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교체해 재미를 본 정정용 감독(맨 오른쪽)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선수들의 체력 안배와 상대 성향을 확실하게 파악한 정정용(50) 감독의 한 수가 또 통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이 12일 오전(한국시간) 폴란드 루블린의 루블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에콰도르와 4강에서 1-0으로 승리하며 사상 첫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경기를 치르면서 늘 전형 변화와 선수 교체 등으로 자신의 지략을 보여줬던 정 감독은 에콰도르전에서는 미드필드에서 변화를 선택했다. 오세훈(아산 무궁화)-이강인(발렌시아CF) 투톱 아래 고재현(대구FC)-김세윤(대전 시티즌)을 공격적으로 배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고재현은 포르투갈과 첫 경기 선발 이후 일본과 16강전 교체 출전이 전부였다. 김세윤도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교체 출전 이후 역시 첫 선발 기회를 얻었다. 체력적으로는 수비형 미드필더 정호진(고려대)을 보조하기에 충분했다.

두 미드필더는 전반 내내 에콰도르 수비를 괴롭혔다. 왕성한 활동량으로 에콰도르 공격을 차단했다. 공격 전환 시에는 빠르게 중앙으로 침투해 에콰도르 수비에 부담을 줬다.

전방 압박이 통하면서 좌우 윙백 최준(연세대)-황태현(안산 그리너스)도 잦은 오버래핑이 가능했다. 골 욕심 대신 팀플레이에 집중하면서 정 감독이 원하는 에콰도르 공수 교란에 앞장선 것이다. 전반 39분 최준의 선제골이 된 이강인의 프리킥도 이들이 전방에서 에콰도르의 수비와 경합하며 볼 전진을 막은 숨은 효과가 있었다.

▲ 최준의 선제골에 환호하는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연합뉴스

전반을 1-0으로 끝낸 한국은 후반 9분 김세윤이 빠지고 조영욱(FC서울)이 들어왔다. 예정된 교체였다. 조영욱은 등지고 상대를 밀며 돌파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공간이 생겼고 17분 고재현이 오세훈의 패스를 받아 중거리 슈팅하며 에콰도르 수비의 전진을 막았다. 골대 오른쪽으로 살짝 빗나갔지만, 시도 자체가 좋았다.

27분에는 놀라운 선택을 했다. '막내형' 이강인을 빼고 미드필더 박태준(성남FC)을 넣었다. 활동량으로 다시 한번 에콰도르에 맞서겠다는 의미였다. 이강인은 조별리그부터 16강, 8강을 여유 없이 뛰었다.

반면, 박태준은 남아프리카공화국전 교체 출전, 세네갈과 8강전에서 선발로 나서 후반 35분까지 뛰어 체력 여유가 있었다. 버텨보겠다는 정 감독의 의도가 분명하게 담긴 교체였다. 선수들을 면밀하게 파악하지 않았다면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마지막 변화는 36분 고재현이었다. 고재현은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 나갔고 스피드가 좋은 엄원상(광주FC)이 등장했다. 마지막에는 스피드로 에콰도르를 잡겠다는 전략이었다. 상대가 알고도 당하는 엄원상의 스피드였다.

박태준과 엄원상은 에콰도르의 막판 공세에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힘을 보탰다. 정 감독이 의도한 것을 확실하게 이행하며 결승 티켓을 선물했다. 감독의 생각과 선수들의 의지가 잘 섞여 만든 영광스러운 결과였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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