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 이강유 영상 기자] 이재원(31·SK)은 행복한 겨울을 보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대형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체결했다. 2년 연속 주장이라는 명함도 달았다. 다만 그 행복이 이제 서서히 부담으로 다가올 때다.

대형 계약을 한 선수는 항상 큰 기대를 받기 마련이다. 많은 돈을 받는 만큼, 더 좋은 성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기대치에 못 미치면 ‘먹튀’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주장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유니폼에 글자 하나를 더 새기고 코칭스태프와 선수 사이에 서는 게 아니다. 선수들의 사생활까지 일일이 귀를 열어야 한다. 쉬운 자리가 아니다.

이재원도 이를 잘 알고 있다. FA에 대해서는 “부담이 안 된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했다. 대형 계약이기에 더 그렇다. 주장도 “개인적으로 영광스러운 자리”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이 된다”고 했다. 지난해 주장을 할 당시 자신의 스타일까지 바꿀 정도로 나름의 스트레스를 받았기에 경험적으로 잘 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 이재원은 캠프 출국 전 “이제 지옥의 4개월이 지났다. 차라리 빨리 캠프에 갔으면 좋겠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체중 때문이었다. 이재원은 “먹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시즌에 들어가거나 캠프를 하면 체중 관리가 차라리 수월하다. 하지만 비시즌에는 혼자 운동도 해야 하고, 혼자 조절해야 한다”고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돌려 말하면, 작년 이맘때의 독한 마음을 잊지 않았다는 의미가 된다.

이재원은 작년의 각오를 잊지 않는다. 2017년 타격에서 큰 부진을 겪은 뒤 절치부심했다. 주전급 선수들은 가지 않는 가고시마 마무리캠프까지 자청했다. 혹독하게 살을 빼고, 하루 종일 방망이를 돌렸다. 힘들고 배고팠지만, 자존심 회복을 위해 참고 참았다.

▲ 이재원은 더 좋은 선수, 더 좋은 주장을 꿈꾼다 ⓒ한희재 기자
그 결과는 지난해 성적으로 나타났다. 칭찬도 받고, FA로 큰 부를 얻었다. 나태해질 법도 하지만 마음가짐은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더 잘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된다. 먹튀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는 게 이재원의 솔직한 속내다. 그러려면 그라운드 안팎에서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4년간 69억 원에 그 값어치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믿는다.

더 좋은 선수, 더 좋은 포수, 더 좋은 주장이 올해 목표다. 이재원은 “일단 포수로서 좀 더 디테일한 부분에서 성적을 내고 싶다. 그리고 팀원들과도 좀 더 많은 대화를 하고 한마음이 될 수 있도록 준비를 많이 했다”고 이야기했다. 다행히 몸 상태가 좋고, 선수들도 잘 따른다. 이재원은 “몸은 작년과 같이 좋다. 또 선수들이 다시 한번 해보자는 마음가짐이 있다. 작년보다 더 기대된다”고 생긋 웃었다.

FA도 부담을 즐긴다는 생각이다. 이재원은 “큰돈을 받고 있지만 구단이나 팬분들이 갑자기 MVP급 활약이나 그 이상을 바라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당연히 선수로서는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할 것이다. 다만 내가 팀에서 할 수 있는 것, 구단과 팬들이 바라는 기대치만큼 열심히 한다면 좋은 성적 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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