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반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던 kt는 포기하지 않는 야구로 반등 발판을 마련했다 ⓒkt위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시즌 첫 12경기를 2승10패로 시작한 kt는 이후 15경기에서 8승7패를 기록했다. 모든 지표에서 좋아진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물론 첫 12경기 성적이 비정상적으로 처졌다. 평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결과가 그냥 나온 것은 아니다. 이강철 kt 감독은 “첫 10패는 잊자고 이야기했다. 사실 초반에 너무 꼬인 면이 있었다. 선수들이 자꾸 그것을 생각하면 안 됐다”면서 “초반에 성적이 좋지 않을 때도 더그아웃 분위기는 좋았다. 그것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떠올렸다.

야구는 선수가 한다. 막상 경기가 시작되면 벤치가 개입할 것이 없는 날도 있다. 그러나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은 코칭스태프의 몫이다. 작전으로 분위기를 반등시키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 감독은 '무언의' 명확한 메시지를 주고자 했다. 이 감독은 “포기하는 게임은 하지 말자는 생각을 전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말보다는 선수기용으로 선수들이 이를 이해하길 바랐다.

이 감독은 “마운드 운영에서 포기하는 게임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kt는 지난해 상대적으로 잡을 경기와 버릴 경기가 명확히 구분되는 팀이었다. 장기 레이스에서 의미가 있는 일이지만, 올해는 시즌 초반 성적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 일단 그 구상을 뒤로 미뤘다. 선발이 부진하면 곧바로 두 번째 투수를 올려 버티기에 들어갔다. 이 감독은 “그러자 야수들도 처지지 않고 끝까지 하려는 게 보였다”고 칭찬했다.

초반 전세가 넘어갔다고 포기하면 그대로 경기가 진행되고, 패배라는 결과 속에 분위기는 더 처질 수 있다. 이 감독은 그 악순환의 흐름을 가장 경계했다. 이대은이 부진한 경기에서 재빨리 움직였고, 그 결과 모두 승리를 낚으며 조금씩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었다. 19일 사직 롯데전도 상징적이다. 선발 금민철이 1⅓이닝 동안 5실점을 했다. 내일을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이 감독은 그러지 않았다. 조기 투입된 조근종이 분위기를 바꾸면서 결국 역전승을 거뒀다.

이 감독은 “선발이 5이닝 동안 개수를 채우면서 지고 싶지는 않다”고 비교적 강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타자들도 크게 뒤지고 있는 경기에서는 의욕이 떨어진다. 타격 컨디션을 올리려면 해볼 만한 경기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게 이 감독의 지론이다. kt 타자들도 최근 승부처에서 강한 면모를 과시하며 이 감독의 믿음, 그리고 투수들의 노고에 보답하고 있다. 

▲ 박경수(왼쪽)와 유한준 등 베테랑 선수들은 더그아웃 분위기를 형성하며 후배들을 이끌었다 ⓒkt위즈
자칫 불펜 과부하가 올 수도 있지만 이 감독은 “그런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팀 내 가장 많은 투구 수(256개)를 기록한 정성곤은 연투가 두 번밖에 없다. 3연투는 한 번도 없었다. 신인 손동현 또한 2이닝 이상을 던지면 다음 날은 등판하지 않는 등 나름 관리에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는 주권(179구)의 투구 수는 리그 불펜투수 중 37위다. 롱릴리프 자원이 많은 것도 이럴 때 도움이 된다.

물론 kt가 더 위로 올라가려면 많은 숙제를 풀어야 한다. 특히 공·수 모두에서 세밀한 플레이를 다듬어야 진짜 5위를 놓고 경쟁할 팀이 될 수 있다. 23일 수원 NC전 역전패에서 얻은 교훈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설픈 것이 있을지언정 팀이 포기를 모르고 달려들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kt는 강하지 않다. 이런 팀이 분위기까지 처지면 말 그대로 추락이다. 이 감독이 강조하는 부분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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