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처럼 맛보는 승리. 독일.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기존의 주축 선수들을 내치면서 체질 개선에 나선 독일의 첫 경기는 어땠을까. 가능성과 한계를 모두 보여준 경기였다.

독일은 25일(한국 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요한크루이프아레나에서 열린 유로2020 예선 2차전에서 네덜란드를 3-2로 이겼다. 

독일은 이번 A매치 기간을 앞두고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토마스 뮐러, 마츠 훔멜스, 제롬 보아텡을 모두 제외하는 결정을 내린 것. 명단 발표 전에 선발하지 않겠다고 못 박은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 그만큼 요아힘 뢰브 감독의 변화 의지는 강했다. 세르비아전에선 익숙한 4-2-3-1 포메이션을 구사했고 새로운 선수들을 많이 테스트했다. 사실상 뢰브 감독의 승부수는 네덜란드전에 던져졌다.

뢰브 감독은 네덜란드전에 3-4-1-2 포메이션을 빼들었다. 최전방엔 르로이 사네와 세르쥬 그나브리가 배치되고 그 뒤를 레온 고레츠카가 배치됐다. 줄곧 최전방 스트라이커에 고민을 갖고 있었던 독일이 사실상 전문 공격수 없이 경기에 나선 것이다. 중원은 토니 크로스-요슈아 킴미히가 맡았다. 윙백의 공격 가담은 적극적이었고, 강한 마티아스 긴터가 스리백의 일부로 나서 공격에도 몇 차례 가담했다.

우선 공을 빼앗은 뒤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하는 것이 독일의 공격 콘셉트였다. 전반 15분 터진 사네의 골도 이렇게 나왔다. 공중볼 다툼에서 공을 따낸 뒤 직선적으로 움직이는 왼쪽 윙백 니코 슐츠 앞에 정확한 크로스가 연결되면서 찬스를 만들었다. 네덜란드는 미처 물러나지 못한 상황이다.

나브리와 사네는 드리블 능력과 속도가 장점이다. 전형적으로 수비수들 사이에서 몸으로 버텨줄 수 있는 유형은 아니지만, 역습 과정에서 공간만 있다면 수비수를 1명 제치면서 속도감 있는 공격을 이어 갈 수 있다. 사실상 사네와 그나브리는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움직였다. 그리고 고레츠카가 이 두 명이 만든 공간을 메웠다. 사네와 그나브리가 측면으로 돌아나가면 중앙에서, 후방으로 물러나 공을 잡으면 전방으로 움직였다.

또 하나는 수비 뒤 공간을 활발하게 노리는 것이다. 독일은 수비 라인을 극단적으로 올리진 않았다. 오히려 그 편이 네덜란드 수비진 뒤를 노리기에 더 적합했다. 전방에서 침투를 노리는 사네와 그나브리, 고레츠카를 단순하게 노렸다. 침투와 패스 타이밍은 잘 맞아들었다. 전반 34분 터진 그나브리의 골은 단순하게 수비 뒤를 노리는 데서 시작했다. 

독일은 월드컵을 비롯해 '밀집 수비'를 만나면 고전했다. 점유율을 높게 잡고도 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을 빼앗은 뒤에도 빠른 공격보다 안정적인 볼 전개로 골을 만들려고 했다. 뢰브 감독이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후반전은 확실한 독일의 열세였다. 홈에서 2골을 뒤진 네덜란드는 강력한 공세로 후반전 반격을 계획했다. 독일은 전반전에도 몇 차례 네덜란드의 전방 압박에 고전한 적이 있었다. 후반 내내 네덜란드의 압박에 시달렸다. 뢰브 감독은 "네덜란드가 전술 변화를 통해 강도 높은 압박에 나설 것을 알았다. 하지만 우리는 혼란에 빠졌고, 너무 쉽게 공을 빼앗겼다. 젊은 팀이 겪는 일"이라고 인정했다.

패스의 질이 떨어지면 전방에서 공격을 전개하기 어려웠다. 사네와 그나브리가 가진 특성 때문이다. 두 선수 모두 높이가 있거나 거친 네덜란드 수비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시간을 벌어주는 유형은 아니었다. 네덜란드의 강력한 전방 압박에 수세에 몰렸다. 흐름을 잃은 상황에서 연이은 실점으로 동점까지 허용했다. 

마지막 순간엔 운도 약간 따랐다. 후반 말미에 꺼낸 마르코 로이스 교체 카드가 적중하면서 슐츠의 결승 골이 터졌다. 전반전엔 독일, 후반전엔 네덜란드가 주도했다. 어쩌면 무승부가 공평했을지 모를 결과. 뢰브 감독은 "2골을 넣은 전반전 경기력이 훌륭했다. 우리는 경기를 완전히 통제했다. 전반전 리드를 잡을 자격이 있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하지만 "후반전엔 전반전과 같은 수준에 있지 못했다"면서 경기력 저하를 인정했다. 이어 "최근 우리에게 따르지 않았던 운도 우리 편이었다"고 평가했다.

경기 통계에서 독일의 스타일 변화가 읽힌다. 독일은 볼 점유율 46%로 네덜란드에 뒤졌고 패스 수에서도 466-557로 네덜란드보다 적은 패스를 했다. 전체 슈팅 수에서도 11-17로 밀렸다. 하지만 결과는 잡았다. 경기 통계는 압도하고도 패하던 독일이 그 반대로 승리를 따낸 것이다.

독일의 변화 시도는 확실하다. 이제 좋았던 전반과 나빴던 후반의 장단점을 고려해 90분 동안 안정적인 경기를 치르는 것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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