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현만(왼쪽)이 MAX FC 헤비급 챔피언 권장원과 주먹을 맞댄다. ⓒ MAX FC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명현만(34, 명현만 멀티짐)은 열세 살 어린 챔피언을 인정했다.

권장원(21, 원주청학)을 향해 "세계 파이터와 비교해도 중간은 간다. 국내에선 최강자 중 한 명"이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경고도 덧붙였다. "지금까지 치렀던 경기와 비슷하게 생각하면 링에 오르는 순간 후회할 거다. 굴욕 당하기 싫으면 제대로 준비하길 바란다"고 으름장을 놨다.

명현만은 오는 13일 충남 홍성 홍주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리는 MAX FC 18 메인이벤트에서 권장원과 맞붙는다. 2017년 MAX FC 헤비급 챔피언에 오른 권장원이 그를 불러낸 지 2년 만이다.

의연했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려 성사된 빅 매치. 명현만은 그러나 "특별히 감회가 남다르진 않다. 그저 국내 입식격투기 최고 무대에서 타이틀전을 치르는 자체가 의미 있을 뿐"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어 "2004년부터 무에타이를 했다. 올해 15년째다. K-1이 사라진 뒤로 쭉 MMA에서 활동했는데 MAX FC를 통해 입식으로 복귀하게 됐다. 고향에 온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명현만은 MAX FC 데뷔전에서 7연승을 달리던 안석희를 2라운드 KO로 제압했다. '왕의 귀환'이었다.

안석희를 꺾은 뒤 명현만은 권장원과 대면했다. 관중석에 있던 권장원이 링으로 올라왔다. 헤비급 신구 대표가 처음 만나는 자리. 이때 명현만은 권장원에게 챔피언벨트를 빌려 어깨에 메는 깜짝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명현만은 그때를 돌이키며 "그냥 뺏어 든 느낌이었다. 내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내 거'란 느낌을 받으려면 합법적으로 챔피언벨트를 가져오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경기 준비에 더 열을 쏟는다. 

"헤비급 선수 미트를 받아줄 사람이 없다 보니 국내 훈련은 한계가 있다"는 명현만은 "최고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태국 전지훈련을 계획 중"이라고 했다. 또 "MAX  FC 역사상 가장 강렬한 난타전을 보여주겠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권장원은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챔피언벨트를 허리에 둘렀으나 뭔가 부족했다. 그래서 '대선배'를 불렀다. 꼬박 2년을 호출한 끝에 드디어 링 위에서 만나게 됐다.

자타공인 헤비급을 대표하는 샛별이다. 거대한 덩치에도 부드러운 움직임과 나이에 맞지 않는 유연한 경기 운영이 돋보인다. 2016년 6월 '코리안 베어' 임준수를 1라운드 종료 TKO로 잡아 냈다. 이듬해 초엔 이용섭까지 꺾으며 MAX FC 헤비급 타이틀을 차지했다. 당시 전적은 12전 전승. "국내에는 마땅한 상대가 없다"며 큰소리치는 모양이 허세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결핍감이 고개를 들었다. 챔피언벨트로도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똬리를 틀었다. 한국에서 가장 입식격투기가 활발했던 시절 강자와 싸워보지 못한 탓이다. 챔피언 등극 후 권장원은 "과거 K-1을 경험한 선배들이 꼭 날 링에서 평가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검증해 줄 선배 대다수가 은퇴하거나 전향했다. 권장원은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적임자를 찾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했고, 종합격투기로나마 격투 끈을 놓지 않은 명현만을 불러냈다. 당시 MMA에서 활약하던 명현만에게 "선배가 있을 자리는 링이다. 서커스는 그만하라"며 강한 어조로 입식 복귀를 주문했다.

시간이 흘러 권장원은 "적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그가 명현만을 대하는 행동거지에는 존경심이 담겨있다. "선배가 링으로 돌아오셨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명현만 선배와 경기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는 자체가 감격스럽다"며 거듭 상대를 치켜세웠다.

2018년 11월 명현만이 MAX FC 링에 돌아왔다. 권장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명현만이 안석희를 제물로 복귀전 승리를 확정짓자 현장에서 지켜보던 권장원은 링에 올라갔다. 얼굴을 마주했다. 처음에는 쑥쓰러워하더니 이내 표정을 굳히고 눈빛을 교환했다.

고대하던 명현만과 대결이 이뤄진 권장원은 "존경하는 선배기에 더욱 승리가 간절하다”고 밝혔다. 이미 세계 무대를 경험한 명현만을 넘어서야 자신도 해외로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대선배라고 해서 자기 스타일에 변화를 줄 생각은 없다. "항상 하던 대로 팔다리를 두들기며 전진해 내 흐름대로 끌고 가겠다"고 했다. 과연 권장원은 '구시대 최강'을 넘어서고 포스트 명현만 시대를 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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