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다저스 투수 페드로 바에스

[스포티비뉴스=LA(미국 캘리포니아주), 양지웅 통신원] LA 다저스는 지난 15일 보스턴 레드삭스와 경기 8회말 구원등판해 홈런을 연속으로 허용하며 류현진의 승리를 날려버린 페드로 바에스의 투구폼이 상대팀에 노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다저스 전문 매체 '다저블루'가 보도했다.

바에스는 4-2로 이기고 있던 8회말 류현진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올랐으나 첫 두 타자인 잰더 보가츠와 JD 마르티네스에게 백투백 솔로홈런을 얻어맞고 4-4 동점을 내줬다. 다저스는 연장 12회까지 가면서 7-4로 승리했으나 바에스의 피홈런 2개가 없었다면 류현진은 시즌 11승을 올릴 수 있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바에스가 투구시 손이나 글러브를 보면 어떤 공을 던질지 예측 가능하다"며 보스턴 타자들이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했다.

이날 경기에서 로버츠 감독은 투수 교체를 하는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예외적으로 8회말 바에스가 4번째 타자를 상대할 때 마운드에 올라 바에스와 포수 러셀 마틴 등과 대화를 나눴다. 바에스는 백투백 홈런을 맞은 후 후속 타자 3명을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며 이닝을 끝냈다. 바에스는 올시즌 첫 40경기 39.1이닝 동안 단 1개의 홈런을 허용한 반면 지난 3경기 2.1이닝 동안 3개의 홈런을 맞았다.

정확하게 보스턴 타자들이 바에스의 어떤 투구 습관을 알고 있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메이저리그에서 상대 투수들의 투구폼을 비디오 영상으로 분석하는 것은 만연하다. 지난 2017년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당시 다저스 선발투수였던 다르빗슈 유의 구종에 따른 투구폼 차이가 노출돼 휴스턴 타자들은 "어떤 공을 던질지 알고 있었다"고 나중에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6월 15일 경기에서는 다저스 클로저 켄리 잰슨은 2루 주자가 사인을 훔쳐보는 것을 의심해 '고의 보크'를 하기도 했다. 시카고 컵스전에서 다저스가 5-3으로 앞선 9회말 2사 2루에서 잰슨은 고의적으로 보크를 범해 2루주자 제이슨 헤이워드를 3루에 보낸 뒤 세이브를 올렸다. 등 뒤에 있는 2루 주자가 포수 사인을 훔쳐 타자 빅토르 카라티니에게 전달하는 것을 의심해 아예 2사 3루를 만들고, 카라티니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흔히 메이저리그는 '힘과 힘'의 대결, '사나이다운 정면승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생각보다 훨씬 세밀하다. 류현진도 깜짝 놀랄 정도로 각 구단들이 첨단 장비와 진화된 기록 분석으로 전력 분석에 힘을 쏟고 있다. 힘과 기술뿐만 아니라 상대의 약점을 캐기 위해 사소한 몸짓 하나도 해부하고 있다.

투수의 습관을 잡아내고 상대의 사인 훔치기를 의심하는 것이 아시아 야구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역시 때론 1승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다 동원하기도 한다. 다저스가 투구 습관 노출과 상대의 사인 훔치기를 의심한다는 사실 자체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합법적 전력 분석도 있지만, 무언의 신사협정과 합의를 깨뜨릴 때도 있다. 무섭고도 치열한 승부의 세계다.

스포티비뉴스=LA(미국 캘리포니아주), 양지웅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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