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나우도 자카레 소우자가 '또' 무너졌다. 3전 4기 신화를 쓰지 못했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또 무너졌다. 글로브를 벗지 않는 이상 가능성은 있다지만 이젠 정말 '문지기'로 남는 분위기다.

늘 한뼘이 모자랐다. 

2013년 5월. 호나우두 자카레 소우자(39, 브라질)는 UFC 데뷔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라운드 3분 37초 만에 암 트라이앵글 초크로 탭을 받아 냈다.

이후 8승을 더 챙겼다. 게가드 무사시, 빅토 벨포트, 크리스 와이드먼 등 굵직굵직한 이름을 차례로 눕혔다.

문제는 '4패'다. 자카레는 옥타곤에서 딱 네 번 졌다. 이 4경기가 그의 꿈을 앗아갔다.

패한 경기 모두 타이틀 도전권이 걸려 있었다.

2015년 12월 UFC 194에서 요엘 로메로(41, 쿠바)에게 1-2 판정패했다. 찜찜했다. 반칙 논란이 일었다.

2라운드 중반 로메로가 자카레 태클에 케이지를 잡고 버텼다. 의도적이었다. 감점이 충분히 나올 상황.

그러나 심판은 결정적인 반칙을 한 로메로에게 감점이 아닌 주의만 줬다.

3라운드 역시 자카레 페이스였다. 양손 펀치로 로메로 얼굴을 강타해 데미지를 입혔다. 펜스에 몸을 기댄 상대 톱 포지션까지 점유해 유효타를 꽂았다. 그로기 직전까지 몰아붙였다.

가정(假定)은 의미 없다. 스포츠에 '만약'은 부질없다. 허나 2라운드 로메로 감점이 나왔다면 판정에 웃는 자는 자카레가 될 수 있었다. 그럴 확률이 높았다.

이미 그르쳤다. 번복은 없었으며 시간도 많이 흘렀다.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타이틀전을 향한 여정이 이렇게 길고 어려울 줄은.

▲ 호나우도 자카레 소우자(왼쪽)는 2017년 4월 당시 미들급 랭킹 6위였던 로버트 휘태커에게 헤드 킥 KO로 졌다.
두 번째 기회는 2017년 봄에 왔다. 이 해 4월 UFC 온 폭스 24에서 자카레는 로버트 휘태커(28, 호주)와 주먹을 섞었다.

경기 하루 전 UFC와 8경기 재계약을 맺었다. 자카레는 "정말 설레는 밤"이라며 사인한 계약서를 SNS에 올렸다.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좋은 신호였다. 인재가 넘치는 미들급에서도 단체가 기대하는 '확실한 잠룡'으로 입지를 굳힌 모양새였다.

로메로, 루크 락홀드와 함께 명실상부 챔피언 마이클 비스핑을 위협할 차기 타이틀 도전 후보로 대우 받는다는 표지 같았다.

당시 랭킹 6위 휘태커만 잡으면 모든 게 술술 풀릴 듯했다.

하지만 기쁨은 이틀을 넘기지 못했다.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졌다. 휘태커에게 헤드 킥을 맞고 변명 여지 없이 KO 패했다. 

'(타이틀 도전권을 따기 위해) 또다시 먼 여행을 시작해야 한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겹경사는 없었다.

▲ 켈빈 가스텔럼(오른쪽)에게도 판정패한 호나우도 자카레 소우자.
지난해 5월 UFC 224에선 켈빈 가스텔럼(27, 미국)에게 1-2 판정으로 졌다. 비운의 강자 이미지가 굳어졌다.

분위기가 묘하게 흘렀다. 탓을 외부로 돌리기엔 너무 자주 언덕을 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었다.

고비마다 무너지는 흐름과 어느덧 30대 후반에 이른 나이, 힘은 좋지만 움직임이 느린 약점 등이 차진 흙처럼 엉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입지가 조금씩 흔들렸다. 대권 후보와 문지기 사이를 오가게 됐다. 자카레를 꺾은 선수들 현재를 보면 더 그렇다.

휘태커는 미들급 챔피언이 됐고 로메로는 랭킹 2위, 가스텔럼은 5위다. '자카레를 이기면 톱 5 실력을 인정받는다'는 말이 허언처럼 들리지 않는다. 설득력이 있다.

역사는 반복됐다. 28일(한국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선라이즈 BB&T센터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150 메인이벤트에서 자카레는 잭 허만손(30, 스웨덴)에게 5라운드 종료 0-3(46-49,47-48,47-48) 판정패했다.

이 경기를 이기면 통합 타이틀전에 나설 수 있었다. 타이틀 도전권을 받기로 UFC로부터 약속받았다. 

그게 애초 붙기로 한 로메로가 폐렴으로 빠지고 대체 선수로 들어온 허만손을 상대하는 조건이었다.

꺼림칙한 건 있었다. 자카레는 허만손이 랭킹에 비해 만만찮은 상대란 걸 알았다. 

그래서 굳이 대결을 펼치려고 안했지만 UFC 달콤한 제안에 출전 계약서에 사인했다. 패착이었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선택이었다. 또 타이틀전 문턱에서 쓴잔을 마셨다. 허만손 랭킹과 인지도만 올려 준 꼴이 됐다. '악어형'에게도 봄날은 올까.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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