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랭코프는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과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타선이 일찌감치 터졌다면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는 투구였다.
하지만 두산이 후랭코프에게 바라는 투구는 이런 상황은 아니었다. 못했다고 꾸짖을 수는 없지만 좀 더 많은 것을 바라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바로 이닝 소화 능력이다.
후랭코프는 지난해 18승을 거두며 팀내 최다승을 기록했지만 소화 이닝은 149.1이닝에 불과했다. 한 이닝을 건널 때 마다 투구수가 너무 많았고 스태미너도 좋은 편은 못됐다. 15승을 거뒀지만 168.2이닝을 소화한 린드블럼의 팀 공헌도가 더 높게 평가 받았던 이유다.
후랭코프도 시즌 목표에 대해 "한 시즌을 풀로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했었다.
지난해엔 불펜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할 수 있었다. 하지만 풀 타임 2년차 선발이 되는 만큼 기대치가 한 뼘은 더 높아졌다.
하지만 시즌 첫 등판에선 첫 술메 배부를 수 없었다. 이날 역시도 5이닝을 소화하는게 그쳤기 때문이다.
5회를 던지는 동안 투구수가 90개나 됐던 탓에 6회부터는 이현승으로 투수가 교체됐다.
특히 올 시즌은 아직 두산 불펜이 정상적으로 가동이 되고 있지 못하다. 이날도 이현승이 기대 이상의 호투로 6회를 지워주지 않았다면 어려운 경기가 될 수도 있었다.
1회에 사사구를 3개나 내주며 어렵게 출발한 것이 가장 안 좋은 결과였다. 특히 체인지업을 18개를 던졌는데 그 중 스트라이크는 6개에 불과할 만큼 뜻대로 제구가 되지 않았다.
장기인 컷 패스트볼은 수치상으로는 스트라이크가 압도적(37개:17개)으로 높았지만 대부분 파울이 되는 공이었기에 투구수 절약과는 거리가 있었다.
후랭코프는 두산의 2선발을 맡아줘야 하는 투수다. 불펜의 과부하까지도 진정시켜줄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함을 뜻한다.
승리투수가 되는 것도 물론 중요한 일이다. 후랭코프 수준의 외국인 투수를 만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더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다. 그가 좀 더 힘을 내 줄 때 두산의 야구는 좀 더 쉽게 풀려갈 수 있다.
후랭코프의 시즌 첫 등판은 그래서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