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나랏말싸미' 포스터. 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신미를 발굴해 한글창제 주역으로 조명하려 이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다….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을 폄훼하고자 한 것이 결코 아니다."

영화 '나랏말싸미' 조철현 감독이 개봉 이후 불거진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조철현 감독은 29일 오전 영화 '나랏말싸미' 제작사 영화사두둥을 통해 장문의 공식입장을 전하고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조철현 감독의 '나랏말싸미'는 모든 것을 걸고 한글을 만든 세종과 불굴의 신념으로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사극. 세종이 홀로 혹은 집현전 학자와 함께 한글을 만들어냈다는 기존 정설이 아니라 세종과 함께 스님 신미가 한글 창제에 기여했다는 한글창제 관련 소수설을 바탕으로 했다.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 등이 출연한 제작비 100억 이상의 사극으로, 여름 흥행을 이끌 한국영화 빅4로 주목받은 '나랏말싸미'는 그러나 지난 24일 개봉 이후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렸다.   

결국 개봉 닷새 만에 감독이 직접 해명에 나선 셈이다. 조철현 감독은 개봉 직전 고 전미선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모든 인터뷰 일정 등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던 터. 그러나 논란이 쉬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직접 영화의 의도와 영화에 등장하는 신미라는 인물에 대해 직접 해명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 

조 감독은 '나랏말싸미'에 대해 "이 영화는 세종대왕이 문자를 만드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영화"라면서 "고뇌와 상처, 번민을 딛고 남은 목숨까지 바꿔가며 백성을 위해 문자를 만들어 낸 그의 애민정신과,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드는 군주로서 위대해져 가는 과정을 극화한 것입니다. 그리고 세종대왕께서 직접 쓴 훈민정음 서문에 있는 ‘맹가노니’라는 구절로 압축되듯이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일의 어려움과 가치를 생각해보자는 것이 이 영화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실존했지만 역사 속에 감춰져 있던 신미라는 인물을 발굴하여 훈민정음 창제의 주역으로 조명하려고 이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다. 세종대왕께서 혼자 한글을 만드셨다 하더라도 그 내면에서 벌어졌을 갈등과 고민을 드라마화하려면 이를 외면화하고 인격화한 영화적 인물이 필요한데, 마침 신미라는 실존 인물이 그런 조건을 상당히 가지고 있었기에 채택하였던 것"이라며 "조선왕조실록에 1443년 12월 30일 임금이 친히 새 문자를 만들었다는 기록 이전에 아무것도 없는, 훈민정음의 창제 과정의 역사적 공백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신미는 그 공백을 활용한 드라마 전개에서 세종대왕의 상대역으로 도입된 캐릭터"라고 밝혔다.

조 감독은 "물론 실존 인물 신미는 세종대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물"이라며 신미와 관련한 실록 기록 등을 들어 "이런 근거 위에, 신미가 범어를 비롯한 외국어에 능통했고 대장경을 깊이 공부했다고 언급한 실록 기사들까지 감안하면 1443년 12월 이전의 역사 공백을 개연성 있는 영화적 서사로 드라마화할 만한 근거는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 영화 '나랏말싸미' 조철현 감독. 한희재 기자 hhj@spotvnews.co.kr

영화제작자로 잔뼈가 굵은 조철현 감독은 영화 '사도', '구르믈 벗어난 달처럼', '황산벌' 등의 각본을 집필하는 등 그간 사극과 특히 오랜 인연을 맺어 왔다. '나랏말싸미'는 환갑을 넘긴 조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조철현 감독은 "저는 수십 년간 세종대왕과 한글을 마음에 품고 살아왔습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에 대해 반감을 표하는 분들의 마음을 압니다"라며 "그러나 제작진의 마음과 뜻은,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을 폄훼하고자 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오히려 위대한 문자인 한글을 탄생시키기까지, 가장 과학적인 원리로 만들고자 했으며, 가장 배우기 쉬운 문자를 만들기 위해 직접 글자의 디자인 원칙을 제시하고 디자인 과정을 주도했으며, 누구나 배우기 쉬운 글자를 만들기 위해 글자 수까지 줄이고자 했던 세종대왕의 모습과, 신분과 신념의 차이에 연연해하지 않고, 제왕의 권위까지 버리면서 백성을 위해 처절하게 고민했던 세종대왕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리고자 했습니다. 그의 위대함이 어떤 희생을 딛고 나온 것인지, 그렇기에 한글이 얼마나 위대한 업적인지 그리고자 했다. 진심을 전달하고자 하는 소통과 노력의 부족으로 이런 점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던 점을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조철현 감독은 "혼신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고생했던 스태프들은 이 영화가 세종대왕과 한글의 위대함을 영화적으로 그리는 작품이라 믿고 함께 했다"며 "그것이 저와 그들의 진심입니다. 그분들의 뜻까지 오해받고 있어서 무척 아픈 지점입니다. 부족함은 저의 몫"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끝으로 관객 여러분의 마음을 존중하고 많은 관심에 감사드립니다"라고 글을 맺었다. 

절절한 해명이나 시점이 늦어진 점이 아쉽다. 지난 24일 개봉한 '나랏말싸미'는 개봉과 함께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으나 역사왜곡 논란과 함께 순위가 하락, '라이온킹'에 1위를 내줬고, 지난 28일에는 '알라딘'에 밀려 3위에 머물렀다. 지난 28일까지 누적관객은 75만5694명. 100억대 제작비가 든 여름 성수기 개봉작으로는 아쉬운 성적이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