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벨라토르 웰터급 챔프 로리 맥도날드(왼쪽)가 28일(한국 시간) 타이틀 1차 방어전에서 존 피치와 비겼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새 직장에서 기량을 꽃피웠다.

2개 체급 챔프를 노릴 정도로 입지가 단단해졌다. 옥타곤에 설 때와는 '온도'가 다르다.

연이 닿지 않았다. 로리 맥도날드(29, 캐나다)는 UFC 시절 왕좌에 앉지 못했다. 결정적인 기회마다 발을 헛디뎠다.

네이트 디아즈와 BJ 펜, 데미안 마이아, 타이론 우들리 등을 차례로 눕히고 타이틀 샷을 얻었다. 상대는 '자비없는(Ruthless)' 로비 라울러.

그러나 웃지 못했다. 2015년 7월 UFC 189 웰터급 타이틀전에서 라울러에게 펀치 TKO로 졌다. 지금도 회자되는 '역대급' 명승부를 펼쳤지만 5라운드 1분께 무릎을 꿇었다. 데미지 축적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졌다.

이어진 스티븐 톰슨과 경기에서도 만장일치 판정패했다. 미련없이 옥타곤을 떠났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북미 2위 단체 벨라토르로 새 둥지를 틀었다.

좋은 선택이었다. 전성기를 맞았다. 꿈꾸던 챔피언벨트를 단 2경기 만에 허리에 둘렀다.

2017년 5월 벨라토르 179에서 폴 데일리에게 리어네이키드초크로 탭을 받은 뒤 지난해 1월 벨라토르 192에서 더글라스 리마를 판정으로 이겨 웰터급 챔프에 올랐다.

두 마리 토끼를 좇는다. 존 피치(41, 미국)를 제물로 타이틀 1차 방어에 성공하면서 웰터급 그랑프리 준결승전 티켓을 얻으려 한다. 그랑프리는 파이터 8인이 토너먼트를 거쳐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

그랑프리 4강 진출자 3명은 이미 정해져 있다. 앞서 리마와 마이클 페이지, 네이만 그레이시가 4강행을 매조졌다. 맥도날드가 피치를 잡으면 그레이시와 주먹을 맞대게 된다.

결국 그레이시와 대결을 확정 지었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찮다. 가까스로 무승부를 거두며 2개 목표를 힘겹게 이뤘다.

맥도날드는 28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열린 벨라토르 220 메인이벤트에서 피치와 5라운드 종료 무승부를 챙겼다(46-48, 47-47, 47-47). 

웰터급 타이틀이 걸린 경기. 마흔한 살 노장에게 쩔쩔 맸다. 매치 뒤 무승부 선언에 관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몸과 몸이 부딪혔다. 공이 울리자마자 피치가 강한 킥과 태클로 챔프를 케이지에 몰아붙였다.

현지 중계진이 "트레일러처럼 파고든다. 저것이 과거 조르주 생피에르를 괴롭혔던 피치 스타일"이라고 호평했다.

늪에서 빠져나온 맥도날드가 기어를 올렸다. 꾸준히 전진 스텝을 밟으면서 도전자를 압박했다. 구석으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5연승 상승세인 피치 기세가 만만찮았다. 기습적인 테이크다운으로 다시 한 번 톱 포지션 확보에 성공했다. 경기가 팽팽하게 흘렀다.

1라운드 종료 뒤 피치 세컨드가 "머리 움직임을 더 늘리라"는 지시를 내렸다. 맥도날드 원투 스트레이트를 경계하란 뜻이었다.

피치는 코치 말을 충실히 따랐다. 2라운드 초반 위빙으로 맥도날드 펀치를 피한 뒤 허리를 파고들었다.

맥도날드가 기어를 높였다. 양손 훅과 스트레이트에 하이킥을 섞어 경우의 수를 늘렸다. 2라운드 종료 1분 51초 전엔 슈퍼맨 펀치까지 보였다. 태클에 유념하면서 스탠딩 타격으로 승리를 매조지려는 전략이 점점 힘이 붙었다.

맥도날드는 파이터로서 절정을 맞았다는 평을 듣는다. 기량과 나이, 경험 등 모든 면에서 물이 올랐다.

그런 챔프를 상대하는 피치 노익장이 그래서 더 돋보였다. 3라운드 42초께 이날 경기 5번째 태클에 성공하며 SAP센터를 들끓게 했다.

테이크다운을 뺏은 뒤 옆구리밖에 공략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그러나 우들리, 마이아 등 최정상급 그래플러를 숱하게 이겨왔던 맥도날드를 상대로 경기력이 인상적이었다.

레프리가 "케이지를 붙잡지 말라"는 경고를 맥도날드에게 2번이나 건넬 정도로 그라운드 압박이 빼어났다.

4라운드 맥도날드가 분노 어린 펀치를 쏟아 냈다. 재차 태클을 시도하려는 피치를 물리친 뒤 킥과 엘보 공격을 퍼부었다. 중계진 마이크에 "빅 샷" 단어가 5~6차례 담겼다.

5라운드 역시 비슷했다. 피치는 태클로, 맥도날드는 유효타를 내주지 않으면서 몸을 빼내려는 흐름이 이어졌다.

5라운드 2분 40초 무렵 맥도날드가 기습했다. 트라이앵글 초크로 반전을 노렸다. 톱 포지션을 확보한 피치에게 일격을 날렸다.

양발로 상대 뒷목을 옥죈 뒤 탭을 노렸다. 그러나 서브미션 승으로 이어 가진 못했다. 오히려 피치에게 안면 파운딩을 허용하는 등 구석에 몰렸다. 챔프 오른 눈가가 피로 붉게 물들었다.

레프리 3인 선택은 무승부였다. 한 명만 피치 우세(46-48)를 선언했고 나머지 2인은 47-47, 동점을 매겼다. 야유 소리가 SAP센터에 널리 울렸다. 예상 밖으로 크게 고전한 챔프와 레프리 판정을 향한 실망감의 소리였다.

맥도날드는 MMA 커리어 첫 무승부를 맛봤다. 총 전적이 20승 1무 5패로 바뀌었다. 피치는 31승 2무 7패 1무효.

■ 벨라토르 220 결과

- 메인 카드

[웰터급] 로리 맥도널드 vs 존 피치
5라운드 종료 무승부(46-48, 47-47, 47-47)

[여성 플라이급 타이틀전] 일리마-레이 맥퍼레인 vs 베타 아르테아가
일리마-레이 맥퍼레인 3R 1분 50초 닥터 스톱 TKO승

[라이트급] 벤 헨더슨 vs 아담 피콜로티
벤 헨더슨 3R 종료 2-1 판정승(29-28, 28-29, 29-28)

[라이트헤비급] 필 데이비스 vs 리암 맥기어리
필 데이비스 3R 4분 11초 펀치 TKO승

[페더급] 개스턴 볼라노스 vs 네이선 스톨렌
개스턴 볼라노스 1R 2분 21초 펀치 KO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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