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광대들:풍문 조작단' 포스터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광대들:풍문조작단'(감독 김주호·제작 영화사 심플렉스)이 그린 정치와 엔터의 만남. 묵직한 문제의식이 돋보이지만, 가볍게 즐기는 쪽을 권한다.

리더 덕호(조진웅)가 이끄는 광대패 5인방은 광대놀음보다 그럴듯한 소문을 내는 게 특기다. 그 재주를 알아본 조선 최고 권력자 한명회(손현주)는 세조(박희순)에 대한 미담을 주문한다. 아이디어만큼 배짱 두둑한 덕호는 한명회와 손을 잡고 민심 조작에 나선다. 세조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벌어진 설명 못할 '기적'들이 조금씩 분위기를 바꿔가고, 한명회의 요구는 점점 더 집요해진다.

역사는 늘 승자가 쓴다. 세계적 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도 마찬가지다. 영화 '광대들:풍문조작단'(감독 김주호)은 조카 단종을 폐위시키고 왕위에 오른 세조 대에 이르러 정사며 야사에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신묘한 현상들에 의문을 품었다. 소나무가 가지를 들어 임금 갈 길을 터주고, 문수보살이 나타나 임금의 종기를 씻겨줬다니, 심지어 이런 일이 수십 번에 이른다니 어찌 자연스런 일일까.

'광대들:풍문조작단'은 이 모두가 세조 집권기 권력 핵심 한명회의 사주라는 가정을 내세웠다. 손과 발이 된 건 사람 홀리는 게 특기인 재주꾼들. 백성을 관객삼아 영화를 찍듯 없던 일을 만들어 세조를 신이 내린 임금으로 이미지메이킹 하는 게 이들의 목표다. 기반이 불안한 만큼 민심 조작에 열을 올리는 권력자와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해야 적성이 풀리는 광대패의 흥미롭고도 불안한 동거가 펼쳐진다. 

관건은 문제의 '풍문조작'이 얼마나 그럴듯한가. 2012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코믹터치 팩션사극의 반전 흥행을 일궜던 김주호 감독은 이번에도 비슷한 작전을 짰다. 대범하고 거침없게 팀플레이를 밀어붙인다. 광대들은 거짓말 뜬소문을 흘리는 대신, 보지 않으면 믿을 수 없는 사건들을 척척 만들어내며 왕 세조를 띄운다. 역사에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한두 번은 들었을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형 기적들이 연이어 소개되며 호기기심을 자극한다. 

유쾌한 분위기로 속도감 있게 전개되지만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나 스케일에 비해 디테일이 부족한 게 흠. 마술이나 기적이 아닌 기술임을 강조하면서 '어떻게'를 빠뜨렸다. 설렁설렁 넘어가자 싶다가도, 후반부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로 광대들의 입을 빌려 묵직한 메시지를 실으니 장단 맞추기가 쉽지 않다. 더 세게, 더 세게가 거듭되는 훕나부에 이르면 조진웅 손현주 박희순이 진검 승부같은 연기 대결만이 남는다.  

그럼에도 '광대들:풍문조작단'이 포착한 정치의 이면은 의미심장하다. 가짜뉴스와 여론몰이가 진짜와 핵심을 뒤덮곤 하는 시대, 허허실실 직구를 날리는 '광대들:풍문조작단'의 문제의식은 그럴듯하고도 시의적절하다. 정치와 엔터의 잘못된 만남 속에도,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하고, 하기 싫은 일은 안 하는 게 광대'라는 예인의 자존심도 또렷이 전해진다.

8월 2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8분.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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