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환.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정철우 기자]두산이 이겼다. 늘 우승권 전력으로 평가 받는 두산이 이겼다는 것이 특별할 것은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날의 1승은 값어치가 특별했다.

두산은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과 경기에서 1-1 동점이던 7회말 대거 6점을 몰아 뽑아내며 7-2로 완승을 거뒀다. 1승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던 경기였다.

일단 불펜에서 이현승이 스스로 자신의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걸 보여 줬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한화와 개막 2연전에서)김강률 생각이 많이 났다"고 했다. 질과 양적으로 허술해진 불펜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현승이 기대 이상의 투구를 하며 조금씩 다시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 23일 한화전에서 0.2이닝을 완벽하게 막아 내며 좋은 출발을 했던 이현승은 이날 경기에서도 호투를 이어 갔다.

선발 후랭코프가 5이닝 밖에 던지지 못하며 계획보다 일찍 마운드를 내려간 상황. 0-1로 뒤지고 있었기에 경기를 포기할 순 없었다. 키움이 더 달아나지 못하도록 잡아 두는 것이 꼭 필요했다.

이현승은 기대에 200% 부응했다.

6회 마운드에 올라 까다로운 첫 타자 서건창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송성문과 임병욱을 땅볼로 막아 내며 6회를 지웠다.

당장 필승조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추격조로서 제 몫을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투구였다. 이현승이 2017 시즌 모드 정도까지만 돌아가 줘도 두산은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이날 경기는 그 희망을 발견한 경기였다.

한화와 개막 2연전에서 답답한 흐름을 보이던 타선도 조금씩 살아나는 플레이를 보여 줬다.

특히 3번 박건우와 4번 김재환이 터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박건우는 개막전 승리의 주역이었다. 하지만 "야구를 좀 더 잘할 때까지는 인터뷰를 정중히 사양하겠다"고 했다. 그만큼 마음의 짐이 크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이날 2-1로 살얼음 리드를 하고 있던 7회 1사 만루에서 우중간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치며 다시 한  승리의 주역이 됐다.

4번 김재환은 장타쇼를 펼쳤다. 0-1로 뒤진 6회엔 2사 1루에서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 안타가 시즌 마수걸이 안타였다. 첫 안타를 적시타이자 장타로 장식한 김재환은 4-1로 달아난 7회 1사 1, 2루에서는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스리런포를 터트리며 승부를 갈랐다.

특유의 장타 본능이 첫 안타와 함께 터져 나왔다는 점. 그리고 기다리던 홈런이 3경기만에 나왔다는 점은 의미가 컸다. 김재환이 보다 부담을 덜고 타격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걸 뜻하기 때문이다.

두산은 24일 잠실 한화전에서 무기력하게 졌다. 두산의 경기력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 많았다. 하지만 바로 다음 경기에서 좋은 계기들을 많이 만들었다. 26일 키움전에서 두산이 좀 더 힘을 낼 수 있는 모멘텀들을 많이 만들었다.

두산이 이날 경기에서 얻은 좋은 기운을 앞세워 앞으로 보다 나은 경기력을 보여 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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