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스트볼 구위에서 가능성을 선보인 SK 브록 다익손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구속이 올라와야 한다. 오늘 정도라면 147㎞는 나와야 한다”

염경엽 SK 감독은 20일 두산과 시범경기를 앞두고 선발투수 브록 다익손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 달라는 질문에 ‘구속’을 뽑았다. 단장 시절 다익손 영입을 승인하기도 했던 염 감독은 “미국에서 봤을 때 평균이 148㎞ 정도, 최고 152㎞ 정도까지 나왔다”면서 아직은 이 구속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남은 기간을 봤을 때 이날 최고 구속이 140㎞ 후반대는 나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최근 3~4일 정도 투구폼을 약간 수정하기도 했다. 엄밀히 말하면 지난해 미국에서의 폼과 미세하게 달라진 부분을 찾았다. 원래 폼으로 복구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다익손은 이날 구속 측면에서는 염 감독의 ‘기준치’를 어느 정도 맞췄다. 여전히 평균구속이 140㎞대 중반에 머물렀지만, 최고 구속은 147㎞까지 나왔다. 결과도 좋았다. 확실히 장신에서 나오는 패스트볼은 힘이 있었다. 두산 타자들이 좀처럼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다익손은 20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81개의 공을 던지며 1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첫 등판이었던 14일 한화전(4이닝 1실점)과 합친 시범경기 성적은 9이닝 1실점이다. 좋은 첫 걸음이다. 

전체적으로 로케이션이 아주 완벽한 날은 아니었다. 커브 제구는 흠잡을 곳이 없었지만 패스트볼이 약간 높거나 간혹 날리는 게 있었다. 그러나 패스트볼의 위력이 돋보였다. 두산 타자들이 헛스윙을 하거나 좀처럼 정타를 맞히지 못했다. 아무리 시범경기라고 해도 노련한 두산 타자들이 140㎞대 중반 패스트볼에 계속 타이밍이 늦었다. 

1회 세 타자를 가볍게 삼자범퇴로 요리한 다익손은 2회 김재환 오재일이라는 힘 있는 타자들을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특히 리그 최고의 힘을 가진 김재환을 상대로 패스트볼을 던져 세 차례나 헛스윙을 유도했다. 변형 패스트볼도 아닌 그냥 포심패스트볼이 타자가 치기 좋은 코스로 들어갔다. 그러나 김재환의 방망이는 한 번도 이를 맞추지 못했다.

오재일 또한 4구째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역시 구속은 145㎞ 남짓이었다. 김재환과 마찬가지로 스트라이크존보다 살짝 높은 쪽 코스에서 헛방망이를 이끌었다. 자칫 장타로 이어질 수 있는 코스지만 다익손의 공이 더 힘이 있었다. 오재원 또한 높은 쪽 패스트볼에 체크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는 등 2회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냈다. 오재일은 5회에도 같은 코스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다익손은 이날 경기 후 "투수코치와 상의해 수정한 부분에 대해 오늘 경기에서 신경을 쓰며 투구를 했는데 결과가 좋았다"면서 "포크볼이 스트라이크로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더 좋아지고 있고, 이로 인해 커브와 슬라이더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다가오는 시즌 개막이 기대되며 즐거운 시즌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스스로도 뭔가를 얻은 경기였다.

다익손의 공을 가장 많이 받아본 포수 이재원은 “장신에서 나오는 힘 있는 패스트볼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쉽게 무너질 투수는 아니다”고 분석한다. 다익손은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커브 등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는 투수다. 물론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뜬공형 투수라는 점은 불안한 요소다. 그러나 구속이 더 올라오면, 그리고 오늘보다 전반적으로 제구가 낮게 된다면 더 위력적인 투구도 기대할 수 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