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진.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정철우 기자]최근 몇 년간 야구계를 지배하고 있는 이론은 이른바 '뜬 공 혁명'이다. 이상적인 발사각으로 빠른 타구를 보내면 장타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올 시즌 공인구 반발력을 낮추며 공격적 야구의 색깔이 다소 흐려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좋은 발사각으로 공을 띄워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이론에는 흔들림이 없다.

이런 뜬 공의 시대, 땅볼을 이야기하는 선수가 있다. NC 멀티맨 김태진이 주인공이다.

김태진은 "올 시즌 홈런을 '3개나' 쳤다. 지난해까지 내 통산 홈런은 1개였다. 그러나 이제 그 홈런을 머리에서 지우려고 한다. 내게 주어진 임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땅볼을 치더라도 끝까지 전력 질주를 하며 모든 힘을 짜내야 하는 선수다. 팀도 내게 바라는 것이 그런 것이다. 내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 감독님께서도 "너에게 많은 홈런 같은 걸 바라지 않는다. 팀을 위한 플레이, 팀 배팅이 너의 할 일이다. 네가 지금껏 보여 줬던 야구를 인정하고 있다. 그 야구를 버리지 말라"고 충고하셨다. 내가 잠시 내 자리를 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다시 내 야구로 돌아가려 한다. 땅볼이 나오더라도 끝까지 전력 질주하며 승부를 보는 근성 있는 플레이가 내가 할 야구"라고 말했다.

김태진은 지난해 20경기에서 타율 0.355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올 시즌에도 활약은 이어지고 있다. 57경기에 출장해 타율 0.282를 기록 중이다.

6월에 접어들 때까지만 해도 3할 타율을 기록했던 김태진이다. 4월을 0.323으로 출발해 5월을 0.309로 넘겼다.

하지만 6월들어 페이스가 다소 떨어졌다. 6월 월간 타율은 0.245에 불과하다.

김태진은 슬럼프의 원인을 자신의 야구를 하지 못한 것에서 찾았다. 홈런도 치고 타석에서 좋은 결과도 많이 만들었지만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보다 팀이 필요한 플레이에 집중하는 것이 진짜 자신의 야구라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김태진의 기록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그가 내, 외야를 가리지 않는 멀티 플레이어라는 점에 있다. 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그 자리를 메꾸며 지금까지 버텨 내고 있다.

이동욱 NC 감독은 "내가 베스트라고 생각했던 라인업은 스프링캠프 연습 경기 때 짜 보고 못 짜본 것 같다. 그만큼 부상 선수들이 많았다. 김태진 이상호 등 멀티 포지션을 소화한 선수들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김태진은 다양한 포지션 소화가 자신의 타격감을 떨어트린 이유라고 변명하지 않았다.

김태진은 "수비 포지션은 공격력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물론 원래 하던 내야수가 외야수보다는편하다. 하지만 외야수로라도 나갈 수 있는 것이 내겐 행운이다. 내가 해야 하는 야구는 안정적이고 편안한 야구가 아니라 열정을 다 쏟아부어서 플레이하는 것이다. 그것이 팀이 나를 필요로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 그림에 맞는 선수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진의 시즌 타율이 어느 정도 선에서 결정될 것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건 그가 앞으로 더 기를 쓰고 야구를 할 것이라는 점이다. 자신의 야구가 무엇인지가 분명해진 만큼 플레이에서도 그 기운이 느껴지게 될 것이다.

김태진의 야구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스포티비뉴스=잠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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