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악질경찰' 포스터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세월호가 가라앉은 지 5년. 이제야 관객과 만나는 영화 '악질경찰'(감독 이정범)은 세월호를 다루는 첫 상업 장르영화다. 장르영화의 재미와 현재진행형의 슬픔은 공존할 수 있을까. 평가는 엇갈릴 것 같다.

안산 단원경찰서 형사 조필호(이선균)는 직업만 경찰이지, 하는 짓은 범죄자나 다름없다. 꼬투리를 잡은 내사과의 압박에도 아랑곳없이, 급히 목돈이 필요해진 조필호는 수족처럼 부리는 기철(정가람)을 시켜 급기야 경찰 압수창고를 턴다. 그러나 원인 모를 폭발사고로 기철이 사망하고, 그가 용의자로 지목된다. 문제의 폭발로 태성그룹 비자금 자료가 잿더미가 됐다며 검찰도 조필호를 찾아나선다.

제 살 길을 찾던 조필호는 증거를 쥐고 있는 10대 미나(전소니)를 만나고, 어쩔 수 없이 동행하게 된다. 돌봐주는 이 하나 없이 세월호 침몰사고로 죽은 친구의 옷을 입고 다니는 소녀다. 조필호는 소녀를 만나 처음 어른 노릇 비슷한 걸 해본다. 표현 못할 연민도 느낀다. 하지만 위협이 찾아든다. 세상엔 조필호보다 더한 악질이 많다.

▲ 영화 '악질경찰' 스틸
개봉 직전까지 홍보 문구에 '세월호'란 단어를 넣을까 말까 노심초사할 만큼 조심스러워한 작품이지만, 웬걸. '악질경찰'은 굳이 애둘러 갈 생각 없이 '세월호'를 향해 직진한다. '행복 도시 안산'을 배경으로 단원경찰서의 비리 경찰과 침몰 사고로 친구를 잃은 소녀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위로 받지 못한 상처와 어른 같지 않은 어른들, 단죄되지 않은 죄를 향해 분노를 쏟아낸다.

▲ 영화 '악질경찰' 스틸

'악질경찰'은 전형적 범죄영화다. 우악스런 욕설을 달고 사는 나쁜 남자의 정의 실현을 그린다. 저밖에 모르던 남자는 무고한 여인을 통해 각성하고 결국 악을 처단하러 나선다. 고독한 남자의 각성과 분노, 처절한 사투는 이정범 감독이 '열혈남아'와 '아저씨', '우는 남자'를 통해 거듭해 그려오던 이야기다.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는 '남자영화' 속 소녀가 남자의 각성을 위한 촉매이자 희생자로 쓰이는 불편함도 마찬가지다.

이 범죄액션물은 되려 '세월호'를 적극적으로 해석했을 때 특별해진다. 잔뜩 멋이 든 '아저씨'나 '우는 남자'와는 달리 '악질 경찰'은 왜 비릿하도록 처연한지, 욕조에 가라앉는 생니 하나가 왜 클로즈업되는지, 영양제나 챙겨먹던 작자가 왜 총알을 삼키는지…, 하나하나에 의미가 담긴다. 영화의 초고가 완성된 건 2015년의 11월, 그 때를 떠올리면 세월호의 소녀가 악인을 깨우친다는 설정으로 범죄액션을 접목시킨 건 절묘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무거운 마음으로 범죄물의 통쾌함을 즐기는 건 여전히 쉽지 않다. 헐거운 전환, 전형적 캐릭터도 기운을 빼놓는다.

서슬퍼렇던 시절, 용기있게 '악질경찰'에 승선한 이선균은 쓰레기 같은 인간에게 남은 한 가닥 인간미를 제 이야기처럼 드러내 보인다. 신예 전소니는 '악질경찰'의 수확이다.

영화 '악질경찰'은 여전히 '굳이 세월호여야 했을까'라는 의문과 '반드시 세월호여야 한다'는 확신 사이 어디쯤을 여전히 고민 중인 듯하다. 좀 더 일찍 개봉했더라면 청와대를 향해 달려갈 진격의 거인이, 악질보다 더한 악을 박살내는 처절한 몸부림이 좀 더 통쾌하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3월 20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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