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리를 즐기는 대구 선수단과 팬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전주, 유현태 기자] 전북 현대를 이긴 대구FC.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를 지닌 결과였다.

대구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은 K리그2 시절이다. 2013년 13위로 강등된 뒤 3시즌을 '2부 리그'에서 보내야 했다. 2016시즌 2위를 차지하고 당시 안산 무궁화의 아산 연고 이전으로 K리그1으로 즉시 승격할 수 있었다. 2017시즌부터 다시 K리그1에 도전장을 내던졌지만 대구의 지상 목표는 '생존'였다.

2017시즌과 2018시즌 모두 시즌 초반 부진했다. 흔들리는 와중에도 집중력을 발휘해 살아남는 저력은 결국 달콤한 열매로 이어졌다. 2018시즌 마지막 FA컵 우승을 차지했고, 2019시즌 개막과 함께 아담한 DGB대구은행파크로 홈 구장을 옮기면서 대구의 부흥도 시작됐다. 31라운드까지 평균 1만 498명을 기록한 홈 관중의 응원 속에 2019시즌은 상위 스플릿 진출이란 목표에 한걸음씩 다가섰다. 4월이 지난 이후 단 1번도 6위 바깥으로 밀려나지 않았다.

저력을 입증하던 대구가 드디어 '일'을 쳤다. 대구FC는 25일 '전주성'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31라운드에서 전북 현대를 2-0으로 이겼다.

대구로선 의미가 큰 승리였다. 전북은 2010년대 들어 K리그1의 최강자로 군림한 구단. 2017년 승격한 뒤 치른 8번의 경기에서 단 1번도 이기지 못한 상대였다. 특히 대구가 전주 원정에서 승리한 것은 무려 2735일 전인 2012년 3월 31일이었다. 당시 대구는 3-2로 승리했다.

대구는 긴 무승의 늪을 빠져나온 뒤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수비수 정태욱은 "저희가 K리그1에 올라와서 승리한 적이 없다는 기사를 보고 나섰다. 선수로서 전북을 한 번 이겨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독하게 들어갔다. 어찌 보면 역사라고 할 수도 있다. 전북을 이겨서 정말 기쁘다"며 "씻을 때 샤워장 분위기부터 정말 달랐다. 너무 기뻤다. 오늘 (조)현우 형 생일이라서 더 좋았다"며 웃었다.

더 의미가 깊은 이유는 따로 있다. 대구의 사상 최초 상위 스플릿 진출이 눈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대구는 전북전 승리로 승점 46점을 기록하게 됐다. 7위 상주 상무와 8위 수원 삼성은 나란히 승점 40점을 기록하고 있다. 대구가 제주 유나이티드와 홈 경기 또는 성남FC 원정 경기에서 승점 1점만 따낸다면 6위 이상을 확정한다. 방심은 금물이지만 제주가 현재 최하위, 성남이 9위라는 점을 생각하면 다른 상대들에 비해 부담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안드레 감독은 "첫 목표가 상위 스플릿이었다. 대구의 사상 첫 기록이다. 가까이 왔지만 아직 확정은 아니다. 그리고 지금 승점을 벌어놔야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다. 예를 들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다. 선수들에게 말했던 것은 겸손하게 상위 스플릿을 노리자고 말했고 잘해줬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1차 목표는 상위 스플릿 진출이지만 최종 종착지는 아니다. 현재 3위 FC서울(승점 51점)과 4위 대구의 차이는 승점 5점이다. K리그에서 3위 이상을 기록하면 차기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진다. 하지만 올해는 FA컵 우승 팀에 주어지는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의 향방이 모호하다. FA컵 4강에 진출한 팀 가운데 상주 상무, 대전 코레일, 화성FC는 챔피언스리그에 나설 자격이 없다. 수원 삼성이 우승하지 못한다면 차기 시즌 출전권은 K리그 4위 팀에 주어진다. 대구로선 3위 혹은 4위를 노려 2년 연속 챔피언스리그 출전을 노릴 수도 있다.

그래서 전북전 승리는 승점 3점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정태욱은 "저희가 다음 경기를 이기면 상위 스플릿에 올라간다. 다음 홈 경기에서 제주를 잡고 팬들과 함께 확정하도록 하겠다. 상위 스플릿에 일단 진출하고 나면 FA컵 결과에 따라 4위를 해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도 나갈 수 있다. ACL까지 노려볼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스포티비뉴스=전주,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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