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맹활약으로 최고 2루수 자리까지 넘보고 있는 한화 정은원 ⓒ한화이글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17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t의 경기가 끝난 뒤 정은원(19·한화)은 바빴다. 방송사 인터뷰를 소화한 뒤 부지런히 짐을 챙겼다. 아직 경기의 긴장이 풀리지 않은 듯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그러나 충분히 웃을 자격이 있었다. 정은원은 이날 선발 1번 2루수로 출전해 멀티히트와 타점을 기록하는 등 맹활약을 펼쳐 팀의 8-5 승리를 이끌었다. 비단 한 경기 활약이 아니다. 올 시즌 전체적으로 기록이 좋다. 정은원은 17일까지 리그 21경기에 나가 타율 3할3푼7리, 1홈런, 1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72의 호성적을 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지금까지 성적만 놓고 보면 리그 최고 2루수다. 규정타석을 채운 리그 2루수 중 타율·안타·타점·장타율·OPS(출루율+장타율)에서 모두 1위다. 실책도 딱 하나 했다. 이제 2년 차 내야수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성적이다. 타고투저 바람이 조금 빠진 올 시즌 양상이기에 더 대견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팀에서 키우는 유망주’였다면, 올해는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내야수로 자리매김했다.

정은원은 최근 맹타 비결 질문에 “공이 잘 보이고 그러는 것은 없다”면서도 “작년을 경험하면서 깨달은 것들이 있다. 타격에서는 나에게 맞는 폼과 느낌을 만들어서 경기에 임하고 있다. 경험이 쌓인 것도 시즌 초반에 도움이 되고 있고, 앞으로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매일 나가면서 경험을 쌓는 게 즐겁다고 말하는 정은원이다. 그러나 부담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했다. 17일에는 막대한 임무가 주어지는 리드오프 자리까지 올라왔지만, 정은원은 “부담감은 없다. 앞으로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부담을 내려놓은 자리가 비어있는 것은 아니다. 그 자리에는 책임감을 채워넣었다.

정은원은 한화가 집중 육성하는 선수다. 전략적으로 밀어줬다. 그만한 기량과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했다. 올해는 기존 주전 2루수였던 베테랑 정근우(37)를 외야로 보냈다. 정근우의 활용폭을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정은원의 자리를 만들어주려는 전략도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정은원도 구단의 기대를 알고 있다.

그래서 책임감이 커졌다고 강조한다. 더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한다. 이는 코칭스태프와 팬들은 물론, 선배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정은원은 “감독님과 코치님이 계속 경기에 내보내주시고 있다. 그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열심히 해서 그 믿음에 보답하고 싶다. 그런 부분을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은원은 꼭 자신을 위해 뛰지 않는다. 그래서 더 지금 자리에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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