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안방마님 박세혁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내 자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일단 한 시즌은 뛰어야 내 자리가 생겼다고 할 수 있으니까. 자만하지 않고 채찍질하겠다."

두산 베어스 포수 박세혁은 최근 냉정하게 자신을 되돌아봤다. 지난 1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3이닝 만에 포수 장승현과 교체된 뒤 3일과 4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은 선발 제외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박세혁은 올 시즌 수비이닝 764⅓이닝으로 10개 구단 포수 가운데 가장 오래 포수 마스크를 썼다. 두산이 치른 104경기 가운데 97경기에 나섰고, 92경기는 선발 출전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박세혁을 얼마나 중용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직 원정 2연전을 모두 벤치에서 시작한 게 박세혁에게는 좋은 자극이 됐다. 단순히 체력 관리 차원의 결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어떤 점에서 잘못됐는지 생각했다. 체력 문제는 변명이다. 초심으로 돌아가지 못했던 것 같다. 시즌 시작하기 전에 전지훈련을 할 때 생각한 것들, 또 시즌 초반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운동을 했는지 생각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 휴식기가 박세혁에게 큰 도움이 됐다. 박세혁은 6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서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의 7이닝 무실점 투구를 리드하며 시즌 17승에 기여했고, 타석에서는 5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두산은 8-3으로 승리하며 2연패에서 벗어났다. 

박세혁은 타격과 관련해 "방망이를 짧게 잡고 투수의 공을 정확히 맞히자고만 생각했다.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좌투수 상대로 홈런을 뺏은 것도 기분 좋은 일이었다. 박세혁은 6일 경기 전까지 좌완 상대 타율 0.167(78타수 3안타)로, 우완 상대 타율 0.306(196타수 60안타)와 차이가 커 좌완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세혁은 2-0으로 앞선 5회말 좌완 임준섭의 높은 직구를 공략해 우월 투런포를 터트렸다.  
박세혁은 "좌투수의 공을 쳐 기분 좋기도 했지만, 그 상황에서 2점짜리 홈런을 쳐서 기분이 좋았다. 베이스를 돌면서 '그래 이런 마음으로 야구를 해야지'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뒤 조인성 배터리 코치와 포옹한 것과 관련해서는 "나 때문에 힘드셨다.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뭉클한 포옹이었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초심은 유지하되 앞으로 더 팀을 생각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했다. 박세혁은 "1990년생 선수들(박건우, 허경민, 정수빈)이 주축이고, 그 선수들이 끌고 가야 한다. 선배들이 도와주려고 하고 있으니까 우리가 팀을 끌고 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나부터 좋은 생각으로 경기에 나서야 할 것 같다. 시즌 시작할 때 (양)의지 형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지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예상은 했지만 부담감이 컸다. 시즌 초반보다는 그런 이야기가 덜 나와서 기분 좋다. 지금 2위 싸움을 하고 있으니까. 우리 팀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남은 시즌을 치러야 한다. 오늘(6일) 같은 경기를 계속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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