다른 하나는 이제 그만 됐다고 생각했을 때 은퇴하는 것이다. 그 말은 내가 이 팀에서 경쟁력이 있어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이 두 가지만 생각하고 있다."

선수 생활 내내 선발로 뛰어온 송승준은 2017년 시즌 도중 불펜으로 옮겼다. 후배 박세웅이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자리를 내준 것이다. 게다가 불펜에선 강행군을 했다. 연투는 물론이고 쉬는 날 없이 4이닝을 던진 적도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송승준은 "팀을 위해서라면 괜찮다"고 누누이 말했다. 지난 시즌 부진으로 올해 보직이 확실하지 않다. 이 가운데 양상문 롯데 감독은 선발투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오프너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히면서 송승준을 후보 중 한 명으로 언급했다.

-2017년 반등했지만 지난 시즌엔 다시 부진했다

"허벅지를 다쳐 재활군과 퓨처스리그에 오래 있다 보니 몸도 리듬도 깨졌다. 지난해엔 무언가 잘 안 맞아떨어지더라. 느낌도 안 좋고 하는 것마다 안 됐다. 하지만 올해엔 느낌이 좋다. 무엇보다 안 아팠으면 좋겠다."

-팀을 위해서 보직은 상관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최근 5선발 또는 오프너 후보로 언급되고 있는데

"보직은 잊은 지 오래다. 오프너는 메이저리그에서 자주 나왔고 난 마이너리그에 있었을 때 오프너와 비슷한 형태로 몇 차례 등판한 적이 있다. 패전처리든 무엇이든 팀이 이길 수 있으면 안 가린다. 이렇게 말하면 '송승준이 작아졌나'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팀을 생각한다면 내가 어느 상황에 나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가서 막는 게 중요하다. 언제 나가든 이젠 내가 1군에 있는 것만으로 절실한 나이가 됐다. 한창 전성기 땐 내 자리가 정해져 있었고 2군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렀고 밑에서 선수들이 잘 크고 있다. 지난해부터 빠르게 현실을 직시하고 나이가 들면서 내 위치가 내려가는 것을 받아들이고, 내가 팀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생각하다 보니 보직은 잊었다."

-최근엔 구단이 선수 가치를 매길 때 지난날의 보상보단 미래 가치에 중점을 둔다. 선수가 희생만 너무 앞세운다면 훗날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다.

"난 단지 가슴에 새긴 자이언츠 마크와 내 투구, 그리고 우리 팀 선수들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팬들을 생각하고 야구를 하고 있다. 다른 건 생각하지 않는다. 나이 먹더라도 내가 잘한다면 안 좋게 끝나진 않을 것이다. 결국엔 내 몫이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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