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르고 있는 손흥민.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따로 개인 기술을 연마했고, 독일 분데스리가로 건너가 프로에 데뷔한 이례적인 경우다.
▲ 14일 전북 군산에서 개최된 금석배. 사진은 지난해 경기 장면. ⓒ전라북도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군산, 이종현 기자] "'다음에 잘하겠지'가 아니라, 구조를 봐야 한다. 우리 초등학교 아이들이 무슨 축구를 하고 있지, 어떤 시스템에 노출돼 있지? 지도자는 어떤 방식으로 지도하고 있는지를 봐야 하는데. 이런 구조에서는 '월드클래스'가 나오기 힘들다." 이상운 대한축구협회 경기 운영 팀 과장

◆8인제 시작의 고민, 좁혀지는 아시아 격차-멀어지는 선진국 

14일 전라북도 군산에서 개최된 금석배 전국학생축구대회. 올해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처음 정식 시행된 '8인제 축구'가 단연 대회의 화두였다. 경기장 크기를 줄이고 8명의 선수가 뛴다. 골킥으로는 하프라인을 넘길 수 없다. 지도자는 주어진 '코칭타임'에만 아이들에게 주문할 수 있다. 아이들의 볼터치를 극대화하고 자율적인 축구를 심기 위한 작업이다. 

최근 아시아권에서 한국은 더 이상 '호랑이'가 아니다. 지난 아시안컵에서 8강 탈락한 것이 단적인 예며, 더 앞서선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말레이시아에 1-2로 충격 패한 것이 극명한 예다. 

8인제 축구 도입은 10년 전부터 이야기가 나왔다. 어린아이에게 성인 축구와 같은 11인제 포맷으로 교육하는 건 적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들은 조직과 체력보다는 개인 기술을 향상시켜야 할 시기다. 이런 일환으로 스페인과 벨기에는 1980년대부터 8인제 축구로 대변되는 '스몰사이드 ' 축구를 했다. 잉글랜드도 벌써 스몰사이드  축구 도입 7년째를 맞았다.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는 "우리 선수들의 개인기가 계속 지적되고 있다. 실질적으로 아시안컵도 그렇고 우리 선수들이 개인기가 예전보다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8인제가 스몰사이드 경기이니 볼 터치가 많고, 득점 기회도 많아지고 실점 기회도 많이 만들어진다. 사실 10년 전부터 스몰사이드 축구 도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많이 늦었지만, 올해부터라도 시행하게 돼 다행이다"며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홍 전무는 또한 "우리는 지금 대회하는 것에 가장 큰 목표는 대학 가는 것이다. 3학년이 대회 가는 것이 가장 큰 초첨이다. 1학년이 뛸 수 없는 상황이다. 예전부터 내려왔던 축구의 어려운 점이다. 결과적으로 벤치에 앉아서 훈련만 한다. 이걸 협회에서 저학년 리그도 만들고 대회도 만들고. 그래야 저학년들이 짧은 기간에라도 이 연령대가 경쟁할 수 있다. 16세, 17세, 18세 높은 경기를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런 상황이 안 되고 있다. 그 나이대에 계속 벤치에서 있고 경쟁력 없는 연습경기만 한다. 그 갭을 어떻게 메우는 지가 한국 축구의 미래를 봤을 때 가장 중요하다"며 현 상황을 짚었다.  

▲ 8인제에 대한 생각을 밝히는 대한축구협회 홍명보 전무ⓒ대한축구협회

◆8인제의 효과는 곧바로 드러나지 않는다

이상운 대한축구협회 경기 운영 팀 과장은 조금 더 직설적으로 8인제 축구 도입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도입에 오래 걸린 이야기를 설명했다. 

"(8인제 도입을 반대하는 것엔) 의견이 몇 가지 있다. 인원이 빠지는 것에 부담이 있다. 11명에서 8명으로 빠지는 것에 대한 것인데. 팀들이 회비로 운영이 된다. 그렇게 되면 당장 힘든 요소가 있다. 또 하나는, 반대를 위한 반대인 거 같은데 11인제를 (8인제에 적응한 초등학생이 중학교로 올라가서 11인제에) 적응하기 어렵다. 이건데 우리는 중학교 때 좋은 선수가 아니라 성인이 됐을 때 좋은 선수가 되는 게 최종 목적이면, 시작할 때 8인제를 하기 위해 8인제를 하는 게 아니라 11인제를 조금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전술적이나 기술적으로나 위해 8인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8인제 축구가 정착하고 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극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1980년대부터 스몰사이드  축구를 시작한 인구 1160만의 벨기에는 스몰사이드  축구로 성장한 케빈 더 브라위너(맨체스터 시티), 에덴 아자르(첼시), 로멜루 루카쿠(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의 황금세대가 중심이 돼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를 차지했다. 의미하는 바가 크다. 

