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사자'의 박서준.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전체적으로는 아닐지 몰라도 분명히 당신의 취향이 하나는 들어가 있다!"

박서준(31)의 센스 만점 설명에 웃음이 터졌다. 박서준은 2019년 여름 대작 '사자'(감독 김주환·제작 키이스트·공동제작 세븐오식스)로 야심찬 도전장을 던졌다. 오컬트, 엑소시즘 장르를 색채가 짙은 가운데 액션과 유머, 드라마가 함께한다. 2년 전 여름 개봉, 565만 관객을 모으며 알짜배기 흥행을 한 '청년경찰'의 김주환 감독과 다시 의기투합한 작품이기도 하다. 복병으로 출발해 어퍼컷을 날렸던 그때와는 '다크 액션 히어로' 박서준과 '사자'에 대한 기대가 사뭇 다르다.

"완전한 엑소시즘으로 간다면 보다 마니아적 영화가 되겠지만, 액션으로 간 건 그만큼 대중성을 잡기 위한 선택이 아닐까 해요. 흥행이 부담된다기보다는, 주연을 맡기 시작하면서 '현장을 잘 이끌고 갈 수 있는 그릇이 될까'가 가장 큰 부담이었어요. 결과물이 좋으려면 현장이 즐거워야 하고 좋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연의 몫에 부담을 느끼는 편입니다. 흥행에 대한 부담은 저만의 문제는 아닐 거예요…. 흥행은 열어봐야 알겠더라고요.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기대도 되고. 이번에도 깜짝 흥행을 하면 좋겠네요."

영화 '사자'에서 박서준은 어려서 부모를 잃고 신에 대한 불신 속에 성장한 격투기 챔피언 용후 역을 맡았다. 영화는 그가 퇴마 히어로로 각성하고 활약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오컬트 색채가 짙게 깔렸지만 따져보면 공포보다는 쾌감에 방점이 찍힌 액션이 두드러진다. 박서준의 전매특허 같았던 허허실실 캐릭터 코미디는 싹 지웠다. '청년경찰' 이후 가까워진 김주환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기를 빼고 진지하게 표현할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털어놨다는 박서준은 감독이 구상하던 다크월드에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그는 여러 작품을 통해 입증한 액션스타로서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는 한편 캐릭터의 아픔과 상처도 표현해냈다.

"준비 기간이 긴 작품은 아니었지만 '쌈 마이웨이'에서 격투기 선수 역할을 준비하며 약 4개월 하루 8시간씩 땀을 흘린 것이 큰 도움이 됐어요. 확실히 근육은 한 번 키워놓으면 3~4주면 다시 돌아오긴 하더라고요. 다행스럽게도 그때 경험을 몸이 기억하고 있어서 금방 올릴 수 있었어요. 부담도 덜 되고. 다만 실제 선수랑 찍는다는 게 좀 두렵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워낙 나이스해 도움을 받았어요."

▲ 영화 '사자'의 박서준.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불주먹'이란 표현이 딱 맞는 막바지 격투신은 특수효과와 액션이 더해진 클라이막스. 사제복을 입고 LED를 부착하고 액션을 펼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영화 '검은 사제들'의 강동원이나 드라마 '열혈사제'의 김남길 등 남자 스타들의 사제복이 마치 패션 아이템처럼 화제가 되는 게 사실이지만, 막상 입고 액션 연기를 하려니 사제복 특유의 하얀 플라스틱 칼라 때문에 불편함이 심했다. '불주먹' 액션에 대해서는 "상상력을 발휘하는 게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니까 재미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며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겠지만 상상이라 생각하면 영화로 가능하지 않나. 재미있었다. 저도 믿지 못하면 연기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뜻밖에 액션보다 더 힘들었던 건 가위에 눌리는 장면들. 핏줄이 튀어나오는 순간은 분장이 아니라 모두 박서준의 연기 그대로라고. 박서준은 "제가 얼굴에 핏줄이 많더라"고 너스레를 떨며 "평소 가위에 많이 눌리는 편이라 느낌이 뭔지 안다"고 귀띔해 웃음을 안겼다.

