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영수가 스프링캠프서 불펜 투구를 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는 배영수.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배영수가 오래된 노트를 꺼내 들었다. 한창 잘나갈 땐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무언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배영수는 생존을 위해 노트 위에 적어 두었던 것들을 손으로 익히고 있다.

배영수가 다시 꺼내 든 노트에 써 있는 것은 투심 패스트볼을 던지는 방법이다. 삼성 시절 오치아이 코치에게 배운 것을 정리해 둔 것이다.

한참을 잊고 살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자신의 공으로 나름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굳이 투심 패스트볼까지 추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오치아이 에이지 코치의 가르침을 무의식적으로 받아 적기만 했다.

이제는 다르다. 생존을 위해 투심 패스트볼이 절실해졌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나이, 이제 힘으로 타자를 윽박지를 수는 없다. 타자의 방망이를 이끌어 내 스윙을 만들거나 맞춰 잡는 방법을 깨우쳐야 살아남을 수 있다. 배영수가 묻어 두었던 투심 패스트볼을 다시 꺼내 든 이유다.

오치아이 코치의 설명은 꽤나 자세했다. 글만으로도 이해가 될 정도로 자세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배영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영상을 통해서도 투심 패스트볼을 익히고 있다.

최근 배영수가 열심히 찾아보며 익히고 있는 투심 패스트볼은 마에다 겐타(전 히로시마)의 투심 패스트볼이다. 마에다는 투심 패스트볼을 앞세워 40이 넘는 나이까지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 낸 바 있다.

배영수는 마에다의 영상을 구해 그가 어떻게 투심 패스트볼을 활용했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단순히 어떻게 던지는지를 살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어떤 볼 카운트와 어떤 경기 상황에서 활용하는 것이 좋은지도 함께 공부하고 있다.

배영수가 투심 패스트볼을 잘 익힌다면 매우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는 여전히 국내 투수 중 몸쪽 승부를 가장 잘하기 때문이다.

A팀 전력분석원은 "배영수의 몸쪽 승부는 여전히 첫손 꼽히는 수준이다. 배영수처럼 좋은 컨트롤로 자신 있게 몸쪽을 던질 수 있는 투수는 여전히 많지 않다. 다만 몸쪽 승부를 잘한다는 것을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다는 것이 약점이 되곤 했다. 노림수에 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바로 이 내용이 투심 패스트볼이 필요한 이유다. 투심 패스트볼은 포심 패스트볼처럼 가다가 타자 앞에서 몸쪽(우타자 기준)으로 꺾이는 구종이다.

상대 타자가 몸쪽을 의식하고 스윙을 하는 순간, 공이 좀더 몸쪽으로 꺾여 들어가게 되면 배트의 중심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쉽게 범타를 유도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

배영수는 "베테랑은 준비해야 할 것들이 훨씬 많다는 걸 더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마에다를 비롯해 선동열 송진우 등 선배님들이 어떻게 공을 던졌는지를 많이 공부하고 있다. 오치아이 코치님이 가르쳐 준 노트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몸이 준비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술적인 진보도 꼭 필요하다. 시즌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투심을 확실하게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내게 주어진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4월 안에 승부를 봐야 나머지 시즌도 던질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시즌 초반에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다른 선수들보다 빠르고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마냥 기회가 기다리고 있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많이 던져 보고 있다. 기회가 왔을 때 꼭 그 기회를 살려 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오래된 노트와 영상을 통해 투심 패스트볼을 준비하고 있는 배영수. 올 시즌 그의 몸쪽 승부는 보다 다양해질 수 있을까. 그의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된다면 그에겐 좀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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