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투구에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한 메릴 켈리(애리조나)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메릴 켈리(31·애리조나)는 KBO 리그에서 뛰던 시절 ‘켈크라이’라는 별명이 있었다. 득점 지원이 넉넉하지 않아 잘 던지고도 승리와 인연이 멀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켈리는 8일(이하 한국시간)에도 조금 불운했다. 보스턴과 홈경기에서 8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9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쳤지만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승리는커녕 패전을 안았다. 그토록 그리던 고향에서의 메이저리그(MLB) 등판에 의미를 두기는 했지만, 충분히 승리를 따내고도 남을 성적에도 그러지 못했으니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켈리는 이미 애리조나 팬, 그리고 현지 언론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올해 애리조나와 2년 보장 550만 달러(약 63억 원)에 계약하고 로테이션에 합류한 켈리는 시즌을 수준급 성적으로 출발했다. 2경기에서 14이닝을 던지며 1승1패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 중이다. 2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해내면서 애리조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지역 언론인 ‘애리조나 스포츠 98.7 FM’은 켈리의 투구를 “아주 효율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켈리는 총 94개의 공을 던졌는데 무려 70개(74.5%)가 스트라이크였다. 적극적으로 존을 공략하며 보스턴 타자들을 밀어붙였다. 대다수의 타자는 켈리와 승부에서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고, 켈리는 조급함까지 이용하며 9개의 삼진을 솎아냈다.

‘애리조나 스포츠 98.7 FM’에 따르면 켈리는 ‘95구 이하-스트라이크 70개 이상’ 조건을 충족시킨 애리조나 역사상 네 번째 투수로 기록됐다. 브랜든 매카시, 커트 실링, 랜디 존슨만이 달성했던 진기록이었다. 이날 켈리의 투구가 얼마나 강렬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켈리는 경기 후 “투구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타석에서 투구수가 적을수록 좋다”면서 “만약 하나의 투구로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을 수 있다면 그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그래서 카운트를 앞서 나가려고, 또 유지하려고 노력했고 오늘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날이었다”고 투구 내용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다만 강렬한 인상과는 별개로 역시 아쉬움은 남는 분위기다. 자신이 아닌, 주위의 시선이 그렇다. 토리 로블로 애리조나 감독은 “켈리에게는 불행한 하루였다.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정확하게 제공했다. 하지만 2~3개 정도의 실수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솔로홈런이었다. 그에게 득점 지원을 해주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CBS스포츠 또한 “켈리가 아주 불운한 패전을 당했다. 켈리는 압도적으로 불타올랐고 7회 미치 모어랜드에게 홈런을 허용할 때까지 무실점 행진을 벌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점수가 이 경기의 유일한 점수였다”면서 “이 30세 메이저리그 신인은 두 번의 등판에서 14이닝 동안 12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불운과 위안거리를 모두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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