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초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SK 제이미 로맥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SK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34)은 지난해 타율 3할1푼6리, 43홈런, 107타점을 기록했다. 장타율은 0.597에 이르렀다. SK 홈런군단을 대표하는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연습 때는 여전히 좋다. 염경엽 SK 감독은 13일 인천 KIA전을 앞두고 “연습할 때는 좋다. 연습만 보면 4할 타자다. 지금 감이 나쁘지 않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코칭스태프도 매일 “오늘 훈련을 보니 조금씩 감이 올라오고 있다”고 앵무새처럼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좋은 감이 정작 경기에서 나오지 않는다. 17경기를 치른 로맥의 시즌 타율은 2할, 장타율은 0.354에 불과하다. 폭락했다.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우려가 모일 수밖에 없는 수치다. 팀 부동의 4번 타자라는 점에서 그렇다. SK는 시즌 초반 팀 전체적으로 타격감이 좋지 않다. 최대한 많은 기회를 만들기 위해 팀 내에서 가장 타격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1~3번에 시쳇말로 ‘몰빵’하고 있다. 그런데 그 뒤에 나서는 로맥이 부진하니 공격 흐름이 자꾸 끊긴다. 올해 로맥의 유주자시 타율은 1할3리, 득점권 타율은 4푼5리다. 해결사는커녕 ‘X맨’ 수준이다.

염 감독은 “잘 맞은 타구가 잡힌 게 꽤 있다. 인플레이 타구가 계속 나오면 3할2푼은 그냥 칠 선수인데, 지금은 파울이 많다”고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잘 맞은 게 잡히면 거기서부터 숫자에 쫓기게 되어 있다. 타격 멘탈 교과서 첫 장에 나오는 이야기가 숫자 생각을 지우라는 것이다. 숫자를 보게 되면 절대 안 된다”고 아쉬워했다. 확실히 로맥의 타격은 정상이 아니다.

올해를 앞두고 많은 준비를 했기에 더 아쉽다. 로맥은 지난해 중반 부진했던 시기가 있었다. 145㎞ 이상의 패스트볼에 자꾸 타이밍이 늦었다. 6월 23경기 타율이 2할1푼1리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를 보완하고자 탑 위치를 미세하게 수정했고, 그 결과 조금씩 정상궤도를 찾아갈 수 있었다. 올해는 이 타격폼에 더 완벽하게 적응하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당황스러운 숫자가 찍히고 있다.

힘에는 문제가 없다. 힘과 콘택트의 총체적 결과물인 타구속도가 심하게 떨어진 것은 아니다. 실제 내야 땅볼도 내야수가 움찔할 정도로 빠른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발사각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공을 띄우지 못한다는 것이다. 장거리 거포에는 치명적인 일이다. 설사 외야로 보내도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 탓인지 담장 앞에서 잡힌다. ‘스쳐도 홈런’을 쳤던 작년과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성실하게 훈련을 한다. 더그아웃에서 웃음기도 많이 사라졌다. 위기의식이 또렷하게 읽힌다. SK도 아직 로맥의 대체 선수를 준비하는 단계는 아니다. 믿고 기다린다는 방침이다. 다만 프로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 게다가 언제든 교체가 가능한 외국인 선수 신분이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최근 10경기 36타수에서 장타는 고작 2개였다. 다만 최근 5경기에서 삼진은 5개, 사사구 7개다. 안타 생산과는 별개로 차분함은 읽힌다. 이제는 로맥 특유의 몰아치기 장타가 나와야 한다. SK와 염경엽 감독은 팀 안팎에서 새 4번 타자를 찾아야 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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