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 스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어벤져스:엔드게임'에 이은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이 마무리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페이즈3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페이즈4를 준비하는 마블 스튜디오의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치는 바로 '다양성'이다.

이전의 여느 슈퍼히어로물들과 마찬가지로 MCU 또한 매력적인 백인 히어로들을 앞세워 세계 영화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그리스 신화에서 볼 법한 미모와 비율의 스타들이 맹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2008년 '아이언맨'으로부터 시작한 MCU 10년, 세상은 계속해 변했고 마블 또한 다양한 문화권, 다양한 가치를 이야기에 반영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 '블랙팬서' 스틸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2018년 초 개봉한 '블랙팬서'는 마블이 선보인 최초의 흑인 히어로 솔로무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2004년 할리 베리를 주인공으로 삼은 '캣우먼'은 흑인-여성 주인공을 앞세운 히어로물이었으나 비평과 흥행 모두에서 처참했다.) 아프리카의 자긍심에 단단히 발을 붙인 이 매력적인 슈퍼히어로는 북미에서 7억 달러, 전세계적으로는 무려 13억 달러를 벌어이며 대성공을 거뒀다. 이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슈퍼히어로 무비 최초로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올랐고, 미술상 음악상 의상상까지 무려 3관왕을 차지했다.

DC의 '원더우먼'보다 늦긴 했지만 여성 히어로의 활약에도 공을 들였다. 올해 초 개봉한 '캡틴 마블'은 마블 최초의 여성히어로 무비. 가장 강력한 힘을 가졌다는 케빈 파이기의 설명답게 압도적인 슈퍼파워를 자랑하며 우주적 스케일을 예고하더니 '어벤져스:엔드게임'에서도 남다른 배포와 능력치를 과시하면서 주요한 역할을 해냈다. 브리 라슨이 맡은 '캡틴마블'은 젠더 이슈, 페미니즘 이슈를 몰고다니면서도 내내 당당했고, 논란을 이겨내고 전세계적 흥행에도 성공했다. '원더우먼'이란 여성 히어로의 성공이 단발성이 아니라는 걸 입증해낸 셈이다.

마블 페이즈4는 한걸음 더 나갈 예정이다. 캡틴마블부터 블랙위도우, 오코예, 스칼렛 위치, 발키리, 와스프 등 MCU의 여성 슈퍼히어로들이 한꺼번에 스크린을 가득 채웠던 '어벤져스:엔드게임' 하이라이트의 한 장면은 마블이 나아갈 바를 말하는 예고나 다름없다. '세상은 여성 히어로를 원한다.'

알려진 대로 '캡틴 마블'은 MCU 대표 여성 히어로로 페이즈4를 이끌 예정이다. '캡틴 마블2'는 물론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이 기대된다. 오랫동안 관심을 받았던 '어벤져스'의 원년멤버, 블랙 위도우의 솔로무비 제작도 준비가 한창이다. 지난 MCU의 주축 중 하나였던 여성히어로 '블랙 위도우'가 페이즈4의 첫 작품으로 2020년 그 문을 열 것이라는 예측도 상당하다.

▲ '캡틴마블' 스틸

남성 그리고 여성에 그치지 않는다. 마블 스튜디오의 빅토리아 알론소 제작팀장은 최근 게이 히어로의 출연 가능성을 언급해 화제가 됐다. 그는 "세상은 게이 히어로를 맞이할 준비가 됐다"며 "세상은 글로벌하고 다양하고 포괄적이며 이러한 트렌드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게이 히어로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작품이 바로 '이터널스'다. 안젤리나 졸리에 이어 한국 배우 마동석이 출연 물망에 올라 큰 화제가 됐던 마블의 또 다른 슈퍼히어로물이다.  감독은 중국 출신인 클로이 자오. '이터널스'는 이로써 '캡틴마블' '블랙 위도우' 솔로무비에 이어 여성이 감독을 맡은 3번째 마블 히어로물이 된다. 아시아계 연출자는 최초다. 캐릭터와 감독의 면면만으로도 궁금증이 더해진다.

마동석의 출연설에서 보듯 그간 MCU가 소홀하게 여겼던 아시아계에 대한 관심 또한 부쩍 높아졌다. 또 마동석이 마블의 히어로가 될 수 있을지, 또 마블의 다양성을 대표할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블랙팬서'의 아프리카에 이어 아예 중국 대륙을 겨냥한 작품도 제작 계획이 나왔다. 바로 '샹치'다. 샹치(Shang-Chi)는 마블 코믹스에서도 보기 드문 아시아인 슈퍼히어로다. 심심찮게 거론되던 한국계 히어로 아마데우스 조보다 먼저 MCU에 합류했다. 그는 중국 국적의 쿵푸 대가이자 권법 마스터로 다양한 격투에 능하고 무기도 잘 다룬다. 세계 정복을 노리는 국제적 범죄조직 보스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권법을 배우며 자라났지만 악당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고 일어선 인물이다. 

1973년 첫 등장한 코믹스 속 '샹치'가 그 즈음 '용쟁호투'와 함께 이소룡이란 아시아인 스타가 주목받은 시대 분위기를 반영했다면, 새롭게 등장할 마블 히어로물 '샹치'는 2020년대 인종적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응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언맨도 없고 캡틴 아메리카도 없는 '어벤져스:엔드게임' 이후의 MCU. 이미 세계 영화를 움직이는 거대한 흐름이 되어버린 그들이 다음 단계에서는 어떤 화두를 던지며 달라진 세상을 이야기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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