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민은 좌완 약점 극복에 힘을 쏟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넌 매일 나간다. 좌완 나온다고 안 뺀다. 그에 맞춰 준비해라”

염경엽 SK 감독은 비시즌 한동민(30·SK)과 자리를 가졌다. 2시간 이상 긴 면담이 이어졌다. 염 감독은 자신의 선수단 운영 철학은 물론 올해 선수 활용법을 명확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하나의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넌 매일 나간다”. “타순이 어디든 상관없으니 경기에만 뛰게 해달라”고 했던 한동민의 눈이 그 순간 반짝였다.

한동민은 지난해 136경기에 나가 타율 2할8푼4리, 41홈런, 11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68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결정적인 순간 활약하며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연봉도 3억3000만 원으로 훌쩍 뛰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하나 있었다. 좌완 상대 고전이었다.

지난해 한동민의 타율이 고전했던 것은 좌완과 연관이 있다. 한동민은 지난해 우완을 상대(381타수)로 35개의 대포를 터뜨렸다. 그러나 좌완을 상대로는 105타수 소화에 머물렀다. 타율이 2할6푼7리에 머물렀다. 방망이에 공이 맞지 않으니 장타도 그만큼 줄었다. 홈런은 6개, 타점은 19개에 불과했다.

출전 시간에도 영향을 줬다. 매번 상대 투수 유형을 확인하는 게 일이었다. 한동민은 “경기 중 좌완이 나올 때는 상관이 없었지만, 선발이 좌완인 경우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좌완이 선발로 예고되면 ‘아, 내일 경기 못 나가겠구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스트레스까지는 아니어도 항상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염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좌완을 더 많이 상대해봐야 한다고 믿는다. 게다가 한동민은 팀의 핵심 타자다. 2번이든 5번이든 그날 상황에서 가장 핵심적인 타순에 배치할 생각이다. 당장 성적만 봐서는 안 되는 선수다. 때문에 좌완이 선발이라도 명단에서 제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공언했다. 어찌 보면 염 감독도 스스로에 족쇄를 채운 것이다. 선수를 믿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믿음에 동기부여도 생겼다. 플로리다 전지훈련에서 약점 보완에 힘을 쏟는다. 과정은 순조롭다. 코칭스태프는 “야수 중 가장 발전한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한동민의 이름을 댄다. 김무관 타격코치는 “왼손에 약점을 보이고도 41개의 홈런을 친 타자”라면서 왼손을 극복한다면 그 이상도 가능할 것이라 호언장담했다.

많은 것을 바꾼 것은 아니다. 다만 바깥쪽으로 도망가는 좌완의 공에 대처하기 위해 팔을 좀 더 몸에 붙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바깥쪽, 특히 슬라이더에 팔이 일찍 떨어지며 허무한 타격이 나왔다는 진단이다. 한동민은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좌완 상대 타격 느낌을 조금 바꿨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는 만족스러운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스타가 됐지만 예전과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가장 늦게까지 훈련을 하는 선수다. 이제는 책임감도 크다. 야수 조장이 되며 자신뿐만 아니라 후배들도 챙겨야 할 위치다. 게으름도 자만도 없는 한동민이 오히려 이를 악물고 시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한동민의 최고 시즌은 아직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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