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야구 정식 종목 채택을 위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과 일본 주도 아래 다음 달 열리는 프리미어12.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현역 메이저리거 차출 불가를 공표하면서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익숙한 스타플레이어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 시선으로 보면 KBO 리그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는 대회이기도 하다. 또한 신일고 졸업 후 시카고 컵스에 입단했다가 올해 일본 퍼시픽리그 지바 롯데 마린스에 둥지를 튼 미남 투수 이대은의 활약상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뿐만 아니다. KBO 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어떻게 변했는지도 감상할 수 있는 대회가 프리미어12다.

KBO 리그에서 뛰었고 각 나라 프리미어12 엔트리에 합류한 선수는 21일까지 3명이다. 2011년 두산 베어스에서 뛰었던 우완 페르난도 니에베(33)와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에서 두 얼굴의 사나이로 팬들의 찬사와 비난을 한 몸에 받았던 루이스 히메네스(33)가 베네수엘라 대표팀 일원으로 참가한다. 21일에는 지난해 한화 이글스에서 활약했던 왼손 투수 앤드류 앨버스(30)가 캐나다 대표팀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 신생팀 kt 위즈에서 활약한 스위치 히터 댄 블랙(28)은 미국 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들었다. 

시즌 중반 입단했다가 부상으로 공백기가 꽤 있던 블랙은 54경기 타율 0.333 12홈런 32타점으로 맹활약해 좋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세 명의 선수는 성공작이 되지 못하고 재계약에 실패한 선수들이다. '왜죠?'라고 묻는다면 드릴 답은 없다. 글쓴이가 뽑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페르난도, 히메네스, 앨버스는 모두 한국 입국 당시 기대치도 상당히 높았던 선수들이다.

◆ 페르난도의 기억, '계투로 일찍 뛰었더라면'

2011년 4월 하순 두산은 데드암 증세로 제 구위를 보여 주지 못하던 오른손 투수 라몬 라미레스(33) 대신 한때 뉴욕 메츠의 선발 유망주였던 페르난도를 영입했다. 최고 구속 156km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데다 슬라이더의 움직임이 얼핏 커브와도 비슷한 오른손 투수였다. 포심-슬라이더 투 피치 스타일이라는 점은 불안 요소였으나 두산은 그래도 시장에서 가장 괜찮은 투수를 찾았다는 현장의 평을 받았다.

그리고 2011년 5월 7일. 페르난도는 잠실 롯데전에서 선발로 KBO 리그 데뷔전을 치렀으나 4⅓이닝 7피안타 5실점으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이대호(소프트뱅크)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져 벤치 클리어링 소동을 빚은 것은 덤. 구위는 좋았으나 단조로운 패턴을 너무 공격적으로 구사했다.

당시 두산을 맡았던 김경문 현 NC 감독은 페르난도의 구위를 인정하며 그에게 '선발 대신 계투'로 보직 이동을 지시했다. 그러나 페르난도는 이 지시에 불복해 감독의 화를 돋웠다. 김경문 감독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감독직에서 내려왔고 페르난도는 계속 선발로 슬럼프를 겪었다. 김광수(현 한화 수석 코치) 감독 대행 때 뒤늦게 마무리로 이동한 페르난도는 뒷문지기로는 괜찮은 구위를 자랑했다.

2011년 페르난도의 성적은 25경기 3승 6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6.09다. 막판 마무리로서 경기 내용은 좋았으나 페르난도는 팀 융화 면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원만한 성품은 아니었고 다른 선수에 대한 배려도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한 구단 관계자는 2011년의 페르난도에 대해 “다섯 살 어린아이 같았다. 자기 밖에 모르는 선수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을 떠난 후 페르난도는 다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다. 뉴욕 양키스-오클랜드-LA 에인절스 등의 트리플 A팀을 전전하다 올해는 멕시칸 리그 팀 피라타스 데 캄페체 소속으로 22경기 1승 2패 10세이브 평균자책점 4.18을 기록했다. 공격적인 성향의 멕시칸 리그 타자들을 상대로 페르난도는 땅볼/뜬공 비율 1.63으로 범타 유도형 피칭을 보여 줬다.

◆ 2014 롯데의 '지킬 앤 하이드' 히메네스

외국인 타자를 반드시 한 팀당 한 명 이상을 기용해야 하는 제도에 따라 롯데는 루이스 히메네스를 선택했다. 프로필 몸무게 127kg으로 가장 무거운 외국인 선수로 역사에 남은 히메네스는 푸근한 인상과 익살스러운 몸짓, 그리고 전반기 뛰어난 활약으로 롯데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왼 허벅지 부상으로 개막과 함께하지는 못했으나 지난해 4월10일 사직 LG전 끝내기 스리런은 팬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그러다 한여름에 접어들며 히메네스의 페이스가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팬 투표로 동군 지명타자 부문 1위에 오르며 올스타전에도 참여했으나 이때부터 무릎 부상 등을 핑계로 훈련에 불참하고 결장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당시 김시진 감독은 “경기 직전에 아프다고 하니 라인업에 넣을 수가 없다”며 한숨만 뱉었다.

