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학주는 지난 12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와 시범경기에서 8번 타자 유격수로 출전했다. ⓒ삼성 라이온즈

[스포티비뉴스=부산, 김건일 기자] 올해 한국 나이 30세. 야구 선수 인생에 절반을 보낸 이학주의 상황은 지금과 달랐을지 모른다. 2013년 4월 20일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더라면. 송구가 빗나가지 않았더라면. 공을 잡으려 하지 않았더라면.

그날 미국 마이너리그 트리플 A 경기에 출전한 이학주는 4회 수비하다가 쓰러졌다. 병살플레이를 하는 과정에서 2루수 팀 베컴의 송구가 2루 베이스에서 먼 곳으로 향했고 이학주는 불안정한 자세로 공을 잡으려다가 슬라이딩하던 1루 주자 트래비스 이시카와와 충돌했다. 검진 결과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면서 수술대에 올랐다.

충암고등학교 시절 공수주를 갖춘 아마 야구 최고 유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이학주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주목하는 유망주였다. 당시 시카고 컵스와 115만 달러 계약금은 1라운드 특급 선수 수준이었고, 탬파베이로 이적해선 맷 무어와 팀 내 유망주 랭킹 1, 2위를 다퉜으며 메이저리그 전체 유망주 랭킹에서도 꾸준히 50위 권 안에 이름을 올려 왔다.

2009년 싱글 A부터 더블 A를 차근차근 거쳐 올라간 트리플 A에서 부상하기 전까지 15경기 타율은 무려 0.422, 그리고 홈런 1개, 도루 6개로 메이저리그가 코앞이었다.

그날 이후 승승장구하던 이학주의 야구 인생은 달라졌다. 이듬해 트리플 A 타율이 0.203으로 곤두박질쳤고 2015년 시즌마저 타율이 2할 초반에 머무르자 탬파베이에서 지명할당됐다. 2016년 샌프란시스코 마이너리그 생활을 끝으로 이학주는 메이저리그 꿈을 접었다.

▲ 이학주는 미국에 있을 때 촉망받던 유망주였다.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이학주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지금 그때 생각은 안 한다. 사실 미국에서 재활했을 때와 그리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그 순간이 생각났다"며 "다만 야구가 안 될 때 부상 때문이란 생각이 들어서 힘든 적은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미국에서 팀을 잃고 해외파 규정에 따라 한국 복귀마저 막혀 있었지만 이학주는 야구를 내려놓지 않았다. 2017년 일본 독립리그 팀에 입단했고 개인 훈련을 병행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준비했다. 2년 유예가 풀리는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 맞춰 2018년 8월 10일 KBO 리그 2차 드래프트에 신청서를 냈고 이대은(KT)에 이어 전체 2번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이학주는 "내가 힘들었을 때 주위에서 격려해 준 분들이 많았다"며 "아버지에게 특히 감사하다. 야구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격려해 주셨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마침 KBO 리그는 올 시즌 내야수와 주자의 부상을 방지하고 안전한 경기 운영을 위해 더블 플레이 시 슬라이딩 규정을 만들었다. 이학주, 강정호 등 여러 선수를 다치게 했던 이른바 '살인 태클'이 없어진 셈이다. 이학주는 "다치지 않기 위해선 내가 조심해야 한다고 많이 배운다. 주루하는 입장에서도 베이스만 보고 들어가는 게 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 이학주는 삼성 선수들과 즐겁게 야구를 하고 싶다고 바랐다. ⓒ삼성 라이온즈

이학주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었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올해부턴 삼성의 핵심 선수로 활약한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이학주를 직접 보고 주전 유격수로 확정했다. 우려했던 무릎은 건강하며 삼성 코칭스태프와 트레이너 파트가 세심한 관리로 이학주를 돕고 있다.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이학주는 "감독님을 비롯해 코치님들과 트레이너님들 덕분에 준비는 잘하고 있다"며 "방망이에 기복이 있다. 시범경기에서 부족한 부분이 나와 차라리 다행이다. 감독님께서 (타격) 욕심을 내려놓고 편하게 하라고 배려해 줬는데 수비만 하는 유격수가 되고 싶지 않다. 타격을 잘해서 꼭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이를 악물었다.

야구계 전문가들은 이학주가 합류한 삼성을 올 시즌 다크호스로 꼽는다. 시범경기 마지막 상대였던 양상문 롯데 감독도 삼성 전력을 높게 평가했다.

이학주는 "나뿐만이 아니라 (김) 동엽이도 들어오고 1990년생 친구들이 주축이 될 것 같은데 분위기 메이커를 하고 싶다"며 "야구를 하러 왔기 때문에 재밌게 즐기고 싶다. 그리고 잘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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