▲ 영화 '사자'의 박서준.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사자'는 박서준의 고민이 담긴 작품이기도 하다. 스크린 첫 주연작 '청년경찰'은 물론이고 드라마 '쌈마이웨이', '김비서가 왜 이럴까' 등 코믹 색채가 가미된 작품으로 매력을 발휘해 왔지만 스스로는 변화에 대한 바람이 있었다. 마침 '청년경찰' 김주환 감독과 "웃음기 빼고 진지하게 표현할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누다 감독이 준비하던 '사자' 프로젝트에 자연스레 참여하게 됐다. 다음 시즌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세계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매력으로 다가왔다. 박서준은 "개인적으로는 근질근질할 때도 있지만 역할에 충실해야 했다"며 "캐릭터에 충실하면서 상황에서 오는 웃음이 있다"고 귀띔했다.

"똑같은 걸 하고 싶지가 않았어요. 아직 경험해야 할 역할도 많고, 선택의 폭이 아직 있다고 생각해요. 확실하게 변신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평소에 익숙했던 것과는 다른 장르, 분위기가 있는 역할을 해봐야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고요.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 부분에서는 고생을 많이 했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어요. 아쉬움은 있을 수 있죠. 후회는 없어요."

▲ 영화 '사자'의 박서준.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아버지같은 구마사제 안신부 역의 안성기와는 이번이 첫 호흡이었다. 연기인생 62년의 국민배우와 함께한 그는 "좋은 인생 선배님을 만난 것 같았다. 정말 아버지같은 분"이라며 "영화에서도 아버지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현실에서는 더 아버지 같은 느낌이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언제나 젠틀하시고 자기 관리도 철처하시세요. 숙소 피트니스 클럽에 가면 보통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이른 아침에 누군가 뛰고 계시더라고요. 중년의 남성이라 생각했는데 선배님이셨어요. 약간, 충격 아닌 충격을 받았어요. 제가 저 연배가 됐을 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도 했고요. 선배님이 이렇게 작품하실 수 있었던 덴 철저한 자기관리가 있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현장에서는 늘 웃으세요. 제가 봐도 불편할 수 있는 상황을 늘 웃음지으며 보내시더라. 고민이 생겼을 때 조언을 구하면 답을 해주셨다다 며칠 지나서 '내가 그걸 다시 한번 생각해 봤는데' 하며 다시 얘기해 주시는 걸 보고도 많은 걸 느꼈어요. 선배님이 대사를 틀리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한참 후배인 저도 경각심을 느꼈어요. 늘 준비해야지, 안일하면 안되겠다 하고.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 영화 '사자'의 박서준.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박서준은 "쉴 때는 최대한 아무 것도 안 하려고 한다"고. 하지만 평소 잡생각이 많은 데다 스스로를 절벽으로 몰아붙여 가며 일을 하는 스타일이라 어떻게 시간을 써야 알차게 보낼까 고민하며 하루를 몇 개로 쪼개듯 지내왔다. 비교적 출발이 늦었다는 생각도 그를 재촉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사랑받는 요즘엔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그가 꼽은 가장 큰 고민은 '선택'에 대한 것이다. 이야기를 이어가던 박서준은 "오늘 뭐 먹지가 늘 고민이다. 간혹 '급식'을 먹고 싶을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귀를 쫑긋 세우게 한 '급식' 이야기에 담긴 속내는 이랬다.

"급식 먹고 싶을 때가 있어요. 간혹이라기보다 꽤나 있어요. 주는 대로 먹고 싶을 때. 내가 고르면 잘 먹었다 싶어야 만족스럽잖아요. 비슷한 맥락이에요. 예전엔 오디션을 봤어요. 선택을 받으면 그저 좋았어요. 지금 선택해야 하는 입장이 된 건 감사하지만 그것이 어려워요. 선택을 하면 그에 대한 책임이 따르고, 안 좋으면 몽둥이 맞을 때도 있고 칭찬 받을 때도 있고. 감사한 상황이 맞는데도 개인적으로는 고민되고 부담되는 시간인 것 같아요…. 바람은 있지만 명확한 계획은 없어요. 일단 지금은 제 새로운 캐릭터들을 하나하나 표현하면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려고 합니다. 그게 저의 계획이자 목표예요."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 영화 '사자'의 박서준.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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