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리 맥도날드(오른쪽)가 백전노장 존 피치와 맞대결에서 힘겨운 무승부를 챙겼다. ⓒ 벨라토르
▲ 로리 맥도날드(맨 왼쪽)과 존 피치(맨 오른쪽). 둘은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 벨라토르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거센 야유를 받았다. 옥타곤을 호령했던 강자 2인이 '찜찜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레드 킹' 로리 맥도날드(29)와 전 UFC 라이트급 챔프 벤 핸더슨(35, 이상 미국)이 나란히 벨라토르 220 무대에 섰다. 맥도날드는 마흔한 살 노장과 무승부를, 헨더슨은 가까스로 판정승을 거뒀다.

납득하지 못했다. 관중은 선수 경기력과 레프리 판정에 실망했다. 야유와 조롱이 SAP센터를 그득 메웠다.

맥도날드는 28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열린 벨라토르 220 메인이벤트에서 존 피치(41, 미국)와 주먹을 맞댔다. 웰터급 타이틀이 걸린 경기.

타이틀 1차 방어에 나선 챔프는 '좀비 레슬링'을 구현한 피치에게 5라운드 내내 고전한 끝에 무승부를 거뒀다(46-48, 47-47, 47-47). 판정패로 결론 났어도 이상하지 않을 흐름이었다.

케이지 인터뷰에서 고개를 떨궜다. 자신 있게 앞을 보지 못했다.

맥도날드는 "(부진한 이유를) 모르겠다. 피치와 대결에서 결정적일 때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야유가 거세졌다. 안방에 원정 온 상대 팀 선수가 홈 팀 선수에게 비열한 파울을 했을 때 수준으로 소리가 컸다.

일순 '고개 숙인 챔프'가 된 맥도날드는 "킬러 본능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게 내 안에서 사라진 느낌이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확히 설명하긴 어려운데 (이해 못할) 망설임이 싹을 틔운 것 같다. 오늘(28일) 경기는 확실히 베스트 퍼포먼스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미국 종합격투기 뉴스 사이트 MMA 정키는 멘탈 이슈를 언급했다. 기량 하락보다 깊어진 신앙심이 맥도날드 고전 이유로 자리한 게 아니냐는 말씨였다.

이 사이트는 "최근 일이다. 약 10주 전부터 맥도날드는 (신을 향한) 믿음이 점점 커졌다. 직업으로서 파이터가 지닌 성격과 신앙은 썩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다. 하지만 맥도날드는 신념과 직업은 별개라는 확답을 건넸고 다들 그의 '건강한 영성'을 칭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완전히 떨쳐내진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실망스러운 경기 내용에서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친 듯보인다고 덧붙였다. 

누군가를 때리고 고꾸라뜨리는 행동 자체에 회의감이 든 게 아니냐는 뉘앙스였다.

맥도날드는 "(파이터가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서 최근 느낀 건데 신이 내 이름을 부른다는 기분에 가끔 휩싸인다. 허튼 소리가 아니다. 정말 분명히 느꼈다. 그게 내 영혼과 정신에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생기게 한 걸까. 모르겠다. 확실히 케이지 안에 들어와서 (타인에게) 고통을 가하는 일은 강한 기백이 필요하다"며 머릿속 변화에 관해 묘한 설명을 남겼다.

▲ 벤 헨더슨(왼쪽)이 아담 피콜로티를 3라운드 종료 2-1 판정으로 따돌리고 벨라토르 3연승을 완성했다. ⓒ 벨라토르
간신히 연승을 이어 갔다. 한국계 미국인 파이터로 유명한 헨더슨은 아담 피콜로티(30, 미국)를 3라운드 종료 2-1(29-28, 28-29, 29-28) 판정으로 이겼다.

역시 관중석에서 야유가 흘렀다. 다만 야유 속에 환호가 섞여 있었다. 

절반은 헨더슨 타격 정확성에, 나머지는 피콜로티 태클과 주도권을 쥐고 15분을 끌고 간 점에 마음이 가닿은 분위기였다.

라운드마다 흐름이 동일했다. 피콜로티가 태클로 톱·백 포지션을 점유하면 헨더슨은 힘겹게 '고리'를 풀고 반격했다. 성이 잔뜩 난 하이킥과 양손 훅으로 맞대응했다. 

그러나 늪에서 벗어난 시점이 늘 반박자씩 늦었다. 공격할라치면 라운드 종료 공이 땡 울렸다. 1라운드 종료 직전 플라잉 니를 차려다 부저를 듣고 만세를 부른 게 대표적이었다.

특히 1라운드 초반과 3라운드 막판은 위험했다. 현지 중계진도 목소리 높여 서브미션 패 가능성을 입에 올렸다. 레프리 조시 로젠탈이 가까이 접근해 상태를 살폈을 정도.

그러나 계속해서 발을 움직이고 초크로 되받이치는 대응 수(手)를 통해 위기에서 벗어났다. 벨라토르 3연패 뒤 3연승을 완성한 헨더슨은 "(WEC, UFC에 이어) 세 번째 단체 라이트급 챔피언벨트를 원한다"고 힘줘 말했다. 

'와아'보다 '우우' 소리가 관중석에서 더 크게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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