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 이강유 영상 기자] 2017년 연봉은 1억 원이었다. 2018년은 2억 원으로 올랐다. 2019년은 3억2000만 원이다. 3년 연속 두 배 이상 올랐다. 사실 부침이 심한 프로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박종훈(28·SK)은 이를 해냈다.

박종훈은 리그를 대표하는 잠수함 투수로 거듭났다. 2016년 8승, 2017년 12승, 그리고 지난해는 14승을 따냈다. 매년 기록이 발전했다. 지난해에는 30경기에서 개인 최다인 159⅓이닝을 던지며 14승8패 평균자책점 4.18로 선전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힘을 보태며 팀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한 것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박종훈은 “야구를 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시즌”이었다고 돌아본다.

그러나 흥분보다 반성이 우선이다. 플로리다 캠프에 오기 전 일찌감치 반성을 끝냈다. 박종훈은 “2018년을 돌아보면 아쉬운 날이 많았다. 정말 타자와 수비들, 코칭스태프와 뒤에 투수들에게 정말 고맙다. 진짜 말 그대로 운이 좋아서 이긴 날이 많았다. 그것 때문에 아쉬운 게 많았다”고 곱씹는다.

그런 박종훈은 올해 플로리다 캠프를 “알차게 보내고 있다”고 자평한다. 기술적으로 뭔가 나아졌다거나, 훈련량이 확 늘어서 그런 게 아니다. 박종훈이 가장 큰 수확으로 뽑는 것은 ‘되돌아보기’다. 사실 3년을 쉼 없이 달린 박종훈이다. 자신을 돌아볼 조용한 시간이 필요했다. 부지런히 훈련하며 성공 발판을 만든 플로리다는 이를 되새기기에 아주 좋은 장소다.

▲ SK 박종훈 ⓒ한희재 기자

박종훈은 “지금까지 기록했던 것을 되돌려보는 시간이 많았다. 잊고 있던 훈련들, 못했던 훈련 방법들을 다시 하면서 알차게 잘 보내고 있다”고 웃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3년간 앞만 보고 달리면서 조금은 뒤로 미뤄놨던 과제들이다. “감독님께서 과거를 돌아볼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더라. 찾아보는 좋은 시간이 됐다”고 웃는 박종훈은 초심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박종훈은 성공으로 더 맑은 눈을 가진 투수가 됐다. 보완점이 술술 나온다. 박종훈은 “무조건 제구다. 두 번째는 퀵모션이다. 빠른 주자가 나갔을 때 최대한 발을 묶어놔야 한다”면서 “체인지업을 많이 구사하려고도 노력하고 있다. 안 된다기보다는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다. 잘 휘지 않고 변화가 없는 것은 둘째 문제다. 우선 손에 익어야 한다”고 과제를 짚었다.

15승을 목전에 두기도 했지만 승리는 이제 미련이 없다. 14승을 거두면서 깨달았다. 박종훈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 빙그레 웃었다. 대신 불펜투수들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더 많은 이닝을 던지는 투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박종훈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겠다. 이번에는 한국시리즈 1승을 하는 게 목표”라며 속내를 털어놨다.

이제 박종훈은 KBO 리그뿐만이 아닌, 메이저리그(MLB)에서도 관심을 가지는 투수다. 일부 스카우트들은 “생소한 유형인 박종훈이 가장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 박종훈은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고, 꿈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성적도 좋은 편이 아니고 부족한 점도 많다. 그래도 꿈꾸는 무대이니 관심은 고맙다”고 말한다. 

하지만 플로리다에서 다시 초심을 찾아간다면, 언젠가는 관심에 걸맞은 투수가 될지도 모른다. 지난 3년간 그런 길을 걸어왔던 박종훈이기에 기대가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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