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어쩌다, 결혼' 스틸. 제공|CGV 아트하우스
[스포티비뉴스=이은지 기자] 언제부턴가 극장가에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보기 어려워졌다. 오롯이 코미디만을 위한 코미디 영화도 자취를 감췄다가 최근 영화 '극한직업'의 돌풍으로 살아난 모양새다.

과거 극장가를 생각하면 이선균, 최강희 주연 영화 '쩨쩨한 로맨스'(2010), 송새벽, 이시영 주연 '위험한 상견례'(2011), 손예진, 이민기 주연 '오싹한 연애'(2011), 임수정, 이선균, 류승룡 주연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등 정통 로맨틱 코미디부터 이색 로맨틱 코미디까지 자주 등장했다. 이 작품들은 소소한 재미와 함께 2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까지 성공했다.

이런 상황에서 로맨틱 코미디를 영리하게 변주한 영화가 등장했다. 영화 '어쩌다, 결혼'이다. 이 작품은 자유를 얻기 위해 결혼을 계획하는 항공사 오너 2세 성석(김동욱)과 내 인생을 찾기 위해 결혼을 선택한 전직 육상요정 해주(고성희)가 3년만 결혼한 척을 하기로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어쩌다, 결혼'의 시작은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와 같다. 이성적인 끌림이 없는 남녀가 둘만의 비밀을 만든다. 이 작품에서는 '결혼'이 그 비밀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둘만의 비밀을 만든 뒤 자주 만나게 되고, 두 사람에게 새로운 감정이 생겨야 하지만, '어쩌다, 결혼' 속 주인공 성석과 해주는 만남을 최소화하고, 정이 쌓일 틈도 없다. 첫 만남 이후 함께 술을 마시지도, 쓸모없는 감정소모도 거부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결혼식까지 순탄하게 달려 가는 듯 하다.

이 작품은 이른바 '로맨스 없는 로맨틱 코미디'다. 로맨스가 없다는 것은 주인공 성석과 해주 사이에 로맨스가 없다는 것이다. 성석은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해주는 한번도 해본적 없는 자신의 인생을 사랑한다. 이는 극중 끊임없이 이어지는 소동으로 인해 더욱 확고해지고, 지금까지 로맨틱 코미디에서 본 적 없는 결말로 끝맺음을 한다.

▲ 영화 '어쩌다, 결혼' 스틸. 제공|CGV 아트하우스

그럼에도 '어쩌다, 결혼'을 로맨틱 코미디로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소재와 인물들이 모두 결혼에 대해 고민하기 때문이다. 로맨스, 애정을 바탕으로 한 결혼을 이야기 하면서 로맨스 없는 로맨틱 코미디로 장르를 변주한 셈이다.

또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위해 가짜로 결혼을 하는 남자, 자신의 진짜 인생을 살기 위해 가짜 결혼을 하는 여자는 극단적으로 표현되기는 했지만, 우리 주변에 사는 '보통사람'들이다. 이런 이유로 '어쩌다, 결혼'에 관객들은 감정이입을 하고 공감할 여지가 크다.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조금은 황당한 '결혼한 척'하는 사건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어쩌면 철 없어 보이는 성식 캐릭터를 밉상이 아닌, 우리 주변의 사람으로 만들어냈다. 이 역시 흔히 로맨틱 코미디에 등장하는 재벌 2세 캐릭터를 아주 살짝 변형시켜 다른 인물로 보이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어쩌다, 결혼'의 아주 작은 변주가 관객들에게도 통할지 평가만 남았다. 오는 27일 개봉 예정이다.

yej@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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