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후가 타석에 들어 설 준비를 하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키움 이정후가 슬럼프 탈출이 가까워졌다는 걸 알렸다.

이정후는 17일 포항 삼성전에서 5타수3안타2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최근 6경기 연속 안타 행진. 6경기 중 3경기서 멀티 히트(1경기 2안타 이상)를 기록하며 안 좋았던 흐름을 끊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정후는 시즌 출발이 좋지 못했다. 1할을 겨우 넘기는 타율에 허덕였다. 그만큼 스트레스도 심했다.

하지만 부진 탈출의 계기가 있었다. 아버지의 조언이 그것이다.

이정후는 아버지 이종범 LG 2군 총괄 코치에게 타격 슬럼프에 대한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에 대한 이 코치의 대답은 간결하지만 묵직했다. "올 시즌은 그냥 망쳤다고 생각해."

아직 갈 길이 먼 이정후가 잠깐의 슬럼프를 이겨 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짧지만 적절한 맞춤 조언이었다.

이정후는 프로 입문 이후 슬럼프라는 단어와는 거의 상관없었다. 신인 시절 출발 때부터 3할 타율을 넘어서며 꾸준히 그 이상의 결과를 보여 줬다.

3할을 밑도는 타율로 헤맸던 적이 없었다. 올 시즌의 부진한 출발을 견뎌 내기 어려웠던 이유다.

하지만 아버지의 조언 이후 이정후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보다 길게 야구를 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조언 한마디로 달라진 것은 아니다. 이정후 스스로 땀을 통해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실내 훈련장에 남아 나머지 타격을 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맹타로 이어졌다.

이정후는 이에 대해 매우 의미 있는 말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부진하니 위로를 해 줬다. 마음은 고마웠지만 마음에 와닿지 않는 말들도 많았다.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넌 어차피 잘될 거니까 걱정 마라"는 말이었다. 타고난 것이 있으니 결국 잘하게 될 것이라는 뜻으로 들렸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지만 난 그 말이 참 싫었다. 무엇이든 내 노력으로 만들어 내고 싶다. 타고난 재주로 지금까지 왔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 많이 노력했다. 앞으로도 그런 말 안 듣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다. 요즘 조금 잘 맞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내가 원하는 수준의 성적을 위해 더 많이 땀 흘리고 싶다."

이정후는 한국 프로 야구의 대표 천재 타자 출신인 아버지를 뒀다. 그가 잘하는 것은 일정 부분 타고난 것이 있다는 시선이 분명히 있다. 이정후는 그 이상의 야구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실제 그 수준에 머물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정후는 시즌 합류가 불확실한 상태였다. 의학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수비 도중 당한 어깨 부상 탓이었다.

하지만 이정후는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린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의 이름에 어울리지 않던 타율도 어느새 2할8푼1리까지 끌어올렸다. 이제 그 이상을 꿈꾸고 있는 이정후다.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자신의 노력으로 쌓게 될 숫자들이 지금의 이정후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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