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섯 번째 앨범 '오감'을 발표한 김창훈. 제공| 김창훈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세월이 지나면 모든 것이 무뎌진다고들 한다. 시간에 바랜 것들은 모두 예전의 색을 띠지 못한다. 하지만 음악은 다르다. 세월이 지날수록 짙어지는 향기는 두고두고 맡아도 질리지 않고, 그 맛은 곱씹을 수록 진한 맛을 낸다. 

산울림 둘째이자 팀에서 세컨드 기타·베이스를 맡았던 김창훈은 이렇게 오래 음미해 볼만한 음반 '오감'을 발표했다. 지난 3일 발표된 김창훈의 앨범 '오감'은 김창훈이 혼자서 발표하는 다섯 번째 음반이다. 

'오감'이라는 제목은 다섯 번째 앨범이라는 의미 외에도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김창훈은 "앨범 제목에 대해 여러 고민이 많았다. '오감(인간의 5가지 감각)'이라는 뜻도 있고, '오고 가다'의 '오감'이라는 뜻도 있다. 또 인생의 공허함, 세월의 무상함을 담은 '공수래 공수거'라는 의미도 있다"고 앨범 타이틀을 설명했다. 

김창훈이 새 앨범을 발표한 것은 밴드 '김창훈과 블랙스톤즈' 앨범 이후 약 2년 만이다. 새 앨범에 대해 김창훈은 "이번 앨범은 나도 모르게 나를 가뒀던, 묶었던 사슬 같은 속박, 구속에서 해방된 느낌을 담았지 않나 싶다. 산울림 시절에는 예상치 못한 비정형적인 음악을 많이 추구해왔다. 산울림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어떤 면에에서는 극단적이거나 실험적인 음악을 많이 지향했다"며 "그래서 언제부턴가 '나는 이런 음악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알게 모르게 지배하고 있었던 것 같다. 전작들 역시 록스피릿이 내 모습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았나 싶다. 사람들의 인식에서 벗어나서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이 무엇이었는지를 반추해보며 내가 하고 싶은 편안한 음악, 대중에게 호응받을 수 있는 음악을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김창훈의 설명처럼 '오감'에는 솔직한 문법으로 쓰인 가사와 듣기 편안한 음악이 꽉 채워져 있다. 7080들이 열광했던 산울림의 정서는 살아있으면서도, 세련된 사운드가 귀를 사로잡는다. 김창훈은 "듣기 편안하면서도 제 개성과 음악적 컬러는 최대한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아날로그 시대에 맞는 정서를 되찾으면서도, 진부한 사운드는 지양하려고 했다. 오래갈 수 있는 음악에 대한 바람을 넣어봤다"고 설명했다. 

▲ 다섯 번째 앨범 '오감'을 발표한 김창훈. 제공| 김창훈

타이틀은 '손'과 '일어나'다. 서정적인 '손', 그리고 김창훈 특유의 록스피릿이 살아있는 '일어나' 두 곡 모두 '위로'라는 비슷한 테마를 가지고 있다. 김창훈은 "침체된 사회나, 침체된 삶에 요기를 주는, 나를 위로하는 음악이다. 내게 하는 얘기기도 하다. 좌절에 빠진 분들에게 작은 하나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감히 누군가를 위로하고자 하는 곡은 아니지만, 위로받고 싶다는 바람이 담긴 곡"이라고 밝혔다. 

인스턴트 식품처럼 음악이 소비되는 시기, 김창훈은 미국에서 10곡을 꽉 채운 정규앨범을 준비했다. 앨범 재킷 역시 '오감'을 주제로 직접 그렸다. 오랜 고민과 노력이 옹골차게 들어찬 음반인 만큼, 김창훈은 타이틀곡 뿐만 아니라 모든 곡을 한 편의 영화를 보듯이 감상해주길 원했다. 

"뮤지션으로서 싱글을 발표하는 것은 내가 담고자 하는 것을 진정으로 담을 수 없다. 소설가가 장편 소설을 쓰고, 시인이 시를 쓰듯이, 저는 정규 앨범에 익숙하다. 물론 마케팅 수단으로 싱글을 1,2곡 정도 발표할 수도 있지만, 제가 추구하는 사상과 생각을 충분히 담아내려면 정규 앨범만이 가능하다. 정규 앨범에서는 행간과 여백, 침묵도 음악이 될 수 있다. 순서대로 담긴 곡의 상관관계도 있지 않나. 내 음반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기를 추구한다. 영화를 보듯이 푹 빠져들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꺼번에 10곡을 들어주시면 좋겠다." 

더운 여름보다 더 뜨거운 음악 열정을 이어가고 있는 김창훈. 그는 자신의 음악이 손수건 같은 음악이 되길 희망했다. "제 음악이 한 번 쓰고 버리는 휴지가 아니라, 손수건 같은 음악이 되길 원한다"는 그는 "각 음악마다 키워드가 있는데, 그런 키워드를 잘 반추해주시면 더 맛깔스럽게 들리지 않을까 싶다. 공감하고 음미해주시면 좋겠다"며 "한 편의 영화를 보듯이, 영화를 즐기듯이 음악을 들어달라"고 당부했다.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mari@spotvnews.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