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이강철 감독(오른쪽)이 7월 7일 대전 한화전에서 심판에게 배치기를 하며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다. ⓒSPOTV 스포츠타임 화면 캡처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2019 신한은행 MYCAR KBO리그'가 전반기를 끝내고 후반기 준비에 돌입했다. 올해도 전반기는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깜짝 대기록은 물론 사건사고도 있었고, 훈훈한 감동의 장면도 펼쳐졌다. 쉼 없이 달려온 전반기. 한 차례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아 스포츠타임은 KBO리그 전반기를 장식한 7가지 모먼츠(Moments)를 되돌아봤다. 전반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이었을까.

▲ 삼성 덱 맥과이어(오른쪽)가 4월 21일 대전 한화전에서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뒤 포수 강민호와 포옹하고 있다. ⓒSPOTV 스포츠타임 화면 캡처
①맥과이어 노히트노런

드라마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반전이 이뤄진다. 전반기 가장 놀라운 기록 중 하나는 삼성 외국인투수 덱 맥과이어의 노히트노런이었다. 맥과이어는 4월 21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등판해 9이닝 동안 4사구 2개만 내주고 안타 없이 13탈삼진 무실점으로 KBO리그 역대 14번째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 역대 최다 탈삼진 노히트노런 기록이기도 했다. 맥과이어는 올 시즌 삼성 개막전 선발투수로 등판해 3.2이닝 7실점으로 조기 강판되는 등 노히트노런 이전까지 5경기에 등판해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6.56으로 부진했기에 이날의 노히트노런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 두산과 롯데가 4월 28일 잠실에서 양 팀 감독들이 충돌하면서 선수단이 그라운드로 몰려나오는 벤치클리어링을 벌였다. ⓒSPOTV 스포츠타임 화면 캡처
②감독들의 충돌로 빚어진 벤치클리어링

말 그대로 모두가 벤치를 비우는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4월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두산전에서는 감독끼리 충돌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펼쳐졌다. 8회말 롯데 투수 구승민의 투구에 두산 정수빈이 오른쪽 옆구리에 맞고 쓰러지자 두산 김태형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와 상태를 살피다 흥분한 나머지 롯데 공필성 수석코치에게 폭언을 하면서 흥분했다. 그러자 롯데 벤치에 있던 양상문 감독이 나와 격앙된 목소리로 거친 말을 하면서 양 팀 선수단이 모두 그라운드로 나오는 벤치클리어링으로 이어졌다. 양 팀 선수단은 곧바로 철수했지만 정수빈은 갈비뼈 골절상과 폐혈흉으로 23일간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가 복귀했다. KBO 상벌위원회는 김태형 감독에게 제재금 200만원 징계를 내리고, 양상문 감독에게는 엄중경고를 했다.

③이강철 감독의 배치기 항의

가끔씩은 이런 격렬한 장면이 팬들의 시선을 끈다. kt 이강철 감독은 7월 7일 대전 한화전에서 심판에게 배치기를 하며 격렬하게 항의를 해 퇴장을 당했다. 4-3으로 역전한 뒤 9회초 2사 1·3루. 더블스틸을 통해 3루주자 송민섭이 홈으로 쇄도하는 과정에서 홈을 커버한 한화 1루수 이성열에게 태그아웃됐다. 이 감독은 '홈충돌 방지법'에 따라 홈을 비워줘야 할 의무가 있는 수비수가 홈을 막고 있었다면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판독 결과 원심이 그대로 유지됐다. 그러자 이 감독은 흥분한 나머지 그라운드에 나와 심판에게 항의를 하다 퇴장을 당하자 '배치기'를 불사했다. KBO는 상벌위원회를 열고 심판에게 신체접촉을 하며 항의를 한 이 감독에게 제재금 100만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최근 감독들의 개성이 사라지고 밋밋해져가는 KBO리그에서 이 감독의 화끈한 항의는 팬들의 눈길을 끈 전반기 명장면 중 하나로 남았다.

