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수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유현태 기자] 강원FC는 충격적인 FA컵 탈락 이후에도 빼어난 경기력을 자랑하고 있다. 탈락의 충격은 크지 않다.

강원은 지난 3일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9 KEB하나은행 FA컵 6라운드(8강)에서 대전코레일에 0-2로 완패했다. 대전코레일에 프로 출신 선수들이 요소요소에 있었지만 3부 리그 격인 내셔널리그 소속이란 점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결과였다.

하부 리그 팀에 패한 것이 팀 전체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 더구나 이번 시즌은 강원이 FA컵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적기로 여겨졌다. 팀 사상 최초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노릴 수도 있는 상황. 의외의 패배가 강원의 팀 분위기가 침체되거나 실망감이 경기력으로 나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강원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패배 3일 뒤인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19라운드에서 FC서울과 2-2로 비겼다. 서울은 전북 현대, 울산 현대와 3강 구도를 형성한 강팀. 하지만 강원은 무려 슈팅 수에서 13-6, 유효 슈팅에서도 6-2로 압도하면서 안정적인 경기력을 뽐냈다.

▲ 서울전 멀티 골 김지현 ⓒ한국프로축구연맹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확실하다. 강원은 FA컵을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집착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김병수 감독은 대전코레일전을 앞두고 "이번 경기 결과가 장기적으론 팀에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강원은 3일 대전코레일전 이후 6일 FC서울, 9일 상주 상무, 12일 경남FC까지 3일 간격으로 경기를 이어 가야 한다. 또한 순위 싸움에 결정적인 9월 중순과 10월 초순으로 예정된 홈 앤드 어웨이 경기나 결승전 일정이 K리그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였다. 욕심을 크게 부리다가 탈이 나느니 팀의 경기력이 오르는 상황을 더 길게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6일 서울전을 앞두고도 김 감독은 "길게 호흡해야 한다. FA컵은 어쩔 수 없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결과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어 "ACL은 출전 자체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 이왕이면 우승을 목표로 가야 한다. 팀이 계속 강해지는 걸 원한다. 지금은 내실을 다지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강원으로선 FA컵 8강전이 그저 '실패'였던 것은 아니다. 부상에서 복귀한 오범석과 박창준, 출전 기회가 필요했던 빌비야, 키요모토, 서명원 등도 기회를 잡았다. 이런 선수들의 경기력이 올라와야 강원은 무더위를 지날 수 있고, 또 차기 시즌 더 강력한 팀을 꾸릴 수도 있었다. FA컵으로 이들을 점검하는 기회도 됐다.

선수들의 목소리도 마찬가지다. 베테랑 수비수 신광훈은 "(FA컵 경기에) 나간 선수들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오늘 하고 화요일하고, 금요일하고 무리가 된다고 생각하셔서 고민하신 것 같다. 괜찮다. 다들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공격수 조재완도 "저희가 FA컵에서 기대를 많이 했다"면서도 "주축 선수들이 빠졌지만 나머지 선수들도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기대를 좀 많이 했는데 경기를 잘 뛰지 못하다 보니 차이가 좀 난 것 같다. 지난 일은 지난 일이고 리그에 집중하기로 했다. 결과는 아쉽지만 남은 경기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강원은 이미 독보적인 스타일의 축구로 주목을 받고 있다. 적장 최용수 감독 역시 "지도자는 자신의 철학이 있지만 유지하기 쉽지 않다. 타협하지 않고. 선수 구성도 만들어가고 있다. 김병수 감독님을 높이 사고 싶다"고 말할 정도. 강원은 강원의 길을 차근차근 걷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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