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24일 LA 돌비극장에서 열렸다. ⓒ게티 이미지
[스포티비뉴스=이은지 기자]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영화 '그린 북'의 작품상 수상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시상식이 던진 화두는 단연 '다양성'이었다.

24일 오후(미국 현지시각) 미국 할리우드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 91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는 '그린 북'을 비롯해 '블랙 팬서' '블랙클랜스맨' '보헤미안 랩소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로마' '스타 이즈 본' '바이스'였다. '그린 북'은 이런 쟁쟁한 후보를 누르고 작품상을 품에 안았다.

'그린 북'은 흑인 피아니스트와 이탈리아계 미국인인 백인 매니저의 특별한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흑인과 백인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그 안에 생기는 우정을 이야기 했다. 흑인이 미국 여행을 할때 묵을 수 있는 숙소나 레스토랑을 정리한 일종의 흑인 여행 가이드 북인 '그린 북'은 부수적인 내용으로 다뤘다. 

유력한 작품상 수상작으로 손꼽혔던 넷플릭스 영화 '로마'는 외국어 영화상과 촬영상,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3관왕에 올랐고, 슈퍼 히어로 무비로 처음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가 된 '블랙 팬서' 역시 3관왕을 차지했다. 

수상작을 살펴보면 '다양성'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른다. 흑인과 백인, 멕시코 여자, 감독과 배우 뿐만 아니라 영화에 참여한 스태프까지 90% 이상이 흑인으로 구성된 작품까지,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키워드는 '다양성'이었다.

먼저 작품상을 수상한 '그린 북'은 1962년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교양을 갖추고 우아함 그 자체인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와 허풍과 주먹이 전부인, 그의 새로운 운전사이자 매니저 토니는 미국 남부로 콘서트 투어를 떠난다. 이곳에서 이들은 서로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마주한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인 토니는 흑인이 마신 컵을 버릴 정도로 흑인에 대한 선인견이 심했던 백인이다. 돈 셜리 곁에서 그를 향한 편견을 지켜본다. 그러던 중 토니 역시 이탈리아계 백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고, 아주 작은 차별에도 발끈하는 자신의 매니저 토니를 바라보는 시선이 인상적이다.

▲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24일 LA 돌비극장에서 열렸다. ⓒ게티 이미지

이런 이야기를 품은 '그린 북'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았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그동안 '백인들의 잔치'라는 말을 들어야 했던 아카데미 시상식이 많이 변화했고, 여전히 변화가 진행중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블랙 팬서'나 '로마' 역시 마찬가지다. '블랙 팬서'는 흑인 영화라는 점 뿐만 아니라 슈퍼 히어로 무비라는 점에서도 전통적인 아카데미 수상작과는 결이 다른 작품이었다. 그동안 아카데미 시상식은 슈퍼 히어로 무비를 작품상 후보에 올리지 않았다. 당연히 수상하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올해에는 '블랙 팬서'가 힘든 일을 해냈다. 

'블랙 팬서'는 작품상을 비롯해 의상상, 음악상, 주제가상, 미술상, 음향편집상, 음향효과상까지 7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 중 의상상과 음악상, 미술상을 수상하며 3관왕을 차지했다. 작품상은 수상하지 못했지만, 후보에 올랐다는 것 만으로도 변화의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24일 LA 돌비극장에서 열렸다. ⓒ게티 이미지

'로마'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는 점에서 플랫폼의 다양성에 기여했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 영화로 1970년대 초반 멕시코시티 로마 지역에 살았던 클레오의 삶을 보여준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작품으로 실제 자신이 어린시절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로마'는 멕시코 여성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다양성이라는 주제에 어울리지만, 이보다도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에 주목할 만하다. 최근 칸영화제는 넷플릭스 작품을 수상 후보에서 제외했다. 보수적인 유럽에서 벌어진 일로, TV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영화제에 참여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은 넷플릭스까지 문을 활짝 열었다. 작품성만 두고 봤을 때 '로마'가 작품상을 수상했다고 해도 무리가 없었다. 결국 수상은 불발됐지만, 외국어 영화상을 비롯해 촬영상, 감독상까지 수상하며, 플랫폼에 상관없이 그 작품성은 인정받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yej@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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