“무릎에 동전 크기 구멍이 났다”라며 부상을 이유로 삼은 히메네스. 시즌 초반 화력이 뛰어났고 시즌 중, 후반까지 포스트시즌 진출을 바라보던 롯데인 만큼 그의 부상 치료를 위해 전국 각지 병원을 알아보기도 했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수도권 원정 때 무릎 치료로 알려진 병원을 수소문하러 다니느라 담당 직원이 고생했다”며 한탄했다. 무릎 부상에 대한 이야기는 거짓으로 판명됐다. 

히메네스의 지난해 성적은 80경기 타율 0.315 14홈런 61타점. 기록 자체는 좋았다. 그러나 문제는 팀이 필요한 순간마다 선수는 자취를 감췄다. 팬들은 물론이고 프런트, 동료들이 좋아할 리 없었다. 전반기를 4위로 마쳤던 롯데는 후반기 날개 없이 추락하며 페넌트레이스 7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히메네스는 당연히 재계약을 맺지 못했다.

2009년 일본 퍼시픽리그 니혼햄에서 뛸 당시 불성실한 태도 전력까지 나왔고 롯데가 히메네스의 행태를 직접 겪은 만큼 앞으로 그를 KBO 리그에서 다시 볼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야구 팬들은 프리미어12에서 베네수엘라를 대표한 히메네스를 보게 된다. 

◆ '30만 달러 벽을 깬 남자' 앨버스-'다쳐서 미안' 블랙

앨버스는 지난해 1월 하순 KBO가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 30만 달러' 제도를 철폐한 뒤 처음으로 계약을 맺은 선수다. 한화는 앨버스의 몸값을 80만 달러로 발표했다. 앨버스는 2013년 후반기 미네소타 선발 로테이션에도 합류했던 투수인 만큼 팬들과 야구 관계자들의 기대가 컸다.

뚜껑이 열린 뒤 앨버스의 경기 내용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무엇보다 포심 패스트볼 구속이 140km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30km대 초, 중반에 그쳐 완급 조절에 의존해야 했고 결국 에이스 기대치는 충족하지 못했다. 앨버스의 지난해 성적은 28경기 6승(1완봉승)13패 평균자책점 5.89. 한화의 팀 전력이 상대적으로 약했고 시즌 중반 투구 폼 변경 실패 악재가 있었던 데다 수비 도움을 못 받은 탓도 있었다. 그러나 구위로 타자를 제압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재계약이 어려웠다.

한화를 떠난 뒤 앨버스는 올 시즌 토론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뒤 지난 5월 2일 다시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기도 했다. 그러나 단 한 경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한 뒤 방출됐고 클리블랜드 트리플 A팀으로 옮겨 2승11패 평균자책점 5.70의 성적을 올렸다. 덧붙여 2013년 롯데의 외국인 투수로 입단했으나 훈련 첫날 무릎 부상으로 공도 못 던지고 떠난 오른손 투수 스캇 리치몬드(37)도 캐나다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대표팀 최종 엔트리 발탁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블랙은 지난 6월 kt 합류와 함께 8경기 연속 안타 및 타점으로 눈길을 끌었다. 한 방을 갖춘 스위치히터라는 점에서 주포 앤디 마르테의 좋은 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6월 10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왼손 타자 최초의 사직구장 장외 홈런포를 쐈다. 다만 6월 14일 수원 넥센전에서 1루수로 출장해 한 이닝 최초의 3실책을 기록한 것은 자랑이 아니다.

뛰어난 타격 정확도, 푸근한 인상과 화끈한 장타력까지. 팬들의 사랑을 받기 충분한 블랙이었으나 아쉬웠던 것은 바로 한 달 넘게 공백기가 있었다는 것. 경기 도중 손목을 다친 블랙은 검진 결과 오른 손목 미세 골절 진단을 받았다. 이 부상으로 한 달 넘게 1군 경기에서 자취를 감췄던 블랙이지만 일단 경기에 나가면 뛰어난 활약으로 팀 후반기 상승세에 공헌했다. 안 좋은 추억이 가득한 최종 엔트리 4명의 선수와 달리 블랙은 kt 팬들에게 희망을 선물했다.

[영상] '역습' 노리는 KBO 출신 외국인 ⓒ 영상편집 배정호.

[그래픽] 페르난도-히메네스-블랙의 KBO 활약도 ⓒ 디자이너 김종래.

[사진] 앤드류 앨버스 ⓒ Gettyimage.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