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퍼펙트맨' 포스터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의리의 조폭, 시한부 투병, 웃다보니 눈물…. 본듯한 코드도 설경구 조진웅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영화 '퍼펙트맨'(감독 용수)이 그렇다. 

화려한 공단점퍼 차림 남자가 벤츠 E230 꽁무니를 손본다. 숫자만 바꿔달아 E400을 만들고 흡족해하는 그는 겁없이 보스 돈 7억을 주식에 넣은 건달 영기(조진웅)다. 후배에게 밀린 분풀이로 엄한 주먹을 휘두르다 150시간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그는 사지마비 말기암 환자를 돌보게 된다.

한눈에도 번드르르한 시설에서 까다로운 취향을 고집하는 그 환자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로펌 대표 장수(설경구). 그는 7억을 홀랑 날린 영기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그냥 죽어도 12억, 사고사 하면 27억인 보험금을 모두 줄테니, 남은 두 달 버킷리스트 실행을 도와달라는 것. 헌데 그 버킷리스트라는 게 좀 이상하다.

영화 '퍼펙트맨'(감독 용수)은 남부럽지 않은 부자지만 삶을 기약할 수 없는 전신불수, 그리고 가진 거라곤 건장한 몸뚱이뿐인 밑바닥―태생은 물론 패션마저 상극인 극과 극 남자의 조우가 가져온 드라마를 담는다. 설정이 2012년 개봉했던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1%의 우정'을 연상시킨다. 허나 두 영화의 차이는 뒤로 갈수록 분명하다. 웃음과 감동도 맛과 농도가 다르다.

허세뿐인 무일푼과 허무뿐인 시한부의 삶을 대비시킨 '퍼펙트맨'은 여지없는 한국형이다. 단짠단짠을 베이스로 복고풍 사나이 정서와 지역색을 진하게 우려냈다. 영화가 노리는 감정적 파고도 담백함과 거리가 멀다. '영웅본색' 주제가를 읊조리는 조폭 아재를 화자 삼고, 낭만이 살아있는 도시 부산을 배경 삼아, 결코 퍼펙트하지 않았던 회한의 지난 날들을 돌이킨다. 그리고 오늘로 눈길을 돌린다.할 말이 많은 듯한 이야기지만, 감동보다 웃음 쪽이 타율이 좋다. 

검증된 만큼 익숙하고, 때로 억지스럽기도 한 이야기를 듬직한 배우들이 지탱한다. 두 축은 역시 설경구 조진웅이다. 영화에 대한 호감에도 둘의 만남 자체가 큰 몫을 한다. 이야기를 주도하는 쪽은 "춤추듯 연기하더라"는 설경구의 평에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한껏 흥이 오른 조진웅인데, 까딱하면 민폐형으로 분류될 위인에게 마음이 간다면 8할이 그의 공이다. 춤추긴커녕 손발이 묶인 채 표정마저 굳어버린 채로 밸런스를 잡아내는 설경구는 믿음직하다.

둘이 대표 선수라면 영기의 20년 단짝 진선규. 그리고 조직 보스 허준호는 비장의 무기다. 각기 짠내나는 케미스트리와 오금저리는 긴장감으로 뻔한 조폭코드를 달리 풀어낸다.

오는 10월 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6분.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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