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상'은 아들이 교통사고를 내면서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은 도의원 구명회(한석규)와 목숨과도 같은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아버지 유중식(설경구), 이 사건과 관련된 한 여자 최련화(천우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한석규는 극중 차기 도지사 후보에 거론될 정도로 존경과 신망이 두터운 도의원 구명회 역을 맡았다. 구명회는 학벌, 인맥 등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정치를 시작한 인물이다. 바닥부터 시작해 도의원이 됐고, 유력한 차기 도지사 후보이기도 하다. 

구명회가 특별한 것은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한 정치인들은 가득한 욕망을 마음껏 드러낸다. 대중들 앞에서는 가면을 쓰고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자신의 편에서 일하는,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가감없이 욕망을 드러낸다.

하지만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직접 나서지는 않는다. 언제나 조력자를 곁에 두고 상대를 통해, 상대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아넣고 자신은 법망을 피해 빠져나간다.

반면 구명회는 절대 자신의 욕망,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도의원으로 도민들에게 친절한 얼굴을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른 점은 그 욕망의 실체다. 

그는 그 누구에게도 욕망의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자신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학벌, 인맥으로 무시를 당해도 미소를 지을 뿐이고, 아내,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도 그 욕망을 철저하게 숨긴다. 

한석규의 말을 빌자면 "구명회는 비겁하게 폭주하는 인물"이다. 오히려 대놓고 욕망을 드러내고 탐욕스러운 얼굴을 한 정치인들보다 더욱 이중적이고 비겁하다. 구명회는 "무엇을 믿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뭘 믿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철저하게 자신을 '믿게' 만들었고, 스스로도 역시 거짓된 자신에게 잠식당했다.

초반 구명회의 미소가 따뜻하게 느껴진다면, 영화가 끝난 후 그의 미소는 비릿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것이 한석규가 만든 새로운 정치인의 모습이다. 오는 20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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