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렌시아 1군에 등록됐지만 이강인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발렌시아CF


[스포티비뉴스=발렌시아(스페인), 강경훈 통신원/ 한준 기자] 이강인(18, 발렌시아CF)은 허울뿐인 1군 등록을 원하지 않는다. 꾸준한 출전 기회를 위해 임대 이적을 고려하고 있다.

발렌시아 구단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강인은 스페인 에이전트를 통해 2019-20시즌 여름 이적 시장에 임대 이적을 원한다는 의사를 전했다.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이 10일 열린 레알 소시에다드와 2018-19 스페인 라리가 23라운드 사전 회견에서 "17세 선수가 꾸준히 뛸 수는 없다. 부상자가 돌아와 예견된 일"이라며 명단 제외 이유를 말한 뒤에 진행된 일이다.

이강인은 발렌시아의 연령별 유소년 팀을 모두 거치며 성장했다. 만 17세의 나이에 프로 2군 주전으로 자리잡고, 1군에 입성했으며, 코파델레이와 라리가를 통해 1군 공식 데뷔전을 치렀다. 만 18세 생일이 되기 전인 지난 1월 1군 엔트리에 공식 등록되어 등번호 16번을 받았다.

발렌시아와 마르셀리노 감독의 계획 안에 있는 듯 했던 이강인은 주전 왼쪽 윙어 곤살루 게디스가 회복하자마자 명단에서 빠졌다. 마르셀리노 감독은 앞으로도 뛰기 어려운 것이라는 입장을 공개 표명했다. 이강인은 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 임대 이적이라도 추진해 원하는 포지션으로 꾸준히 경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 기회 주기 어렵다는 마르셀리노 감독, 출전이 필요한 이강인

마르셀리노 감독 체제가 유지될 경우 2019-20시즌에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2019-20시즌 전반기에 성적 부진으로 경질 위기에 처했던 마르셀리노 감독은 코파델레이 4강 진출과 라리가 후반기 8위 도약으로 입지를 회복했다.

문제는 마르셀리노 감독이 추구하는 플랫 4-4-2 포메이션 안에 이강인이 최고의 활약을 펼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강인의 주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다. 플랫 4-4-2 포메이션은 투톱과 두 명의 측면 미드필더,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틀을 갖추고 경기한다. 

왼발을 쓰는 이강인은 왼쪽 날개로 뛰지만 전통적인 윙어 스타일이 아니다. 중앙 미드필더 한 자리를 차지하기에도 체구와 수비력에 한계가 있다. 투톱 중 한 명으로 뛰기에도 스트라이커 포지션에 경쟁이 치열하다. 

이강인은 코파델레이 32강, 16강, 8강에 내리 출전했다. 1부리그 소속인 헤타페와 8강 2차전에는 홀로 두 골의 기점이 되는 패스를 연결해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기도 했다. 라리가 경기에도 측면에서 활발한 크로스를 전개하며 제 몫을 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진입해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플레이를 선보이려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이강인은 마르셀리노 감독 체제에서 최고의 경기를 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마르셀리노 감독이 기존 주전 선수들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강인은 한창 경기 경험을 쌓고 성장할 나이에 기약 없는 기회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낼 생각이 없다.

▲ 벤투 감독이 메스타야에 방문했으나 이강인은 명단에서 빠졌다. ⓒSPOTV NOW


◆ 1군 등록으로 2군 출전 불가, 최적 포지션에서 훈련도 못하는 상황
 
1군에 등록된 이강인은 2군 경기도 뛸 수 없게 됐다. 벤치도 아닌 관중석에서 잔여 시즌을 보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강인의 1군 정식 등록은 발렌시아가 원해서 진행됐다. 2019-20시즌들어 1군 경기를 치르며 주가가 높아지자 2,000만 유로로 설정된 바이아웃 조항으로 이강인을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강인은 과거에 레알 마드리드의 이적 제안을 받았고, 바르셀로나, 아스널, 맨체스터 시티 등의 관심도 받았다. 이강인을 뺏길 위기에 처하자 발렌시아가 취한 행동은 지난해 재계약 당시 삽입한 1군 등록시 바이아웃 8,000만 유로 상향 옵션을 발동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1군 등록으로 인해 이강인은 생일이 지나더라도 만 18세로 유소년 단계 나이임에도 1군 엔트리에 들지 못해도 2군 경기를 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미 1군에서 실력을 검증 받은 이강인에게 3부리그에 소속되어 있는 2군 경기 경험이 큰 의미가 없게 된 상황이기도 하다. 이강인은 발렌시아 1군 훈련에서도 자신이 선호하는 공격형 미드필더 포지션을 아예 소화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도 아쉬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이강인은 경기장 밖에서 시간을 보낼 생각이 없다.


◆ 마르셀리노 전술과 부조화, 임대 이적 요청의 결정적 이유

관계자에 따르면 이강인은 2019-20시즌에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뛸 수 있는 팀으로 임대를 가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우선 고려 대상은 스페인 내 임대 이적이다. 하부리그가 아닌 1부리그 팀에서 뛰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지난해 소문이 돌았던 말라가 임대 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이 이강인을 관찰하기 위해 10일 발렌시아와 레알 소시에다드 경기가 열린 메스타야를 방문했다. 이강인이 명단에서 빠져 뛰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3월 A매치 소집보다 무르시아에서 진행될 20세 이하 대표팀의 FIFA U-20 월드컵 대비 훈련 및 평가전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이강인은 라리가 후반기 경기 기회가 줄더라도 20세 이하 대표팀 일정으로 실전 감각을 유지할 계획이다. 5월에 폴란드에서 FIFA U-20 월드컵이 개막하고, 이강인의 선발이 확실시 된다. 

발렌시아는 이강인이 빠진 최근 세 차례 공식 경기에서 모두 비겼다. 경기 내용도 무력했다. 스페인 현지 팬들은 유망주 이강인의 번뜩임을 그리워 하고 있다. 이강인의 임대가 실제 진행될 수 있는 여름 이적 시장이 열리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 에이전트를 통해 의사를 전한 단계라는 점에서 실제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이강인이 이대로 경기장 밖에서 시간을 흘려보낼 생각이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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