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으로 제72회 칸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은 봉준호 감독이 칸 현지의 한국 취재진에게 기쁨을 전했다.
봉준호 감독은 25일 오후 7시15분(현지시간, 한국시간 26일 오전 2시15분)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바로 곁에 앉아 긴장된 표정으로 심사위원장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발표를 기다리던 봉준호 감독은 한국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이라는 최종 발표가 나오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송강호가 와락 봉준호 감독을 안았다.
뤼미에르 대극장 바로 옆 팔레 드 페스티벌의 기자실에서 중계 화면으로 이를 지켜보던 한국 기자단 사이에서는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의 선전을 진심으로 기원하던 마음이었다.
이 마음을 알았을까. 황금종려상 수상자 공식 기자회견에 앞서 잠시 짬을 낸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들고서 기자실을 찾았다. 어느 때보다 황금종려상 수상 기대감이 높았던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아침 나절부터 기자실에서 기사를 작성하던 일종의 '서비스'였다.
20명 가까운 기자단은 환호와 박수로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를 맞았다. 상기된 표정의 봉준호 감독은 "이런 건 축구나 월드컵 아니냐"면서 하이파이브를 하며 들어왔고, 송강호 역시 마찬가지. 해외 기자들도 박수를 치며 흥미로운 순간을 지켜봤다. 그 감격의 순간, 벅찬 공간에 칸영화제 현장취재를 떠난 스포티비뉴스가 함께했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가 전한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옮긴다.
-황금종려상 수상을 축하드린다. 소감을 부탁드린다.
"이런 현상은 축구나 월드컵 쪽에서 벌어지는 현상인데 쑥스럽네요. 너무 기쁩니다. 이 기쁨의 순간을 지난 17년간 함께한 송강호 선배님과 함께하고 있어서 더 기쁘다. 취재라기보다 응원해주신 기분이다. 같이 상을 받는 기분이다."(봉준호)
"저도 같은 마음이다. 저희가 잘해서 받는다기보다는 한국영화인들이 지금까지 한국영화를 응원하고 격려해주셔서 오늘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시한번 한국영화의 팬들에게 감사드린다."(송강호)
-이 기분을 영화로 만든다면?
"지금 정신이 정리가 잘 안되고 있다. 조용히 술 한 잔 해야 정리가 될 것 같다. 초현실적으로 거리가 멍한 상태다. 이게 약간 판타지영화 같은 느낌이다. 평소에는 사실적인 영화를 찍는데 지금은 판타지 영화같다."
-점점 황금종려상이 다가올 땐 어떤 기분이었나. 수상을 예측했나?
"전혀. 차례로 발표를 하니까. 뒤로 갈수록 마음은 흥분되는데 현실감은 점점 느껴지는 느낌이었다. 우리만 남은 건가 했을 때는 강호 선배와 보면서 이상한 기분이었다."(봉준호)
"사실 현재 위대한 감독들이 함께했는데 안 불리면 안 불릴 수록 점점 기분이 좋아지는 거죠. 솔직히. 점점 긴장하고 바들바들 떨면서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송강호)
-폐막식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는 어땠나.
"그 때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고국에 돌아가서 돌팔매를 맞지 않겠구나 안도했다. 이런 상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솔직히."(봉준호)
"오후 12시41에 연락이 왔다. 12시부터 1시 사이에 연락이 온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 40분이 피를 말렸다. 힘들었다."
-누구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나.
"강호 선배님이 여기 함께 계셔서 기쁘지만 먼저 서울에 간 배우들이 있다. 배우들이 여러명 아닌가. 그 배우들 얼굴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봉준호)
"저도 마찬가지다. 스태프, 후배 배우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송강호)
-못다한 수상소감이 있다면?
"제가 말을 하면 통역 분이 하시지 않나. 저는 통역 분이 하시는 동안 시간 여유가 있다. 시간 여유가 있어서 빠짐없이, 남김없이 다 했다"(봉준호)
스포티비뉴스=칸(프랑스), 김현록 기자 roky@spotvn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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