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민호. ⓒ삼성 라이온즈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한 달 전쯤 썼던 기사를 다시 한번 소개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2013년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이야기다.

일본은 3월 8일 대만과 2라운드 첫 경기를 가졌다.

일본은 2-2로 극적인 동점을 만든 8회말, 다시 1점을 빼앗겼다. 이전 2이닝에서 4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호투하던 에이스 다나카 마사히로가 아웃 카운트 하나 못 잡은 채 2루타 1개 포함, 3연속 안타를 얻어맞은 것이 치명타였다. 이후 야마구치 데츠야와 사와무라 히로카즈가 계속된 위기를 실점 없이 넘겼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잘 던지던 투수, 그것도 에이스의 투구수가 20여개에 불과한 상황. 바꾸지 않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보다 치밀한 야구, 즉 사람의 마음까지 읽어 주는 세심한 배려가 동반됐더라면 다른 선택도 가능했다.

일본은 8회초 공격에서 1라운드에서 전혀 안타를 때려 내지 못했던 4번 포수 아베 신노스케가 적시타를 치자 대주자로 교체했다. 8회말부터는 아이카와 료지가 대신 마스크를 썼다. 수비형 포수인 아이카와 기용 역시 표면적으로는 흠잡을 데 없는 야구였다.

하지만 투수 출신 전문가들의 시선은 달랐다. 포수가 바뀌었을 때 다나카도 교체를 했어야 했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현역 시절 투혼의 상징이었던 구와타 마스미 TBS WBC 해설 위원(전 요미우리)은 “다나카는 좋은 공을 던졌다. 나쁜 결과를 냈다고 할 수 없다. 다만 포수가 바뀌었을 때 교체됐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나도 현역 시절 중요한 상황에서 포수가 교체되면 뭔가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카와가 좋은 포수인지 나쁜 포수인지 문제가 아니라 투수의 중압감을 이해해 주었다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분석했다.

닛칸 스포츠 해설 위원으로 활동중인 사사키 가즈히로(전 시애틀)도 지면을 통해 “포수가 바뀌었을 때 다나카가 바뀌지 않은 장면이 아쉽다. 다나카 뒤에도 지켜 줄 수 있는 투수들이 남아 있었던 만큼 함께 교대해 주었어야 한다고 본다. 경험상 이닝 교체와 함께 포수가 바뀌면 곧 실점하는 경우가 매우 많았다”고 설명했다.

투수는 예민한 보직이다. 작은 틈 하나로도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그 투수가 경험이 일천한 젊은 투수라면 더욱 그렇다.

6일 고척 키움-삼성전에서도 그 생각을 다시 해 볼 수 있는 장면이 나왔다.

1-1로 맞선 6회말, 삼성은 선발 포수 강민호를 뺴고 김도환을 투입했다. 강민호가 타석에서 파울 타구에 맞은 타박상이 이유였다.

삼성 선발 최채흥은 5회까지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했다. 5회말 1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과감한 몸 쪽 승부에 이은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승부수로 키움 타선을 잘 틀어막았다.

하지만 포수가 바뀐 뒤 최채흥은 크게 흔들리고 말았다.

선두 타자 이정후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뒤 박병호에게 볼넷을 내주며 무사 1, 2루가 됐다. 여기에서 배터리를 흔드는 키움의 작전이 나왔다.

타석에 들어선 김하성은 번트 모션을 취했고 2루 주자 이정후는 3루로 스타트를 끊었다.

번트 동작을 취하면 3루수가 앞으로 전진하는 틈을 타 3루를 노리는 작전이었다. 결국 이 작전은 성공을 거뒀다.

최채흥이 던진 공이 김도환 앞에 떨어졌고 이정후는 여유 있게 3루에서 세이프 됐다.

최채흥은 김하성을 1루 파울 플라이로 솎아 내며 한숨을 돌리는 듯했다.

하지만 대타 박동원에게 볼넷을 내줬고 다음 타자 김혜성에게 좌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2루타를 허용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역전 3실점.

5회까지 1개에 불과했던 볼넷이 6회에만 2개를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다.

2013년 WBC 일본의 경기가 떠오른 이유다.

강민호는 좋은 포수고 김도환은 아니다라는 뜻이 아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공을 던지던 최채흥에게 포수 교체라는 변수가 보이지 않는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강민호가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면 결과도 달라졌을 수 있을까. 5회까지 최채흥의 투구가 너무나 빼어났기에 아쉬움 속에 곱씹어 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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