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후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한 손흥민
▲ 후반 42분 코너킥 공격 이후 역습을 허용하자 수비로 전력질주한 손흥민(왼쪽)과 김민재 ⓒ네이버/MBC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이종현 기자] 9경기, 759분 만에 골.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에서 첫 득점.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콜롬비아전 전반 16분 기록한 득점의 의미다. 하지만 후반 42분 코너킥 이후 역습을 당했을 때, 수비하기 위해 골문으로 전력질주하는 손흥민의 그 모습이 자꾸 눈에 아른거렸다. 

'벤투호'는 26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3월 A매치 두 번째 경기 콜롬비아와 경기에서 2-1로 이겼다. 손흥민의 선제골, 이재성의 결승 골이 터졌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엔 64, 399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A매치 최초 6경기 연속 매진을 이뤘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주목받은 건 당연 손흥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정상급의 선수이자 '이 선수의 국적은 대한민국입니다'라는 말처럼 제대로 국위선양하는 인물이다.

손흥민에게도 나름의 고민이 있었으니 벤투 감독 체제에서 득점하지 못하는 기간이 늘어난 것. 두 번의 페널티킥 실축과 볼리비아전 1대 1 찬스에서 실축. 모두 자신을 향한 부담감 때문이었으리라. 

볼리비아전 경기 후 "선수로서 창피하다. 공격수는 골로 말해야 하는데, 팀원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 같다"고 말했던 그는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밝은 표정으로 나타나 인터뷰에 응했다. 그 자리에서도 그는 대표 팀에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뛰지 못한 어린 선수들에 대한 언론과 팬들의 걱정에도 소신 있게 말했다. 

▲ 경기 후 손흥민은 그라운드에 홀로 나와 관중석을 돌며 팬들에게 인사했다. ⓒ곽혜미 기자


▲ 손흥민(왼쪽)은 경기 후 이강인을 챙겼다. ⓒ곽혜미 기자

"사실 많은 팀에 미안해요. 저로 인해서 이 팀에 제 이름이 많이 거론되잖아요? 제가 8경기 동안 못 넣었고 이름이 많이 거론되고 팀원들에게 미안해요. 이 팀은 제 팀이 아닌 대표 팀의 팀이기 때문에. 오늘 같은 경기도 선수들의 희생이 없다면 제가 멋있는 경기, 멋진 골을 기록하지 못했을 텐데. 많은 팀원, 코칭스태프 등 저를 계속해서 믿어줘서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어요."

"많은 축구 팬들, (이)강인이나 (백)승호나 (이)승우를 좋아하는 많은 축구 팬들이 계실거 아니에요? 사실 이런 말을 해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이 선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중요하거든요. 대표 팀은 한국에서 축구를 잘하는 선수들만 다 데리고 온 상황이어서, 이 선수들이 대표 팀 훈련 캠프를 10일간 훈련하고 이런 것만으로도 이 선수들이 10일 동안 성장하는 게 보였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많은 축구 팬들의 마음이 이해돼요. 저도 이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싶으니깐. 이 선수들이 앞으로 더 성장하게끔 하려면 기다림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급하게 생각하면 미끄러지는 경우가 많아요. 차분하게 이 선수들이 성장하는 걸 즐기고 뒤에서 묵묵히 응원하면 알아서 선수들이 잘 할 거라고 생각해요." 

손흥민은 벤투호의 주장으로 선임됐다. 대표 팀을 지탱하던 구자철과 기성용이 은퇴했다. 손흥민은 어느덧 A매치를 79경기(24골) 치른 선참이다. 주장이 되고 나이가 들면서 손흥민은 '희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빈도가 늘었다. 말뿐만 아니라 플레이에서도 조금 더 수비에 가담하려는 노력, 가끔은 동료를 질책하는 장면도 보인다. 

대표 팀과 소속 팀, 소속 팀과 대표 팀을 오가며 바쁜 일정을 보내는 손흥민. 3월 A매치 두 경기도 풀타임 뛰며 영국을 오가는 일정이 만만치 않을 텐데. 지친 상황, 이미 먼 곳에서 달리는 콜롬비아 선수를 보면서 공격수인 자신이 수비로 전력질주해봤자 변할 것이 없음을 알 텐데도 그는 뛰었다. 

그리고 주장으로 임무를 충실히 했다. 후반 42분 수비를 위해 전력질주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홀로 그라운드에 다시 나와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손흥민이 한층 성숙했음을 모두가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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