▲ NC 나성범(오른쪽)이 5월 3일 창원 KIA전에서 3루로 뛰다 오른발이 베이스에 걸리면서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됐다. ⓒSPOTV 스포츠타임 화면 캡처
④나성범 강백호의 부상

부상은 모두를 안타깝게 만든다. KBO리그 각 팀마다 부상 선수가 속출한 가운데 주축 선수들의 큰 부상도 이어졌다. NC 나성범은 5월 3일 창원 KIA전에서 2회말 2사후 2루타로 나간 뒤 상대투수 조 윌랜드의 폭투 때 3루로 뛰다 슬라이딩을 하는 과정에서 오른 무릎이 꺾이는 부상으로 이탈했다. 전방십자인대 파열과 연골판 부분 파열 진단을 받은 뒤 수술을 하면서 전열에서 이탈했다. 이어 kt 강백호는 6월 25일 사직 롯데전에서 9회말 신본기의 파울 타구를 잡는 과정에서 펜스 구조물의 날카로운 부분에 오른손이 베이면서 손바닥 봉합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 한화 열성 어린이 팬이 5월 4일 kt전에서 김회성의 끝내기 안타에 엉엉 운 장면도 전반기를 장식한 순간으로 꼽혔다. ⓒSPOTV 스포츠타임 화면 캡처
⑤김회성 끝내기안타에 펑펑 운 어린이 팬

야구에는 순수한 눈물과 훈훈한 감동이 있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5월 4일 한화 김회성은 대전 kt전에서 7-9로 뒤진 9회말 2사 만루서 끝내기 3타점 2루타를 날려 10-9 역전드라마를 만들었다. 이날 최고 화제가 된 인물은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 팬 윤준서 군이었다. 끝내기 안타가 나온 순간 아빠의 품에 안겨 펑펑 우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잡히면서 눈길을 모았고, 한화 구단은 SNS로 ‘공개수배’를 한 끝에 주인공을 찾았다. 어린이날인 5월 5일 야구장으로 초청해 김회성이 직접 친필 사인 유니폼과 구단 마스코트 인형 등을 선물했다. 윤준서 군은 5월 14일 키움전에서 시구까지 했다.

⑥ ‘비선출’ 한선태의 깜짝 활약

6월 25일에는 역사적 만남이 이뤄졌다. 고교 시절까지 아마추어 등록 선수로 뛴 적이 없는 비선수 출신 한선태는 지난해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LG에 입단한 뒤 이날 정식선수로 등록되는 감격을 맛봤다. 그리고 이날 바로 1군 엔트리에 등록된 뒤 잠실에서 열린 SK전에서 3-7로 뒤진 8회초 등판해 1이닝 1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역사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⑦ 영원한 ‘꽃범호’ 이범호 은퇴

한선태가 만남이었다면, 이범호는 이별이었다. '꽃범호'로 불리며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KIA 이범호가 7월 13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친정팀 한화전에 앞서 은퇴 경기와 화려한 은퇴식을 치렀다. 2000년 한화에 입단한 뒤 2010년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에 1년간 진출한 이범호는 2011년부터 올해까지 프로에서만 20년을 뛰었다. KBO리그 19년간 통산 329홈런(역대 5위)을 치면서 통산 17개의 만루홈런으로 역대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범호는 은퇴식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등번호 25번을 박찬호에게 물려주고 역사 속으로 퇴장했다.

▲ 삼성 박한이는 5월 26일 대구 키움전에서 9회말 극적인 끝내기 안타를 친 뒤 다음날 음주운전을 하면서 선수생활을 끝내고 말았다. ⓒ삼성 라이온즈
※그밖의 순간들

전반기에는 위의 7가지 순간 외에도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선 2개 팀 사령탑이 시즌 도중에 퇴진하는 아픔을 겪었다. KIA 김기태 감독이 5월 16일 사퇴를 하고, 전반기가 끝난 다음날인 7월 16일 롯데 양상문 감독과 이윤원 단장이 동시에 물러났다. KBO리그 감독 2명이 같은 시즌 도중에 지휘봉을 내려놓은 것은 2011년(두산 김경문 감독, SK 김성근 감독) 이후 8년 만의 일이다.

올해 새롭게 도입된 규칙 적용과 관련한 논란도 전반기 빼놓을 수 없는 순간들이다. 3피트 수비방해, 홈충돌 방지 규정의 실전 적용 과정에서 시즌 초반부터 갑론을박의 대상이 됐다. 여기에 그라운드 밖의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다. SK 강승호는 4월에 음주운전을 하면서 임의탈퇴 처리됐고, 올 시즌을 끝으로 화려한 은퇴식을 준비 중이던 삼성 박한이는 5월 26일 대구 키움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다음날 숙취가 풀리지 않은 상태로 운전을 하다 팬들과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한 채 현역 선수생활을 끝내고 말았다. 한화 이용규는 시즌 개막에 앞서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하다 무기한 참가활동 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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