"초등학교생도 성인이 됐을 때 (8인제로 뛰어온 유럽 아이들과) 이 갭은 성인이 됐을 때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차이로 벌어진다. 이미 늦었다. 지금은 눈에 안 보이지만. 지금도 '이게 좋아?', '11인제와 무슨 차이야?, 별반 차이 없어 보이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차이가 크다. 볼을 더 많이 터치하고, 100% 이상 차이나는 게 아니지만, 이게 쌓였을 때 차이는 도저히 벌어질 수 없게끔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가 독일을 이겼다고, 독일보다 축구를 잘하는 걸까요? 선수의 능력 게이지로 봤을 땐 뒤처져 있죠. 안타까운 건 독일은 우리 단계를 지나서 발전하는 속도가 곱하기가 됐다. 이런 구조에서는 월드클래스가 나오기 힘들다."

▲ 금석배 8인제 경기 장면, 8인제 때 아이들에게더 많은 공간이 제공됐다. 득점 상황이 잦았다. ⓒ이종현 기자

◆어른들의 욕심이 망친 아이들 축구, 이제는 바꿔야 한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지도자의 '지나친 관여' 속에 축구를 배운다. 어린아이에게 육두문자를 쓰거나 폭력을 가하는 지도자도 있었다. 축구를 재미있게 배워야 할 시기에, '지도자 말을 들으면 혼나진 않겠지'라는 수동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다. 자유롭게 축구를 배운 아이들과 경쟁했을 때 뒤처질 수밖에 없다.  

최근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른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함께 개인 기술을 연마했고, 비교적 이른 나이에 독일 분데스리가의 함부르크에서 성장해 지금의 수준에 이른 것은 그래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최근 두각을 나타난 해외파 대부분(백승호, 이승우, 이강인) 역시 어려서부터 해외에서 선진 축구를 배웠다. 

"(한국 축구의 문제점은 어른들의) 조급성. 아이들은 기다려주고. 성인이 되서 잘하는 선수를 길러야 하는데. 시작부터 선수를 잘 길러서 성인이 됐을 때 포텐이 땅 터져야 하는데. 유럽으로 따지만 18세, 19세, 20세. 유럽은 이미 1군을 뛴다. 월드클래스가 나오고. 나올 수 있는 이유가 이 관점에서 선수를 육성한다. 우린 연관성이 떨어진다. 지도자도 달라, 목적도 달라, 다 다르다. 그러니 지도자는 이 선수들을 데리고 우승하기 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

"훈련양도 많고. 근데 전체 선수 육성 과정에서 꾸준히 성장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때그때 (성적을 내려고). 우리는 최소 하루에 한 번 이상, 경기 때 가면 방학 때는 두 탕해요.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하지만) 그들(유럽 선진국은)은 대회의 관점이 '연습에 했던 게 경기장에서 잘 해낼 수 있는가'에 초점이 있다."

"축구를 잘한다는 것, 월드클래스는 '1대 1 드리블을 현란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황에서 판단을 잘하는 것. 킥을 할 것인가, 가까운 데 줄 것인가, 아니면 내가 볼을 잡고 나아갈 것인가를 순간순간 판단을 잘하는 선수'가 (월드클래스다). 근데 그런 판단을 잘 못 하는 선수가 있어요. 왜 지도자가 계속 떠들거든. '야 잡아, 킥해, 돌아서, 패스해, 빨리 줘, 쉽게 해, 가까운 데 줘.' 그런 어떤 현상이 일어나느냐면 선수들이 안전한 플레이를 한다. 도전을 안 하려고 한다. 배우는 이 친구들은 도전적으로 해야 한다. 공을 훅 밀고 드러나기도 하고, 실수로 뺏기기도 하고. '이렇게 하면 뺏기는가'를 몸으로 배워야 한다. 체득이 돼야 내 몸에 녹아서 자동적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 우리는 그게 너무 부족하다."

늦었지만, 개선해야 할 점은 고치고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서 지금의 변화는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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