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강속구 군단 중간 1위 하재훈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뭐 150㎞가 너무 쉬워 보이네요…”

SK의 한 베테랑 투수는 라이브피칭을 하는 후배들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SK는 선수별로 1~2차례 라이브피칭을 소화했다. 이제 막 라이브피칭에 들어가는 베테랑들도 있다. 그런데 젊은 선수들의 힘이 만만치 않다. 벌써 스피드건에 심상치 않은 숫자들이 찍힌다. 구속이 전부는 아니지만, 적어도 겨우내 준비를 잘했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SK 불펜을 이끌었던 좌완 김태훈은 “우리 팀은 최고 150㎞가 나오지 않으면 투수도 아니다”고 농담을 섞었다. 그만큼 젊은 선수들의 구속이 시작부터 잘 나오고 있다. 물론 실제 경기는 아니라 단순하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2월 중순 라이브피칭에서 이미 자신들의 최고 구속에 근접한 수치를 자랑하고 있다.

가장 빠른 선수는 우완 하재훈이다. 올해 SK에 입단한 하재훈은 사실 투수 경험이 많지 않다. 그러나 “150㎞를 그냥 던질 수 있는 투수”라던 SK 스카우트팀의 평가는 허언이 아니었다. 하재훈은 16일(한국시간) 라이브피칭에서 최고 155㎞의 강속구를 던졌다. 시작부터 150㎞가 찍혔고, 던질수록 구속이 올라가더니 마지막 공에서 최고를 찍었다. 밸런스가 딱 잡혀 던졌다는 느낌이 온 순간에 나온 수치였다.

우완 이원준도 만만치 않다. 체격이 성장하면서 구속도 오른 이원준은 플로리다에서 최고 150㎞를 던졌다. 올해 이원준을 중용할 생각인 염경엽 감독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지난해 신인이었던 조성훈 또한 최고 148㎞가 나왔다. 손혁 투수코치는 “아직도 체격이 더 좋아지고 있어 얼마나 더 성장할지 기대가 되는 선수다. 150㎞를 넘는 구속도 가지고 있다”며 기대를 걸었다. 구속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강지광은 일찌감치 150㎞를 넘겼다.

이승진은 와인드업이 아닌 세트포지션에서 최고 147㎞를 던져 성장세를 과시했다. 이원준 조성훈 이승진은 팀 6선발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코칭스태프에서 오버페이스를 자제할 정도로 현재 몸 상태가 최상이다. 외국인 선발 자원인 앙헬 산체스(최고 150㎞), 브록 다익손(최고 144㎞) 또한 첫 피칭치고는 예상보다 빠른 구속을 기록했다는 평가다. 사이드암 박민호도 최고 144㎞로 순조로운 페이스를 과시했다.

주축 선수들은 시즌 개막에 초점을 맞추고 구속을 천천히 끌어올리고 있다. 김태훈 정영일 서진용 김택형과 같은 선수들이다. 김태훈과 정영일은 각각 한 차례 라이브피칭을 소화했다. 이미 지난해 스피드로는 충분히 검증된 선수들이다. 급할 필요가 없다. 폼 교정 중인 서진용은 인내를 가지고 바뀐 매커니즘에 적응 중이다. 손혁 코치는 팔 스윙이 짧아지더라도 충분히 예전 좋았을 때의 구속을 낼 수 있다며 서진용을 보듬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화끈한 야구를 선호하는 감독이다. 작전 야구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스스로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한다. 강속구와 홈런을 앞세운 ‘남자의 팀’ 구상을 짠 것도 단장 시절의 염 감독이었다. 이 위력은 한국시리즈에서 객관적 열세를 뒤집는 가장 강력한 힘이었다. 결과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겠지만 마운드에서 그 색깔이 유지 및 발전될 가능성을 엿본 것은 이번 캠프의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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