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재 ⓒ이강유 기자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유현태 기자, 이강유 영상 기자] 김민재는 팬들의 불만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최선을 다한 경기력으로 팬들의 마음을 돌려놓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은 26일 밤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친선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중앙 수비의 한 축을 이룬 선수는 김민재. 지난 볼리비아전에서 권경원과 호흡을 맞췄던 김민재는 이번에 김영권과 발을 맞췄다. 특유의 힘과 높이를 앞세운 수비는 여전했다. 여러 차례 넘어오는 크로스를 침착하게 차단했고, 끊어나가는 수비 역시 날카로웠다. 공을 가로챈 뒤 나가는 패스도 일품. 김민재는 후반 13분 이재성의 골로 연결된 패스를 했다. 인터셉트 뒤 빠르게 방향을 전환한 것이 적중했다. 

사실 김민재가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중국 베이징 궈안 이적을 선택하면서 팬들의 뭇매를 맞았던 것. 그는 도전 의식보다 돈이 더 중요한 사람이 됐다. "어디서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혀도 싸늘한 시선만 돌아왔다. 이른바 '중국화 논란'이었다.

그래서 콜롬비아전 뒤 김민재에게 던지는 질문은 조심스러웠다. 팬들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김민재 경기력. 그 상황에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김민재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이슈가 됐었는데 경기를 잘해서 좋은 반응이 나오는 것 같다. 전 중국으로 가서 팬 분들을 실망시켜드린 것 같다. 좋은 경기 하고 중국에서 출전 기회를 잡으면서 꾸준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 김민재는 실력으로 답했다. ⓒ한희재 기자

정답과 같은 발언이다. 한국 축구는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는 동안 줄곧 '중국화 논란'에 시달렸다. 2016년 당시 해설위원이던 이천수 현 인천 유나이티드 전력강화부장의 말이 시발점이 됐다.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이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실력이 줄어든다는 의미였다. 일종의 해프닝이었지만 울리 슈틸리케 감독 체제의 대표팀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일파만파 중국화가 대표팀을 덮쳤다. 

'중국화 논란'을 극복한 선수는 모두 실력으로 논란을 잠재웠다. 이번 콜롬비아전에선 김민재의 파트너로 나섰던 김영권은 중국 최고 명문 광저우 에버그란데에서 오래도록 뛰었다. 주전 경쟁에 애를 먹기도 했지만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단단한 수비를 펼치며 팬들의 비난을 털었다. 유럽 진출도 모색했으나 이번 시즌부턴 J리그 감바 오사카에서 뛴다. 콜롬비아전에서도 안정적으로 활약했다.

현재 광저우에서 뛰는 파울리뉴나 김민재의 팀 동료인 헤나투 아우구스투(베이징 궈안)는 중국에서 활약하는 동안에도 브라질 대표팀에서 활약했다.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쏠쏠한 활약을 했다. 지난해 11월 A매치 이후 소집되진 않았지만 여전히 브라질 대표팀에 가까운 베테랑으로 꼽힌다. 파울리뉴는 브라질 대표로 A매치 56경기, 아우구스투는 33경기나 나섰다. 이들 역시 활약하는 리그와 상관없이 실력을 입증한 케이스다.

여전히 김민재는 보여줘야 할 게 많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불과하고, 여전히 치열한 외국인 선수들끼리 주전 경쟁도 이겨야 한다. 경기력을 유지하면서 가능하다면 더 큰 무대에서 뛸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줘야 한다.

김민재도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한다. 그는 "전북에 있을 때와 스타일이 다르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떤 팀에 가서든, 어떤 감독님을 만나든 맞춰야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 개인적으론 좋다. 단점이 빌드업과 덤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밌다. 잘 안될 땐 흔들리곤 하는데 잘될 땐 정말 재밌다"고 말했다. 더 잘하고 싶다는 향상심은 여전하다.

팬들의 질타는 김민재에게 쏟는 애정과 기대감을 반영한다. 김민재 역시 그 마음을 알고 있다. 이미 선택은 내려졌고 그에게 남은 시간은 여전히 많다. 중국화 논란을 실력으로 털어낼 수 있을까. '국가 대표 수비수' 김민재가 풀어낼 하나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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