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재훈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정철우 기자]"3, 4월에 단련된 것들이 지금 힘이 되고 있다."

염경엽 SK 감독이 두산과 3연전을 앞두고 한 말이다. 시즌 초반 최악의 공격력을 보였던 시기에 쌓인 것들이 지금 선두 싸움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SK는 3, 4월에 최악의 공격력을 보였다. 팀 타율이 0.238에 불과했다. 10개 팀 중 꼴찌의 성적이었다. 장기이던 장타력도 보잘 것 없는 수준이었다. 장타율 0.371로 7위에 랭크돼 있었다. 장타율과 출루율의 합인 OPS도 0.690으로 9위였다. 염 감독은 이 시기를 최악의 슬럼프로 꼽았다.

염 감독은 "거의 매 경기 6회까지는 주자도 제대로 나가지 못했다. 안타는커녕 볼넷도 잘 얻지 못했다. 매 경기 숨 막히는 접전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경기 시간은 우리가 제일 짧았다. 답을 찾기 힘든 시기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고진감래라고 했을까. SK는 이 힘든 시기를 버텨 내며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3, 4월의 타격 부진이 '팀 SK'에는 큰 힘이 됐다.

염 감독은 "매 경기 어려운 상황을 겪으면서 우리 선수들이 강해진 면이 있었다. 힘든 경기를 했지만 이기는 경기들이 많이 나오면서 좋은 경험을 쌓게 된 것이다. 4월의 부진이 있었기에 지금의 여유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SK는 5일 현재 58승27패로 2위 두산에 7경기 차나 앞서 있는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 중심엔 완벽에 가까운 필승조가 자리 잡고 있다.

서진용-김태훈-하재훈으로 이어지는 필승 라인은 거의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팀 승리를 지켜 내고 있다. 염 감독은 이 과정에서 3, 4월의 타격 부진이 큰 힘이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염 감독은 "매 경기 타이트한 승부를 하면서 우리 불펜 투수들이 성장하는 시기를 가질 수 있게 됐다. 김태훈을 빼면 지난해에 필승조였던 선수가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하지만 시즌 초반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불펜 투수들이 강해질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고 새로운 조합도 가능해졌다. 힘든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의 여유도 챙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즌 출발 즈음, SK 마무리는 김태훈이었다. 하지만 김태훈이 마무리로서 제 몫을 못하면서 변화가 필요하게 됐다. 그렇게 선택된 선수가 바로 하재훈이다. 김태훈은 셋업맨으로 보직이 바뀌었다. 시즌 초반 실패를 경험하면서 더 좋은 구성을 갖게 됐던 것이다.

염 감독은 "후반기에 정영일과 강지광이 복귀하게 되면 좀 더 불펜 운영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그 전까지는 기존 불펜 투수들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이전보다 좀 더 과감한 투수 교체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것은 경험의 힘이다. SK 불펜이 최강의 조합을 갖추게 된 것은 시즌 초반의 어려움을 이겨 낸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염 감독의 분석이다. 실제로 SK 불펜은 그 어느 해보다 안정감 있는 흐름을 이어 가고 있다.

치열했던 승부의 기억이 한층 더 강한 심장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SK 불펜이 강심장의 투구를 이어 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스포티비뉴스=잠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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