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제공|CJ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사실과 사실 아닌 게 섞여 있어요."

봉준호 감독이 '페르소나' 송강호와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밝혔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 개봉을 앞두고 29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조금 다른 송강호와의 첫 만남을 돌이켰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1997년. 우노필름이 제작한 박기용 감독의 영화 '모텔 선인장' 준비 당시. 정우성 박신영 이미연 진희경 등이 출연한 이 영화에는 봉준호 감독과 장준환 감독이 연출부로 참여했다. 봉준호 감독은 "둘다 모두 어리바리하고 일을 못했다. 내가 감독이었으면 잘랐을 거다. 둘다 영화광이라 일을 열심히 안하고 딴 생각을 많이 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둘 다 '초록물고기'(1997, 이창동 감독)의 판수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송강호가 판수를 연기했다.) 업계 내부에선 쇼킹했다. 실제 건달을 데려와서 찍었다는 낭설이 떠돌았을 정도로 너무나 리얼한 연기를 하셨다. 연극하신 분이란 아주 간단한 정보만 있었다. 저와 장준환 감독이 사심으로 '초록물고기' 그분 압권이지 않나. 오디션을 빌미삼아 오시라고 한 거다."

봉준호 감독은 "오셨을 땐 오디션 대본 드리고 리딩하고 그러지 않았다. 오시자마자 커피를 타드리고 막 이야기를 했다"며 "짙은 회색 양복을 입고 오셨는데 멋지시더라. 여러가지 대화를 나눴다"며 마치 첫사랑을 추억하듯 송강호의 모습을 자세히 회상했다.

당시 봉 감독은 연극배우 출신인 배우 김뢰하로부터 오디션에 합격하지 않은 배우들에게 어느 시점이 되면 '제발 통보를 해달라'는 조언을 들은 터였다. 배우들 입장에선 먼저 물어보기 민망하기도 하고, 다른 공연 스케줄 때문에 난감한 일이 벌어진다는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던 봉준호 감독은 시간이 지나 송강호에게 출연이 불발됐다는 연락을 했단다.

봉준호 감독은 "애초부터 자료를 감독님께 보여드리긴 했지만 사심이 있었고. 다른 배우로 결정이 났을 때쯤에 송강호 선배님을 비롯해 다 연락을 했다"며 "송강호 선배는 저나 준환이 입장에서 특별하지 않나. 제가 길게 음성메시지를 남겼다. 여차여차하여 저차저차해서 이렇게 됐는데 다음에…. 이렇게 메시지를 남겼다. 그것이 인상적이셨나보다. 보통 연출부가 그렇게 하지 않으셨으니까"라고 털어놨다.

▲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후 공식 포토콜에 나선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게티이미지
둘의 첫 만남이 된 오디션 당시 송강호는 '넘버3'를 촬영하고 있었고, 그해 8월 영화가 공개된 뒤 송강호는 충무로가 주목하는 배우로 떠올랐다. 이후엔 1999년 봉준호 감독이 첫 장편 '플란다즈의 개' 사운드 작업을 하던 무렵 '반칙왕'(감독 김지운) 후시녹음을 하던 송강호와 스치듯 만났을 뿐이었다.

봉준호 감독은 "업무를 빌미로 호기심 가는 배우를 모셔다 사리사욕을…"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저와 장준환이 평범한 연출부였을 시절, 불과 몇 달 후에 난리가 나서 유명해지셨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봉준호 감독은 "('플란다즈의 개' 흥행이) 대참사가 나고 2주 간격 개봉한 '반칙왕'이 흥행광풍이 일었다. 그해 연말에 디렉터스컷 행사가 있었다. 그 행사장 입구에서 (송강호와) 우연히 만났다"면서 "'플란다즈의 개'를 너무 재미있게 보셨다는 거다. 구체적으로 장면을 짚어서 이야기해 주셨다. 너무 고맙더라. 그때 '살인의 추억' 준비할 때라 시나리오를 꼭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이미 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1997년 긴 음성메시지 받은 걸 좋은 기억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나중에, '살인의 추억' 하시기로 한 뒤에 하신 것 같다. 이게 정확한 스토리였다"고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제 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더욱 뜨겁게 주목받은 영화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 연출작이자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설국열차'(2013)에 이어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가 4번째로 만난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송강호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굳이 따지지 않고 충동적으로 하는데 흥행이 잘 된 것은 운이 좋았던 것도 같고, 배우들의 공이 있었다. 그 중심에 송강호가 있었다"면서 "관객과 대중을 향한 폭넓은 설득력을 더해주신다. 내가 표현하는 걸 관객에게 오작교처럼 이어주는 사실성과 설득력이 있다. 그것을 흥행성이라고 표현하기엔 빈곤한 느낌"이라고 강조했다.

'기생충'은 전원백수 기택네 가족 장남 기우가 부잣집 과외선생으로 들어가며 이어진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일로 번져가는 가족희비극. 송강호는 전원백수 가족의 가장 기택 역을 맡아 ㅇ강력한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는 오는 30일 개봉한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s.co.kr

▲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후 공식 포토콜에 나선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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